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정글을 헤치고_4 (글 : 류지성)
<사막의 달_전편> 사우디 아라비아! 해외건설의 본산이자 메카라고 하는 이곳을 거치지 않고는 진정한 노가다가 아니라길래 말레이지아에서 인도네시아 현장을 한번 더 거친후 사우디 아라비아 행에 몸을 실었다. 김포에서 논스톱으로 14시간 비행끝에 담맘 국제공항에 도착한게 깊어가는 10월의 어느날 밤이었다. 이번 탕수는 9개월만에 휴가니까 거꾸로 매단다 해도 자신이 있었다. 잘 꾸며진 현지본사에서 약 2개월을 보냈는데, 주간에 업무마치면 야간엔 테니스치고, 쇼핑다니고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술하고 women 이 없다는 건데 총각이니까 이성문제야 당연히(?) 해당이 안되는 사항이고 문제는 음(酒)인데 술이 엄격히 금지된 회교국가에서 그것도 종주국에서 그걸 구한다는게 여간 어렵지 않았다. 연말에 7-8명이 각출해서 당시 약 1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조니워커 한병을 극적으로 구했을때 그 감격은 필설로 형언할수 없으므로 여기서 쓰지않겠다. 그 한병을 놓고 굶주린 7-8명이 마시는 rule을 정했는데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병뚜껑에 옆에 사람이 따르면 마신후에 병뚜껑을 옆으로 넘기고 자기가 따뤄주고 물론 대화는 금지다. 만일 따르다가 한방울이라도 흘리거나 마시고 본능적으로 잔을 털었거나 하면 다음순서에서 자동 탈락되는데 열몇개의 눈들이 따르고 마시는걸 뚫어져라 쳐다보니 손이 떨려서 원?그후로 나는 조니워커 만큼은 큰잔에 원샷으로 마신다. 그리좋은 시절도 어느날 현장 발령과 함께 끝이 나버렸는데 사우디 내에 수십개의 현장이 있었지만 팔자 고단한 내가 가는 현장은 역시 그랬다. 사막 한복판에 가동중인 시멘트 공장을 증축하는데 근로자 약 200명을 데리고 직원이 겨우 3명 뿐이었다. 첫날 가니까 나를 너무 반기는 것 같아 약간 불안하기까지 했는데 그 이유는 저녁 식사후에 밝혀졌다. 맨날 3명이서만 고스톱을 치니까 광을 못팔아서 재미가 없었다가 어쨌다나.. 낙이라곤 고스톱 뿐인데 직원이 한명 더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모두가 흥분이 되서 4하고 7이 구분이 않될 정도였다고? 그런데 문제는 내가 고스톱을 못친다는 거다. 나는 체질적으로 한자리에 오래앉아있질 못해서 도박하고는 원래 거리가 먼데 그런걸 모르는 이사람들이 처음엔 믿질 않다가 나중엔 실망과 탄식의 목소리로 소장이라는 사람이 그랬다. 어떤자식이 이런놈을 보냈냐고? 첫날부터 숙소에서 왕따를 당하니 혼자서 할게 있어야지 저희들끼리만 돌아앉아 고스톱 치는데 TV가 있나 볼 책이 있나 말 상대가 있나 초저녁부터 잘수도 없고 그래도 고스톱은 끝까지 안쳤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현장에 모래바람이 하루에 한두번씩 부는데 시멘트공장이라 산더미처럼 야적해놓은 석회석가루가 하얀 밀가루처럼 날려서 신발이 안보일 정도였다. 이걸 할라스 바람이라고 부르는데 할라스 라는 뜻은 중동어로 끝났다 라는 뜻이다. 습도는 0% 이고 기온은 한낮에 40~50℃ 는 보통이고 내가 겪은 최고 기록이 58℃ 였다. 차가 달릴때 에어콘이 없어도 창문을 열면 안 된다. 뜨거운 바람이 가속이 붙어 살이 따갑게 느껴지기 때문에 현장과 숙소를 오갈때 창문을 꼭 닫아야만 했다. 담배는 꺼내서 10분만 들고있으면 벌써 말라 바스락거렸고 한번은 공장내 아스팔트 포장을 하는데 머리 바로 위에는 천몇백도로 구운 석회석이 파이프 속을 통과하면서 엄청난 열을 내고있었고 대기온도는 50℃ 가 넘고 깔고있는 아스팔트는 170℃ 가량으로 뜨겁고 모두 붉은 아라비아 타올로 머리를 싸고 벗어안경을끼고 일을 하는데 기사랍시고 선글라스만 끼고 지켜보고 있으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엉성한 숙소에 돌아오면 창문틈새등으로 모래가 날아들어와 모포위에 두껍게 쌓여있었는데 털면 먼지도 먼지지만 귀찮고 하니까 무거워도 그냥 덮고 잤다. 일요일은 작업이 없다보니까 숙소에서 빨래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외출할때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다른방향으로 소일거리를 찾아다녔다. 일부는 장미석 같은거를 캐러 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족사 라고 부르는 사막 도마뱀을 잡으러 다녔는데 지금부터 사족사에 얽힌 이야기를 좀 할까한다. 뜨거운 사막에서 낮에는 거의 모든 생물들이 활동을 중지하지만 밤이되면 본격적인 먹이 사슬이 이어지는데 이놈들은 밤에 누구에게 보이려고 그러는지 온몸에 울긋불긋한 뿔이나 있고 생긴게 흉칙해서 보기만 해도 징그럽다. 이빨은 없고 주로 곤충류를 잡아먹는데 크기가 팔뚝 만한게 왠만한 사람은 만지지도 못한다. 혼자 굴을 파고 들어가 낮에는 쉬는데 굴입구에 거미줄이 쳐져있으면 빈집이고 모래위에 꼬리가 끌린 흔적이 있으면 현재 재택중이라고 보면 된다. 굴이 깊어 삽으로 파면 시간이 걸리니까 대신 물통의 물을 조금씩 부어넣는데 건조한데에 익숙한 놈이라 물기가 닿으면 질겁을 해서 튀어나온다. 그걸 잡아다 보신용으로 고아서 먹고들 했는데 정력제라나?꼭 닭고기 맛이였다. 몇번 따라가서 힘들게 잡는걸 보다가 나는 방법을 달리했다. 현장의 물차를 몰고가서 고압으로 쏘는건 좋았는데 굴이 무너져 생매장만 시키고 실패했다. 그 다음주는 아예 포크레인을 끌고가서 사막을 파헤쳐 잡곤 했는데 효과는 확실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까 그땐 왜 그랬는지 정말 낮이 뜨거워진다. 한번은 아주 큰놈 한마리를 동료인 정기사 책상 가운데 서랍에 몰래 넣어놓았다.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무심코 서랍을 열때 그놈이 펄쩍 뛰어서 몸에 붙으면 얼마나 기겁을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작업이 끝났는데도 사무실에 일부러 안들어가고 날이 어두워질때까지 킬킬 웃고 다녔다. 나중에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들어가보니 정기사는 이미 숙소로 가고 없고 분위기가 너무 차분한게 난리를 기대했던 내가 오히려 머쓱했다. 뭔가 썸씽 우롱(wrong) 이다 이거는? 하면서 시동을 걸고 차를 빼는데 뭔가 묵직한게 종아리에 확 달라붙는게 아닌가? 질겁을 해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내려다보니 정기사 책상안에 있어야할 그놈이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한참을 멍하니 있었는데 다행히 차를 뺄때 그랬기에 망정이지 숙소로 가는 고속도로 상에서 그랬으면 이건 대형사고 아닌가 괘씸한 정기사놈... 힘든 노가다 생활에 술은 자동차에 연료나 마찬가지인데 사람이 육체적으로 힘든일은 하면 우리몸은 긴장 되었던 근육들이 풀어지도록 알콜성분을 요구하는데 이게 안들어가면 젖산이 자꾸 축척이 되어 만성피로, 스트레스 등 만병의 근원이 된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각성하고 돼지고기와 술이없는 회교국가에서 그럼 술 없이 어떻게 견디냐고? 한국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가 희한한 쪽의 창의력 아닌가? 싸대기라 불리는 술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 한말짜리 보온 플라스틱 물통에 식빵, 이스트, 건포도, 물 등을 잘 배합해서 뜨거운 모래속에 파묻어 숙성을 시키는데 뚜껑에 구멍을 내지 않으면 발효하면서 뚜껑이 떨어져나가 망친다고 했다. 막걸리 같은걸 아무나 만든다고 되는게 아니고 전문 기술자가 따로 있는데 만들거나, 마시거나 하다가 걸리면 강제귀국을 시켜도 말못하니까 이사람의 존재는 절대 비밀에 부쳐진다. 직원으로써 내 임무중의 하나가 이런걸 찾아서 못하게 하는건데 한달이 지나도 심증만 있었지 찾지를 못했다. 술통을 모래에 파묻어 놓고 스트로우만 살짝 빼놓으면 그 근처만 가도 술익는 냄새는 나는데 물어보면 아무도 모른다니 참? 사실은 싸대기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중에는 나도 포함이 되는데 반장들 한테 슬쩍 물어보면 펄쩍뛰곤했다. 두어달이 지나 서로를 알때쯤해서 반장에게 사실대로 부탁을하니 한참 뜸을 들인후에 "정 그러시면 이번 토요일 저녁에 기사님 숙소 문 앞에 두어병 갖다 놓겠습니다"라는게 아닌가. 토요일밤 싸대기 두병을 싣고 밤낚시 400km를 세시간 만에 달렸다. 참고로 사우디엔 속도위반이 없다. 바닷가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덩그런 사막의 달을 보며 몇잔을 들이키자 정기사가 부르는 "고향이 그리워도"에 뜻모를 눈물이 흘러 나왔다. 전라도에서 온 김씨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는짓이 모든게 못마땅하고 항상 주위를 피곤하게 해서 볼때마다 딴 현장으로 쫓아보낼 궁리만했다.하루는 반장한테 다음달에 저 사람을 딴 현장으로 보내니까 그리 아세요 라고 하자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다음날 반장이 내게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기사님 저 친구가 가는건 좋은데 그러면 기사님 좋아하시는 싸대기도 더이상 없습니다 라는게 아닌가? 아니 그러면 저 사람이 바로 그 기술자? 예 그렇습니다? 아! 그렇게 고귀하신 분임을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우매함이여? 김반장 당장 오늘부터 저분을 특별히 배려하시고 딴 현장은 차라리 김반장이 갈테니까 귀국할때까지 안심하고 일하시라 하세요 라고 지시했다. 선친께선 늘 말씀하셨지. 이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지구를 반바퀴 돌아 그 뜨거운 사막의 태양 아래서 약 20만 한국의 근로자들은 두고온 가족만을 생각하며 열심히 망치를 두들겼다. 싸대기의 낭만과 함께... 더위는 이제 정말 지겹다. 이번에 들어가면 알래스카 현장을 지원해야지 싸대기: 술이 금지된 회교국가에서 몰래 마시다가 들켜 귀싸대기를 맞아도 좋다는 뜻에서 귀 자를 뺀말임. (본 글은 CN드림 16호(4/4일 '03)에 실렸던 글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3-08-03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웨스트젯 캘거리-인천 직항 정부.. +1
  캘거리 집값 역대 최고로 상승 ..
  4월부터 오르는 최저임금, 6년..
  캐나다 임시 거주자 3년내 5%..
  헉! 우버 시간당 수익이 6.8..
  앨버타, 렌트 구하기 너무 어렵..
  캐나다 이민자 80%, “살기에..
  앨버타 데이케어 비용 하루 15..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주유소, 충격에 대비하라 - 앨..
댓글 달린 뉴스
  넨시, “연방 NDP와 결별, .. +1
  재외동포청, 재외공관서 동포 청.. +1
  CN드림 - 캐나다 한인언론사 .. +2
  (종합)모스크바 공연장서 무차별.. +1
  캐나다 동부 여행-두 번째 일지.. +1
  캐나다 영주권자, 시민권 취득 ..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