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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빨래를 하다 _ 박나리 (캘거리 맑은물 문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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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고장 나서 수리되는 동안 급한 옷가지를 골라내어 물에 담근다 손빨래, 참 오랜만이다 유리창에 비친 스카프를 두른 여인 어머니 닮은 모습에 움찔, 놀란다
유년의 마당 수돗가 어머니는 늘 손으로 빨래를 하셨다 한 쪽에 종이를 발라 거품이 잘 나지 않는 비누 흙먼지 묻은 아버지 소맷귀를 주무르며 언제나 미소 짓던 어머니 아버지 옷을 빨래하는 것을 행복해 하셨다 겨울방학 하던 날 수돗가에서 밤을 새우신 어머니 꽁꽁 언 손으로 말없이 빨래만 주물럭거리고 시린 손으로 눈물을 훔치던 그날 아버지 월급봉투를 소매치기 당한 날이었다
어머니 하시던 대로 손빨래를 한다 물속에 뻣뻣하게 살아나는 옷들 몇 번 주무르지도 않았건만 눈가가 촉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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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11-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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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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