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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2 : 형평과 평등 _조현정의 시대공감(26)
 
성경 마태복음 20장에는 일명 ‘포도원 품꾼 비유’라고 하는 난해한 비유가 나옵니다. 이 비유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설명하십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포도원 주인이 일반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오전 6시에 장터에 나가 한 데나리온을 주기로 하고 일꾼을 고용합니다. 그리고 9시에도 나가 일한 만큼의 품삯을 주기로 하고 일꾼들을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12시, 오후 3시에도 같은 방식으로 일꾼들을 데리고 옵니다.
오후 5시에 또다시 장터에 나간 주인은 아직 장터에 남아 빈둥거리는 사람을 보고 왜 일하지 않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들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아 이러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주인은 구체적인 계약이나 약속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포도밭에서 일을 하자며 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한 시간이 지나 오후 6시가 되었습니다. 주인은 관리인에게 늦게 온 사람들부터 품삯을 주라고 말합니다.
오후 5시에 와서 1시간 밖에 일하지 못한 사람들은 품삯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사람들에게 한 데나리온을 줍니다. 보통 일꾼의 하루 치 품삯을 다 쳐준 것입니다. 더 긴 시간 일을 한 사람들의 기대는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후 3시에 온 일꾼뿐만 아니라 12시, 9시 심지어 오전 6시에 온 일꾼에게도 한 데나리온만을 줍니다. 이른 아침부터 온 종일 일한 일꾼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라고 따져 묻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나와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지 않았소? 당신의 품삯이나 가지고 가시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 만큼의 삯을 주기로 한 것이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이 비유는 불친절하게도 이렇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도대체 이토록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처사가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하나님께서는 먼저 부른 사람이나 늦게 부른 사람이나 같은 은혜를 내려주신다는 뜻으로 이 비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비유가 하나님 나라의 형평성(Equity)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일꾼들의 하루 품삯은 한 데나리온입니다. 로마의 말단병사들이 한 데나리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악덕 고용주들이 많아서 한 데나리온을 제대로 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한 데나리온의 가치는 4인 가족이 하루치 식량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합니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민초들의 삶이 고생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데는 한 데나리온을 채 주지 않는 악덕 농장주들과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세리들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비유에 나오는 농장주는 하루종일 일한 사람들에게 처음 계약한대로 한 데나리온을 다 주었고 그들은 자신들보다 적게 일한 사람들이 한 데나리온을 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따라서 포도원 주인이 그토록 당당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포도원 주인은 왜 적게 일한 사람, 그것도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한 데나리온을 주었을까요? 이 비유에서는 주인의 의중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주인과 5시에 고용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 의도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주인이 5시가 되었는데도 일하지 않고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고용하려는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당시 인력시장에서 정오가 지나면 일거리를 못 찾는다고 봐야 합니다. 농장주들은 젊고 힘 좋은 사람들을 우선해서 고용합니다.
그러다 보면 늙거나 몸이 부실한 사람만 남게 됩니다. 그나마 정오 전에 반나절 일감이라도 구하면 다행이지만 오후 5시에 장터에 있던 사람들은 그마저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웬만해서는 정오가 지나도 일거리를 찾지 못하면 돌아갈 텐데 하루가 저물 때 까지도 집으로 가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은 여러 가지로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들이 한 시간 밖에 일하지 않았음에도 주인이 하루치 일당을 다 쳐준 것은 그들이 일한 시간의 양에 대한 공정함 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의 형평성을 먼저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하나님 나라의 형평성에 대한 정신이 오늘날 최저임금제나 기본소득제에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 존 롤즈는 이러한 형평성을 실질적인 평등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존 롤즈가 사고실험으로 예를 들었던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을 통해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홈페이지: http://www. kucc.org

기사 등록일: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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