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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서 살아남기_ 설강 유장원 (캘거리 문협)
 

이민 올 때 가지고 온 책 중에 '어디어디에서 살아남기'라는 어린이 책들이 몇 권 있다.
이를테면 화산에서 살아남기,지진에서 살아남기 등 가족이 여행을 가고 혹은 조난을 당하고 보니 그 곳이 마침 위험 지대였는데 과학 적인 지식을 통해 그 곳에서 살아남았다 라는 내용의 책인데 그 때 당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기에 재미있게 과학을 공부하라고 샀다.
나도 같이 읽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할 것에 대비해서 읽은 건 아니고 만화로 된 것이니 재미 삼아 읽었지만 얼마 전 네팔 지진사태 등을 TV 화면을 통해서 보면서 과연 저렇게 정신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시리즈를 통해서 얻은 기초적인 지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재난 상황에 대해 대비를 해 두자는 데 대해선 의견이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터널이라니...
그것도 가장 흔한 일상(귀가) 속에서 일어난, 가장 흔치 않은 단독 재난(한국에서 터널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막히는지 생각해보라)의 상황이면 내가 알고 있는 대처 지식은 상황 끝이 되며 결국 구조(Rescue)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Structure) 는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시나리오였다.
이것이 '터널'이란 영화가 다른 재난 영화보다 관중을 흡입할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였고 그런 요소와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트리오라는 또 다른 플러스 요소가 작용하여 거금(?)을 주고 영화를 본 것이다.
재난 영화의 포인트는 재난을 당한 주인공이 어떻게 탈출하느냐 혹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휴머니즘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인데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 타이타닉 조차 약간의 신파가 나오지만 그나마 카메룬 감독이 전체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어 그렇게 오그라들지는 않았는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 '부산행'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은 신파가 극의 전개를 매우 산만하게 만들어서 관람료가 아까웠던 반면 '터널'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때론 유머스럽게, 신파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절제 하였기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터널의 붕괴는 자연 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시스템의 붕괴이고 나라의 붕괴로까지 확장되며, 그런 일어나지 않아야 되는 재난이 일어난 것에 대해 영화는 말을 해야 하고 그것이 얼마 전에 우리가 안타까워하면서 목격한 '세월호'사건과 너무 비슷한 것이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야릇한 낯익음을 느껴야만 했다.
'터널'에서 보여주는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거짓말 ,자본가들이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무례함 그리고 기레기(기자+ 쓰레기의 합성어)들의 싸가지 행태가 바로 그것이었지만 영화는 그 반대편에 서서 짧지만 아주 강력한 단어 하나를 말하는데 그 한 단어는 바로 '사람'이었다.
살아있는 그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우주가 희생되더라도 사람들은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고 재난 당한 사람은 살아있는한 어떻게 하든 살려내야 한다는 그 엄격한 사실을 영화는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개고생 끝에 터널에서 살아남기에 성공한다. 사람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 존중하는 오달수 구조 대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이며 아직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런 감독의 메세지에 호응하여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할 수 있는 한가지는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사람의 가치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재난을 당해, 땅에 떨어져 죽어가고 있는 잘나빠진 한국 사회에 우리들은 끊임없이 외쳐야 한다. 결국 사람이다.

기사 등록일: 201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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