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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숙적관계 이란과 미국_ 오충근의 기자수첩
 
지난 연말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며칠 전 이란 혁명수비대는 소요사태가 진정 되었다고 발표했으나 반정부 시위로 구금된 사람이 최대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사망자 수는 최소한 21명에 달한다. 시위의 원인은 장기간 계속되는 인플레와 실업증가 등 경제난에서 비롯되었는데 광범위한 부정부패도 시민들이 시위를 벌인 이유다.
이란의 장기간에 걸친 경제난은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경제제재에서 비롯되었다. 경제제재는 오바마 대통령 때 핵 동결 합의로 해제되었고 이란은 경제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장미빛 꿈을 꾸며 핵 동결을 지지했다. 그러나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이란인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당장 유가에 영향을 미쳐 지난 목요일 WTI는 뉴욕 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26달러 오른 배럴당 61.63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 가격은 지난 3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란은 OPEC의 3대 산유국으로 이번 반정부 시위로 원유생산에 차질이 온다면 국제유가는 수직상승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럴당 100달러를 점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반정부 시위가 원유생산을 중단하는 최악의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 반정부 시위는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반정부 시위의 성격은 정부를 뒤집어 엎자는 시위가 아니라 경제난에서 비롯된 시위로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시위이기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에 맞서 친정부 시위도 맞불을 놓아 최고 지도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반미, 반 이스라엘 구호가 등장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연말 “이란은 자유국가이고 헌법에 따라 사람들은 비판하고 시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폭력이나 기물파손이 따라서는 안 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도 성명을 발표 “이란의 적들은 돈, 무기, 정보기관을 이용해 이란에서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고 지도자 성명이 나오자마자 친정부 시위가 시작된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대통령에 취임해 핵 동결 합의를 뒤집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반정부 시위를 보고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는 시위대를 고무찬양하며 이란 정부에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일갈했다. 그러나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남의 나라 정권을 “잔혹하고 부패”하다고 표현 한 것은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정제된 표현을 쓰지 않고 거친 언사를 쓰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이번 이란 반정부 시위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의심 받고 있다. 터키는 수니파 국가로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는 종교적으로 반대편에 있지만 이번 반정부 시위를 미국이 조종한다고 믿고 있다. 이란 다음에는 “우리 차례”라는 것이 터키의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식 외교방식으로 미국은 여러 나라의 원성을 사고 있고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는데
이란이 미국을 이번 반정부 시위 배후세력으로 보고 있는 데는 오랜 역사적 배경이 있다.

팔라비 왕조의 친미 서구화정책
이란의 공칭 명칭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지만 1979년까지만해도 왕조국가였다. 원래 페르시아 제국이었는데 1935년 이란 제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때가 팔라비 왕조로 창시자 레자 칸은 마치 이성계가 쿠데타 일으켜 왕조를 세웠듯 쿠데타를 일으켜 카자르 왕조를 폐지하고 팔라비 왕조를 열었다.
팔레비 왕조는 친미성향으로 미국과 밀월관계였다. 냉전시대 지정학적 이유로 미국은 이란이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은 중동의 미국 동맹으로 이란은 이스라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텔 하이브-테헤란 직항 항공노선이 개설되었다. 여성해방의 일환으로 히잡 차도르 착용이 금지되었고 교육제도 개선으로 근대화 서구화 세속화에 노력했다. 이란의 부유층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많이 왔다.
그러나 이란은 부패했고 지나친 세속주의와 서구화, 경제개발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는 시민들과 종교지도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이에 비밀경찰을 조직해 반체제 인사를 단속하고 권위주의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이란과 미국의 밀월관계가 끝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팔라비 왕조가 축출 당하면서였다. 이란 혁명으로 공화국이 되었으나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갖는 신정체제가 구축되었다. 그 후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로 돌아갔고 종교를 앞세운 국가폭력으로 인권문제가 발생하지만 독재 왕정을 물리친 시민혁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란 혁명과 그 후
이란 혁명은 특이한 혁명이다. 이슬람이라는 전통적 문명과 공화국이 합해진 혁명으로 사회주의 혁명도 아니고 반체제 혁명도 아니고 좌파들의 혁명도 아니었고 종교지도자들의 혁명으로 이란은 이슬람 율법이 지도하는 공화국이 되었으니 호메이니는 로베스피에르나 레닌, 체 게바라, 카스트로와는 차원이 다른 혁명가다.
종교혁명으로 호메이니가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미국와 이란은 원수지간이 되어 서로 악마라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이 팔라비 전 국왕의 망명을 받아주자 격분한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외교관 50여명을 인질로 잡은 사건은 양국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켜 국교가 단절되었다. 미국은 인질을 구출하려 무리한 작전을 펴다 실패해 카터 행정부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444일이나 계속된 인질 억류기간 동안 대학생들은 외교기밀문서를 공개해 미국을 위해 일한 행정부, 의회, 군, 경찰, 경제계, 관료사회의 부역자들을 만천하에 알려졌다.
이란 혁명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은 근본이 흔들렸고 이스라엘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미국은 이란에서 계속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을 적성국가로 선포한 미국은 이란과 무역관계를 비롯해 일체 관계를 단절했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 때 이스라엘을 중개자로 삼아 이란에 토우 미사일을 팔아 그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해 주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로 알려진 이 사건으로 미국의 추악한 두 얼굴이 낱낱이 드러났다.

미국의 해외공작
이란 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은 원수가 되었으나 그 전에 운명의 오멘이 있었다. 2차 대전 후 미국은 OPC(Office of Policy Coordination 정책조정실)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었다. 창설 책임자는 죠지 캔넌(George Kennan)으로 그럴듯한 이름의 이 조직은 냉전시대에 주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반공 세력 지원, 미국의 적대국가 체제전복, 친미정권수립 등의 정치공작을 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1951년 CIA(중앙정보국)에 흡수 통합되었다
정치공작의 책임자는 프랭크 와이즈너(Frank Wisner)로 2차대전 말기 OSS 소속으로 루마니아에서 특수공작 임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와이즈너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 활동했으나 전후 활동무대를 아시아로 옮겨 이란에도 훌륭한 작품을 남겼다.
1951년, 6.25동란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이란에서는 모하메드 모사데그가 총리로 선출되었다. 그는 이란에서 명망 있는 인사이자 민족주의자로 총리가 되자 외국계 석유회사를 국영화 하는 민족주의 정책을 폈다.
이집트, 이스라엘, 이란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중동의 3마리 개’인데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펴는 모사데그를 미국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있는가? 모사데그 제거라는 숙제가 와이즈너에게 주어졌다. 그는 영국의 해외 공작국 MI6와 함께 2년에 걸친 공작 끝에 반외세 민족주의 총리를 쿠데타로 내쫓는데 성공했다.
해외 정치공작, 선동으로 친미 독재정권 수립을 막후 지휘해 CIA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만든 프랭크 와이즈너는 중증 정신장애를 일으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 1965년 엽총자살로 생을 마감해 알링톤 국립묘지에 묻혔다.
그에게는 이름이 똑 같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몇 년 전 ‘자스민 혁명’으로 이집트 무라마크 정권이 무너질 때 미국 특사로 이집트를 방문했다. 그러나 아들 프랭크 와이즈너는 무라바크를 변호하는 법률회사 소속으로 그런 인물을 특사로 파견한 것이 ‘이해상충 법’ 위배라는 지적이 있었다.
모사데그 축출을 신호로 미국은 중동에서 친미 독재국가를 양산했다. 이라크 후세인 대통령도 아랍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정책을 채택해 마침내 미국의 공작으로 죽었지만 한때는 친미국가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란과 전쟁을 시작했다. 이런 미국의 행태로 오늘날까지 이란이 미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불씨를 만들었으니 이런 것을 자업자득이라고 한다.
2015년 이란은 핵 동결에 합의해 오랜 기간 지속된 경제제재의 그물 밖으로 나왔으나 지난 달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이란이 핵 협정을 준수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고 불인증을 선언했다. 핵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90일마다 이란이 협정을 잘 준수하는지 평가하고 의회가 승인하면 경제제재 철회를 연장한다. 그러나 불인증 판단이 내려지면 의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가할지 여부를 60일 이내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의회가 합의하지 못하면 핵 협정은 파기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강경하기로 말하면 이란 의회도 마찬가지로 파기하려면 해보라고 벼르고 있어 유가전쟁 치킨 게임에 이어 핵 협정 치킨게임으로 내달을 가능성도 생겼다. 이란 핵 협정 파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북한, 러시아, 이란을 동시에 제재하겠다는 ‘패키지 제재’를 들고 나왔으니 그의 심모원려를 알 길이 없으나 2018년이 기대된다.

기사 등록일: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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