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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꽌시(关系)와 정(情)의 인간 관계학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10537 작성일 2017-12-05 09:48 조회수 1607
http://www.huffingtonpost.kr/kang-yoonkyung/story_b_18730252.html?utm_hp_ref=korea
중국인과 한국인사이의 관계, 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재미있네요
우리 주변에도 중국인들이 많이 있고 그들과 교류할 기회도 많으므로 한번쯤 읽어두면 유용할듯 싶어 옮겨봅니다.

얼마 전, 중국에 건너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알게 된 한 중국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 1년 만의 연락이지 싶은데, 마치 1, 2 주 전 쯤 마지막 연락을 한 듯이 자연스럽고 친근한 그녀의 메시지에서는 활기마저 느껴진다. 생김새는 같고, 이제는 좀 익숙해진 듯 해도 이들이 나와는 다른, '다른 나라 사람들'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우리 관계가 마냥 편하고 친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중국인이기에 가능한 태연함, 혹은 넉살스러움이랄까? 철저히 내 입장에서 해석을 하자면 말이다.

내용인즉, 한국어 자료 해석을 한 번 검토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친하고 가까운 사이였나?' 눈알을 굴리며 이리저리 재느라 머릿 속이 복잡해지던 내 속내를 그녀는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흔히 중국인들의 인간 관계 철학을 이야기할 때 꽌시(关系)를 이야기한다. 꽌시는 중국인들의 사고 방식과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어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는 꽌시를 이해함으로써 중국인들의 의식과 문화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꽌시를 '부정 부패' 혹은 뒷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뒷 돈'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한국인에게 정(情)을 빼놓고 인간 관계를 논하기 어렵듯이, 중국인들에게 꽌시는 인간 관계의 삼라만상을 품고 있는 총체적인 그 무엇이다.

꽌시는 한자 그대로를 우리 식으로 독음하면 '관계'이다. 한 중국 포털 사이트의 사전 정의에 따르면, 꽌시란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 혹은 사물과 사물 사이의 상호관계'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人与人)는 '직접적인 심리적 관계 혹은 심리적인 거리'라고 풀이하였는데, 바로 이 '심리적인 거리를 가늠하는 척도가 무엇인가?' 하는 데에서 꽌시와 정의 차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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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을 강조한 한국의 초코파이와 仁을 강조한 중국 초코파이의 포장재. 仁 자는 '나'(人) 라는 존재 밖에 여러 명의 다른 사람(二, 복수의 의미)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중국인들의 마음의 거리

꽌시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자면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좁아서 한 두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중국인들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세상은 결코 좁지 않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대륙에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사는 곳이 세상이다. 그들의 할아버지가 사는 세상이 그랬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던 세상도 그랬다.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내게 무슨 목적으로 접근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관계 맺기를 원하는지 집요하게 의심하고 탐색한다. 그들 표현으로는 '믿음의 자원'이 없기 때문이란다.

알리바바 그룹의 회장 마윈(马云)도 일찍이 중국인 파트너와 미국인 파트너의 차이에 대해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ma yun

"미국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를 100에서 시작하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낯선 상대에 대한 신뢰도를 0으로 놓고 출발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물론 하나의 예시겠지만) 미국인들의 경우 상호간 호의에서 관계를 시작해 교류 단계에서 얻어지는 각종 경험 정보를 바탕으로 관계의 깊이와 정도를 조정해 나간다. 반면 중국인들은 경계와 의심에서 관계를 시작해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게 되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 관계는 공고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

인간 사이의 믿음이라는 측면에서 '피(血)'보다 더 확실한 것도 없다. 중국인들에게 가족과 혈육은 13, 4억에 이르는 사람 중에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가진 몇 안되는 사람들이다. 같은 맥락에서 '결혼'은 가족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써, 중국인들이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자, 다른 가족 구성원의 동의를 중요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거친 세상에서 '아(我)와 피아(皮我)의 구분'이 확실한 중국인들에게 결혼은 남녀 간 애정의 산물이기보다 믿고 의지할 '내 사람들'의 범주를 늘리는 사회적 의식로서의 의미가 여전히 크다.

그렇다면 타인의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중국의 여러 고사나 무협지에 등장하는 '혈맹(血盟)의 약속'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피를 보이거나 동물의 피를 나누어 마심으로써 굳은 믿음과 신의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은 혈맹의 약속까지는 아니더라도 '믿음의 자원' 역할을 대신하는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 크고 작은 일에 성의와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선물'이 그렇고, 보다 실용적인 수단으로써 '금전'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중국인들에게 선물이나 금전을 전달하는 의식은 '체면'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어 매우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행위는 상대방을 높이고 면을 세워줌으로써 무한 신뢰와 선의의 관계를 다지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섣불리 계산된 의도와 아마추어적인 접근은 금물이다. 물질적으로 쉽게 접근했다가 오히려 저의를 의심받거나, 심한 경우 불신감만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국인들과의 꽌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그 무엇이 절대 아니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심 어린 마음과 성의, 그를 통한 두터운 신의와 신뢰를 쌓는 과정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때문에 꽌시를 잇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몸에 좋은 약을 달이는 것 만큼이나 오랜 시간과 인내, 그리고 정성을 요한다.

정(情)이란 무엇일까? 외국인이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한국말, 혹은 사전 정의가 가장 난해한 단어 중 하나가 '정'이라고 한다. 나는 정이란, '인간 사이의 교감' 혹은 '동질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분히 감정의 문제여서 논리적이거나 객관적인 설명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음~ 마음 속에 있다는 걸~'

이 광고 음악이야 말로 정의 함축적 의미를 온전히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눈빛만 봐도 서로 통하는 것이 바로 정이다.

사람의 감정은 변화무쌍해서 정은 찰나에 생겨나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정은 '들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며, '고운정'이 있는가 하면 '미운정'도 있다.

공감 혹은 동질감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은 '경험의 공유'이다. 같은 고향 사람,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작은 공통점 하나가 그토록 반가운 이유는 나와 그가 같은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나와 상대방을 연결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은 분명 마음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정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 상호간 '교감'의 산물이기 때문에 '행복, 즐거움, 기쁨, 환희'를 통해서도 생겨나지만, '슬픔, 비애, 고통, 괴로움' 등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생길 수 있다. 전장의 생사를 넘나든 전우 사이의 전우애가 그렇고, 역경과 고난의 시기를 함께 한 뜨거운 동지애가 그렇다.

따라서 정이 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했느냐'보다 '감정의 깊이와 경험의 횟수'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경험이 다양하거나 혹은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감정이 강렬한 것일수록 좋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큰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지만, 한국 사람이 귀한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일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치가 그렇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쌓이고 뒤섞이기 위해서는 '자주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이는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인맥 '관리'를 위해서 수 많은 메시지를 '자주' 주고 받고, 가급적 많은 행사와 자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자주' 안부 연락을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고, 연락이 뜸해지면 정의 온도는 서서히 식는다. 제아무리 오래된 인연이라 해도 바로 곁에서 자주 보고 자주 연락하는 사이를 당해낼 수 없다.

꽌시와 정, 그 관계학의 오묘한 경계

우리는 여기서 꽌시와 정의 몇 가지 재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china

앞서 예를 든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중국은 그 땅덩어리만 해도 한반도 면적의 40배가 넘는다. 따라서 중국인들 역시 타향에서 자신의 고향 사람을 만나면 반색을 하고 즐거워한다. 이내 표준어는 '벗어 던지고' 구수하고 정감있는 고향 사투리로 한바탕 시끌벅적한 대화가 오고간다. 그 모습이 한국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상대방이 나와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를 믿을 수 있다' 의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꽌시가 맺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경계와 탐색은 이 경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같은 고향 사람임이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되어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고향의 유명 지역을 아는'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가족 중에 혹시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은 없는'지 끊임없이 공통 분모를 찾기 위한 화제가 이어지고, 그 가운데 슬며시 정이 스며들게 된다.

시간 혹은 만남의 횟수에서도 중국인과 한국인의 관념은 차이가 있는 듯 보인다. 한국인들의 경우 '특별한 일이 없어도' 친구와 만나 커피 한 잔, 맥주 한 잔을 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서로의 가족, 직업, 계획 등 관심과 애정이 깃든 대화를 통해 정을 이어나가고 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경우, 친한 친구와 연락을 하거나 만날 약속을 하는 경우 기왕이면 어떠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와 나 사이 믿음을 뒤흔들만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있지 않는 이상, 단지 오래 보지 못했거나 교류가 뜸했다는 이유만으로 관계가 어색해질 이유가 없다.

바로 이것이 1년 동안 연락없이 지내던 그녀가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부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그리고 한국인인 나로서는 이것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것이 꽌시로 불리든 정으로 불리든, 결국 인간 관계라는 것이 사람 사이의 '심리적' 문제인 이상 이를 지혜롭게 유지해 나가는 데에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인의 인생사나 넓게는 한 국가의 정치사도 따지고 보면 그 안에서 무수히 복잡하게 얽힌 '인간 관계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간혹 동질감이 아닌 이질감을 통해서 뜻하지 않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낯설고 외로운 외국 생활이 가져다 주는 작은 기쁨이다.

1년에 한 두 번 연락하더라도 나를 잊지 않고 무한 신뢰를 보여주는 중국인 친구에게 안부 문자라도 넣어야겠다. 더불어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옛 이야기를 나누며 두 세 시간 통화가 부족한,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더 없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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