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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간의 미국서부 여행기
이는 CN드림 11호(1/24일)부터 16호(4/4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연재된 기행문이며 인터넷 CN드림에서는 총 3회로 나누어 실을 예정입니다.

작성 : 캘거리 교민 신금재.

1편

우리가 기르던 금붕어 다섯마리를 앞집 인태네 집에 맡기는 것으로 우리 여행준비는 거의 마무리 되어 갔다. 지난 여름, 잘 아는 형님네 가족이 차를 몰고 미국에 다녀 오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희망이 있네"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
지난 12월 21일 아침 6시 30분
캘거리는 아직 어둠에 쌓여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우리는 남으로 남으로 안개가 잔뜩 끼인 도로를 달려갔다.
Claresholm에서 다른 두가족을 만났다. 커피가 맛있기로 알려진 레스토랑인데 주인이 한국분이셨다. 캘거리 해럴드에 한국대통령으로 새로 당선 된 노무현이 전통탈을 쓰고 있는 사진과 기사가 나왔다며 우리에게 신문을 주셨다. 그 기사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미국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어느 분이 농담삼아 "대통령보다 우리가 났다" 고 하셨다.
우리는 Lethbridge를 지나 국경 검문소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캐나다경찰과 미국경찰이 함께 있었다. 미국에 왜 가느냐? 무슨 일로 가느냐? 과일이 있느냐? 우리는 과일이라는 소리에 일제히 "No"를 크게 외쳤는데 그것은 차안에서 귤을 까먹고 미처 껍질을 못버렸기 때문이었다. 차를 한 쪽으로 주차시킨 후 우리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서류를 작성하고 한사람당 6불씩 세금을 냈다. 시민권자는 돈을 안내고 6개월 동안은 유효하다는 도장을 찍어주었다. 미국 경찰들은 하는 업무 때문인지 모두들 딱딱하고 근엄한 표정이었다.
드디어 미국 땅 몬타나에 들어왔다. Oilmont라는 곳을 지나다보니 석유펌프 같은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름에도 Oil이 들어갔나보다. 미국도 별다를 것이 없네...
가도 가도 들판이 나왔다. 달라진 것은 도로표지판에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가 킬로미터에서 마일로 바뀐 것 뿐... Great Falls를 지나고 몬타나 주도인 헤레나를 넘어가니 어느 덧 해가 졌다. 오늘 묵을 모텔이 있는 딜론을 향해 서둘러 가다보니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 부트라는 도시를 만났다. 산을 막 빠져나오니 온 들판이 불바다처럼 반짝거렸다. 그 곳에는 한국전기념관이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딜론에 도착하여 우리가 예약한 모텔을 찾아들었다. 로비에는 몬타나주를 안내하는 여러가지 엽서와 지도들이 놓여있었는데 몬타나를 상징하는 말은 "Big sky country"였다.
말 그대로 가도가도 높고 커다란 하늘이 연이어 계속되었다. 우리는 캐나다에서 CAA에 가입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AAA가맹 한 모텔을 10% 정도 할인 받아 묵을 수 있었다. AAA에 가맹 한 호텔이나 모텔은 간판 옆에 따로 AAA마크를 크게 해 놓아서 누구든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 세 가족들 모두 아이들은 따로 한 방에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고 어른들은 따로 모여서 다음 날 여행 스케줄에 대하여 의논을 하였다. 이제 우리는 아이다호주를 거쳐서 유타주를 지나 아리조나주에 있는 지온내셔날파크와 그랜드캐년으로 향할 것이다.
우리가 딜론에 숙소를 정한 것은 딜론 아래부터 로키산자락을 지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날이 밝은 시간에 가려고 한 것이었다. 예상 대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Idaho Falls을 거쳐 Pocatello로 가는 동안 눈, 비가 교대로 내리더니 구름 사이로 햇빛이 찬란하게 비추었다. 그러자 반대쪽 하늘에 커다란 무지개가 떠올랐다. 참으로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노아의 홍수 때 무지개는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으리라는 하느님의 말씀이셨다는데 ....
어느덧 점심 때가 다가오고 우리는 유타주에 접어들었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솔트레이크시티 근처인 Ogden에서 또다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마 캐나다로 돌아가면 얼마동안 라면을 안쳐다볼 것이다.
솔트레이크로 접어들자 도로가 12차선으로 늘어났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엄청나게 큰 솔트레이크를 지나면서 언덕 위로 몰몬교의 본산인 거대한 성전의 모습이 들어왔다. 유타주는 옛날부터 철이 많이 생산 되어서 철공업이 발달한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장 굴뚝 위로 불연기가 보이고 캐나다에서 볼 수 없었던 공장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오늘 저녁 하루밤을 지낼 모텔은 Ceder City에 있다. 부지런히 달려야 밤이 더 늦기 전에 도착 할 것이다. 모텔에 도착하여 로비에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고 불도 꺼져 있었다. 얼마 후에 주인이 나왔는데 인도계 남자였다. 우리와 함께 간 형님 한분이 인도계들이 모텔업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서비스는 그다지 좋지 않으니 먼저 방을 체크해 보자고 하셨다. 역시 방에 들어서자 야릇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제 내일 부터 한가족이 떨어져 나가고 남은 두가족이 지온내셔날 파크를 통과해서 그랜드캐년으로 향할 것이다. 한가족은 지온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이제 캐나다에 돌아가서야 만날 것이다.


2편

지난 이틀 동안 거의 차로 이동만 하다가 오늘은 지온내셔날 파크를 지나 그랜드 캐년을 간다는 설레임으로 우리는 새벽 6시 반 모텔에서 떠났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Ceder City를 뒤로 하면서 지온내셔날 파크를 우리는 단지 통과하려고 했었다. 중간 정도 들어갔을까? 우리를 앞서 가던 차가 반대편으로 향할 때 우리는 안내싸인을 보지 못한 채 그냥 앞으로 직진을 했다.
아뿔사! 그 길은 산꼭대기 정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얼음이 얼어 있었다. 뒤에서 아이들은 잠이 들어 있는데 나는 다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점점 올라 갈수록 산 전체의 설경이 한 눈에 들어왔지만 도무지 가슴에 다가오지 않았다.
운전을 하는 남편은 더 마음 졸이며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았고 겨우 정상에 올랐더니 이젠 터널이 나타났다. 다행히 터널 안은 얼음길보다 나았지만 이젠 내려 갈 일이 아득했다. 멈추기를 여러번 하며 간신히 산아래로 내려올 때 아이들이 잠에서 깨었고 딸아이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마치 청룡열차를 여러바퀴 돌고 내려온 것처럼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날은 마침 함께 떠난 형님네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우리는 눈을 맞으며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결혼기념일 축하를 공포와 스릴로 시작한 셈이었다. 하지만 지온내셔날파크를 돌아서 나올 때 우리는 그 규모에 압도 당하고 자연 그대로를 이용 해 이렇게 거대한 파크를 만들어낸 미국인의 프론티어 정신에 감탄 할 수 밖에 없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우리는 그랜드 캐년을 향하여 출발했다. 가도 가도 거대한 숲이 이어졌다.
Kaibab National Forest는 우리나라의 작은 산이 몇 개 포개져 있는 듯 한 느낌을 받았고 산의 흙 색깔이 붉은 갈색이었다. 수억만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 한 동굴들도 많이 보였다. Jacob Lake를 지날 때 안내싸인은 해발 7921ft(2415m)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쩐지 귀가 멍멍해지더니 우리가 한라산보다 더 높이 와 있었구나...
오전 내내 산을 돌아 우리가 내려 올 때는 정오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 유타주를 지나 아리조나주에 접어들었다. "Welcome to Arizona" 안내판 위에는 캬우보이 복장을 한 사나이가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주말영화로 "아리조나 목장의 결투"를 보던 것이 생각났다. 어느 사이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었다. 그런데 차창 밖으로 거대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니 벌써 그랜드캐년인가 싶었다. 산 아래로 커다랗고 붉은 흙덩이들이 집채만하게 떨어져 있고 산 중간에도 여러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걸쳐 있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모두들 처음 보는 풍경에 감탄사를 연발 했고 아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도를 펼쳐 보니 그 곳은 Marble Canyon이었다. 그 곳에서 조금 더 내려가자 콜로라도 강 위로 나바조다리가 있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산 풍경은 언젠가 달력에서 본 그랜드캐년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니 그랜드캐년에 가면 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하면서 검은 색, 붉은 색등 여러가지 돌을 주워 왔다.
그랜드 캐년의 North Rim이 겨울에는 닫힌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 그랜드 캐년 주위에는 인디언들의 거주지역이 여러군데 있었다. Navazo Indian Reservation를 지날 때 우리는 기념품 가게 문을 여는 인디언소녀를 볼 수 있었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그 소녀는 마치 우리 딸아이의 친구처럼 다정한 얼굴로 다가왔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 소녀의 웃음 띤 얼굴이 자주 떠 올랐다.
산으로 올라 갈수록 눈은 점점 더 내렸다. 길가 한 쪽에는 눈길에 미끄러진 차도 보였다. 군데군데 View Point가 보였지만 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서 이곳을 빠져서 산을 벗어나야 할텐데... 우리가 산을 내려올 때는 먹이를 찾으러 내려오는 늑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Ceder City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가까운 길을 두고 그랜드캐년을 보려고 돌아돌아 왔는데 눈길에서 고생만하고 겨우 그랜드캐년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Flagstaff를 지나 Kingman에 도착 했을 때는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차를 라스베가스 방향으로 잡고 후버댐을 향했다. 후버댐은 블랙 캐년과 블랙 마운틴 사이, 거대한 호수 사이에 있는 수력발전 댐이다. 잘 빠지던 차량들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며 멈추는 것이었다. 우리 차 옆으로 경찰차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으로 보아 아마 사고가 난 모양이다. 우리는 차 안에서 기다리면서 기도를 바쳤다. 아침부터 얼음길을 만나고 그랜드 캐년에서 폭설도 만났는데 아직 우리의 시련이 안 끝난 듯 싶다.
후버댐 1마일 간판을 본 지 1시간 쯤 지나서 우리는 댐 근처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들이 거의 멈춘 듯 서행을 한 것은 후버댐 안으로 들어 간 차량들이 모두 속도를 낮추어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후버댐 야경을 바라보았다. 남편은 한국에서 충주수력발전 팀에서 일한 경험을 이야기 했고 우리는 댐의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나중에 확인한 바로는 후버는 미국 제 31대 대통령(1929-1933)이였고 캘리포니아 출신이라고 하였다.
댐위로 커다란 탑이 있었고 그 위에 있는 애리조나 타임은 거의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사기간은 1929년 부터 1930년 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당시 미국 공황 때 많은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 이 댐 공사를 벌였단다. 후버댐을 지나자 'Welcome to Nevada" 안내판이 눈에 들어 왔다. 그와 동시에 이제부터 태평양 시간대가 적용되고 있었다. 이제 1시간 정도 우리는 시간을 벌었다.
우리가 묵을 곳은 라스베가스에서 45마일 정도 떨어진 외곽이지만 시내구경을 먼저 하기로 하였다. Henderson을 지나 다운 타운으로 들어가는 프리웨이는 많은 차량들로 정신이 없었다. 모든 간판이 네온사인 불빛으로 번쩍거려서 눈이 아프기까지 했다. 바비 빈튼, 라이오넬 리치등 옛날 가수들의 공연을 알리는 선전판이 보이고 호텔 외곽은 모두 불빛으로 장식해서 환락도시의 위용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고 가는 곳마다 카지노 간판도 보였다. 이 곳 라스베가스는 호텔비와 음식 값이 다른 곳에 비해 싸다고 한다. 그만큼 카지노 수입이 많은가보다.
그 동안 우리가 묵었던 모텔에서 약 40불 정도 지불했는데 여기서는 거의 반 값 정도인 20불을 지불했다. 모처럼 우리는 화려한 만찬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동안 거의 라면과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었는데... 아이들은 치킨과 스테이크등을 시켰고 어른 들은 중국 음식을 시켜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차도 마셨다.
우리는 시내를 한바퀴 돌아서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는 Primm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Jean을 지나 내려가는 길에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아주 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더더욱 길을 잘 못들어서 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 올 때는 더욱 심했다. Primm에 도착하자 여기도 라스베가스 시내처럼 불빛이 찬란하였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온통 게임기 돌아가는 소리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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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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