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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기행문(구룡폭포)
 
본 글은 캘거리 교민 이영순씨가 지난 10월초 남편과 함께 모국을 방문하였다가 3일간의 일정으로 금강산을 방문하였던 소감을 적은 기행문이다. (편집자 주) 한국행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정말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을까? 북한땅을 밟을 수 있을까?’ 하는 설래임으로 가득 찬 우리 부부는 10월5일 저녁 늦게야 금강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모국의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로 화창하면서도 선선하고 상쾌했다. 어릴때의 소풍가는 들뜬 동심으로 되돌아가서, 복잡한 서울거리를 벗어나 어둠과 함께 달리는동안 차창을 통해 열심히 밖을 확인하려 애썼다. 늦은 시간에야 고성에 도착했다. 콘도에서는 다음날을 위한 1인용 간식으로 오이, 물, 초코렛, 사탕 등을 준비해주었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전망이 좋았다. 창으로 내다보이는 바다풍경이 아름답고 친숙했다. 칠흙같은 어두움에 들리는 파도소리는 피곤함을 한순간에 잊게해 주려는듯 우렁차게 울렸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잊게하고 지금 이순간에 귀 기울여 달라는듯 소리쳤다. 이상한 소리에 일찍 눈을 뜨니 새벽 4시 30분이었다.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묘한 음악 소리, 어느 누가 그 소리가 알람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많은 인원을 깨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사용한 그 소리는 효과만점이었다. 급히 아침인사를 하듯 베란다창을 열었다. 마침 찬란한 해가 떠오르는 동해바다! 눈부시듯 황홀한 아침햇살은 잔잔한 파도 위에 수줍은 새색시 치마폭에 살포시 주름주름 놓아주는듯 아름다웠다. 일행모두는 짧은 수면으로 피곤한 상태이지만 두부종류로 마련된 가벼운 아침식사는 입안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채워주었다. 역시 먹는 음식에 따라 기분도 달라지는듯 했다. 아침 6시 경 배정받은 버스에 승차를 하자 김민경이라는 안내원을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을 김조장이라고 불러달라는 어투에 북한사람인듯 생각이 들었고, 그녀 역시 이북의 온정리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소개했다. 현재는 울산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더이상 자신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길 부탁하며, 해도 대답을 할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조장은 차안과 밖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여권을 확인하고 각자 목에 걸 명찰을 나누어 주었다. 북한과 한국이란 표현 대신 북측, 남측이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버스의 출발과 함께 김조장은 여권의 중요성과 우리들이 받은 명찰을 잃어버리거나 구겨지면 안된다고 거듭 주의를 준다. 사진촬영은 정해진 장소 이외에 북측마을의 주민이나 풍경은 찍을수 없다고 한다. 구룡폭포 관광 장소에서만 경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 그리고 출발순간부터 단 한명의 이탈자가 있어도 관광을 이어갈 수 없다며 단체행동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북단 통일 전망대로 가고있는 버스 차창밖으로 아름다운 동해바다가 보였다. 안타깝게도 높은 철조망이 바다를 에워싸듯 길가를 장식하고 있었다. 남북 출입국 사무소를 향하며 내다보이는 고성항(장정항: 화살을 당긴는듯한 항의 모양)에는 자연산 생선을 판매하는 횟집들이 있다고 한다. 항을 지나자 한쪽으로 천개의 봉우리가 모여있다는 천불상(654m)이 보인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니 올라갈 엄두도 못낼것 같아 마음 속에 천불이나서 천불상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반대편으로 금강산 해수욕장이라고 불리는 바다와 모래사장이 보인다. 파도는 잔잔하였다. 남북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해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땅에 사는 같은 민족이지만 신원검사를 해야하는것이 안타까웠다. 북한 비자를 받고, 커다란 명찰을 달고서 관광을 해야하는 동족 이산의 비감을 맛보았다. 금강산을 코 앞에 두고 거쳐야 했던 연이은 검사에 모두들 피곤해했다. 그 후엔 인원점검에 들어갔다. 초등학교때의 소풍날을 연상시켰다. 1998년 정주영씨의 노력으로 동해북부지대(민간인통제구역)가 열렸다고 한다. 김조장의 안내가 다시 시작되었다. 3개의문을 통과하면 경무관(북측군인)이 재검문을 하겠으며 검문하는 동안에는 웃거나 말을 건네지 말고 가만히 착석하길 부탁했다. 1문 금강통문 은 남북의 허리띠이며 비무장지대이다. 38선 군사 분계선이 이곳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한다. 2문 통문에서는 북측군인이 보이며 낙타봉(엉덩이처럼 보이는 봉)이 보이고 감호(깊지 않으며 맑은 호수)가 보이는 동해북부선 3문인 구서통문을 바로 지나면 버스가 멈춘다. 영화에 나오는듯한 작고 마른 체형의 두 경무관이 기계같이 움직이며 차에 올랐다. 감정없는 눈동자로 한사람 한사람 점검하면서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 사진이 있는뺏지를 달고 있었다. 검문이 끝난 다음에도 모두들 경직된 자세로 긴장하고 있자, “모두들 숨 쉬세요. 움직여도 됩니다.” 라는 김조장의 말에 일행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그녀의 주의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군사, 정치, 사상, 사생활에 대해서는 묻지 마시고 서로도 얘기하지 마세요.” 차창으로 내다보니 논밭에 일하는 사람이 띄엄띄엄 보이고 한, 두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아주 산골의 평화스런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화창한 날씨에 멀리서 지나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자전거 타고가는 아저씨, 아줌마, 아이들 다 합해도 열명이 안되는듯 보였다. 군인 몇명이 모여서 일하는듯 보이고 그중에는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군데군데 허수아비처럼 만들어 놓은 작은 인형처럼 바짝 마른 체구에 한손에 빨간 깃대를 접어서 아래로 들고 차례 자세로 서있었다. 산위에, 밭길에, 길가에, 높은 돌 위에, 아무 움직임 없이 .. 한명씩 각각 서 있었다. 그들 옆에는 음식 혹은 물병조차 보이질 않았다. 우리들은 손을 흔들고 웃고 눈인사라도 하려 했지만 밖에 있는 그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똑같은 모양과 푸른색으로 지은 허술한 기와집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 , 살고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까만 자가용 한대가 길 위에 서 있었다. 문이 열린 채 군복입은 작은 체구의 아저씨가 앉아있었다. 왜 차가 한대만 보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나가면서 본 높은 산위 바윗돌에는 “사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 라고 새겨져 있었다. 또 다른쪽 바윗돌에는 “선출 명장 김일성 장군” 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문화 유적도 아니고 군데군데 바윗돌 위에 쓰여진 문구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나로 하여금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오전 11시경 온정리 온정각에 도착하니 “금강산 관광객을 동포애의 심정으로 환영한다” 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우리를 반겨 주었다. 환영구호와 달리 지칠 정도의 절차가 맞지 않는 톱니 바퀴 같다고나 할까 일행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버스에 올랐다. 온정각에서 비포장 도로로 금강산을 향해 출발했다. 갑자기 버스가 멈췄다. 도로에 흙이 쌓여서 지나갈 수가 없다고 한다. 예정된 계획과 전달된 상황일텐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10분정도 소요되자 길은 뚫혔다. 관광보다는 절차와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은 관광길이었다. 조장이 다시 주의를 준다. “기본예절인 노상방뇨, 침, 담배,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금하고 관광길에 만나는 물에 일체 신체를 담그는 행위를 하지 말것”을 부탁 하였다. (다음호에 마지막편이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12/2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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