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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비승비속의 달에 _ 오충근의 기자수첩
 
겨울과 봄 사이에서
추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2월이 되면 겨울 끝자락이란 생각이 든다. 봄이 곧 올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대심리에 부응이라도 하듯 2월2일 그라운드호그(Groundhog)데이에 발작(Balzac)에 사는 그라운드호그 빌리가 “봄이 일찍 올 것이다”라고 예보했으니 앨버타 겨울은 곧 끝나겠지. 그러나 작년에도 빌리는 겨울이 일찍 끝날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부활절에도 눈이 내려 겨울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전령답게 북미에 그라운드호그 데이가 있다면 우리 문화전통에는 입춘이 있다. 만세력에 의하면 올해 입춘은 2월4일 오전6시28분이다. 만세력은 사주팔자나 풀이해 얄팍한 호기심이나 만족시켜 주는데 이용되는 게 아니라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여 해와 달의 운행과 변화를 설명해주는 역법으로 띠가 바뀌는 시점도 입춘이다.
올해가 무술년인데 입춘부터 무술년(戊戌年)이 시작되는 것이지 양력2018년1월1일부터 무술년이 시작되는 게 아니다. 띠를 결정하는 10간 12지는 음양오행에 근거한 전통적 동양사상인데 서양의 태양력 기준으로 띠가 바뀌는 걸로 편리하게 생각해 ‘황금 개띠 운운’하는 건 상투 틀고 양복 입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일이다.
절기로는 입춘이지만 입춘 추위가 만만치 않아 “입춘 추위에 김장독 얼어 터진다”는 말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다. 서울 소식을 들어보면 영하10도 이하라는데 북서풍과 습도를 감안할 때 앨버타 영하 20도보다 추운 것이다. 천도의 운행은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봄을 맞이하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
2월을 비승비속의 달이라고 했다. 비승시속(非僧非俗)은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를 말할 때 쓰는 사자성어로 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닌 2월을 그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도 2월은 심리적으로 멀어져 가는 겨울보다 다가오는 봄에 기대를 갖게 한다. 봄에 대한 기대가 발렌타인 데이로 나타난다.

2월14일 발렌타인 데이는 로마 클라디우스 2세 치세에 사제 발렌티우스의 순교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 온다. 사제 발렌티우스는 군인은 결혼을 금지한 황제의 칙령을 어기고 비밀리에 군인들의 혼배미사를 집전하다 투옥되었다. 발렌티우스는 감옥에서 기사와 이적을 행 해 감옥 총 책임자 가족들과 하인들을 기독교로 개종 시켰다. 투옥 되었던 발렌티우스는 황제의 명령으로 2월14일 순교 했다고 전해진다.
기독교가 공인된 후 교황 겔라시우스 1세는 사제 발렌시우스 순교를 기념해 2월14일을 발렌타인 축일로 정했다고 전해진다.
종교 축일의 성격을 띤 발렌타인 데이가 일년 중 가장 달콤하고 로맨틱한 날, 누군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날로 된 것은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오서(Geoffrey Chaucer)의 시 ‘새들의 의회’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초오서가 살았던 12세기만 해도 영어가 별볼일 없는 언어로 시는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로 썼는데 초오서는 최초로 영어로 시를 써 영국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새들의 의회는 영국왕 리차드 2세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 왕 카를4세의 딸 앤 공주와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쓴 시로 700행에 달하는 장편시다. 그 시에 “For this was on seynt Volantynys day, Whan euery bryd comyth there to chese his make”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고대 영어로 “성 발렌타인 데이에 모든 새들은 짝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라는 뜻이다.
미완의 장편시 캔터버리 이야기(Tales of Caunterbury)로 유명한 초오서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면 그는 100년전쟁에 종군했다 프랑스군에 포로로 잡혔는데 에드워드3세가 몸값16파운드 주고 석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졌던 100년 전쟁은 실제로 116년간 지속되었던 전쟁으로 프랑스를 구한 잔다아크가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전쟁이다.
초오서의 새들의 의회 발표 이후 많은 시인 문필가들이 발렌타인 데이를 로맨틱하게 표현해 핑크빛 무드로 만들었다. 세익스피어도 햄릿에서 오필리아를 통해 발렌타인 데이의 로맨스를 묘사했다.
오필리아: 제발 그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하지만 혹시 사람들이 까닭을 묻거든 이렇게 말하세요. “내일은 발렌타인 데이, 동녘 하늘 동트면 사랑하는 님 창가에 서서 기다리리. 내 님은 일어나 새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열어주니 들어간 처녀 나올 땐 처녀의 꽃잎이 떨어졌으리”
런던을 중심으로 발렌타인 데이는 로맨틱한 날로 변하기 시작해 연인들 사이에 선물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풍습이 생기기 시작했고 유럽은 중세부터 왕족 귀족들 사이에 궁정 연애가 유행했는데 향락과 사치에 빠진 돈 많고 시간 많은 왕족 귀족들이 발렌타인 데이에 화려하고 비싼 선물을 교환해 그 유행을 타고 서민사회에까지 번졌으니 발렌타인 데이가 상업주의에 물든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12세기의 제프리 초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월은 핑크빛 무드에 젖을 만큼 로맨틱한 달은 아니다. 캐나다에서는

2월, 캐나다 흑인들을 기리며
2월은 아프리카 계, 카리브 계가 캐나다 역사에 함께한 바를 기념하는 달로 1996년 자유당 장 크리티앵 총리 시절 Black history month를 제정했다. ‘다양성이 힘’이라는 NDP의 정치철학이 반영되어 앨버타는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Black history month를 기념하는 네 번째 주가 되었다.
앨버타가 캐나다 연방에 가입한 게 1905년, 그로부터 4년 후 1909년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지에서 일단의 아프라카, 카리브 해 주민들 후손이 앨버타의 문을 두드렸다. KKK단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이들은 오클라호마 법이 흑인들도 다른 인종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되자 캐나다를 찾아 왔다.
국경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앨버타에 들어온 이들은 ‘약속의 땅’ 앨버타 아타바스카 강 유역 엠버 벨리(Amber Valley)에 정착했다. 인종차별에 염증을 느껴 처음에는 몇몇이 개인 자격으로 국경을 넘어 왔으나 1911년에는 200명이 넘어와 공동체를 이뤘다. 가장 많을 때는 공동체 구성원이 300명이었다.
독일, 우크라이나에서 온 정착민들과 이웃해 겨울에는 영하 50도를 밑도는 혹한에 황무지를 일궈 농토를 만들고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세웠다. The Amber Valley라는 야구팀도 만들었다. 백인이고 흑인이고 20세기 초에 눈물없이 중부 앨버타에 정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캐나다는 더 이상 흑인 유입을 바라지 않았다. 연방정부는 시베리아 추위를 방불케 하는 중부 앨버타에 흑인들이 정착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20세기 초, 중국 노동자들에게 인두세가 적용되던 시대에 인종편견이 없을 수 없었다. 당시 캐나다 인구가 700만이었는데 미국엔 흑인인구가 천만이 넘었다. 연방정부는 캐나다가 흑인천국이 될 것을 두려워했다. 캘거리 무역위원회는 중부 앨버타에 흑인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진정서에 서명을 시작했다.
앰버 벨리의 번영은 짧았다. 정착 1세대의 후손들은 1940년 무렵 에드먼튼, 캘거리, 위니펙으로 떠났고 몇몇 후손들은 지금도 엠버 벨리를 지키고 있다. 조상들이 세운 커뮤니티 홀은 박물관이 되었고 우체국도 학교도 다 사라졌다. 1940년대만 해도 인종차별이 심해 앰버 벨리를 떠난 정착 1세대는 냉대 받기 일수였고 직업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심지어 ‘nigger’라는 호통을 듣기도 했다. 20세기 초 중반은 그런 시대였다.
에드먼튼에 사는 레베카 제이드는 1930년대 KKK가 에드먼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것에 주목했다. 지금은 없어진 건물인 다운타운 Imperial Bank of Canada에서 KKK가 신문을 인쇄, 발행하며 선동에 앞장 섰다. 주소는 13, 10105-100 ST로 스코시아 플레이스, 월드 트레이드 센터 부근이다. 제이드는 이곳에 팻말이나 동판으로 KKK 본거지였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픈 과거, 숨기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적 소수에 편견을 갖고 차별하고 무시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그들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주고 기억해주고 보듬어 주는 캐나다의 2월이다.

신문발행일: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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