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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 (다섯번째)
1980년 6월

밖에는 6월의 밝은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한껏 물오른 6월의 푸르름이 싱싱하고 좋았다. 한가한 토요일 아침, 오래간만에 둘째를 안고 어르며 TV를 보면서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큰 아들 진이는 프라스틱으로 만든 세발 자전거를 타고 응접실에서 놀고 있었다. 아내는 부엌에서 늦은 아침을 만들고 있었고……
‘야~ 조~오타! 오랫만에 느긋하구나!’

쿵쿵쿵쿵. 갑자기 응접실 바닥에서 소리가 났다. 순간 오랫만에 즐기던 한가한 주말의 느긋함이 싹~ 날라가 버렸다. 아랫 층에 사는 사람이 시끄럽다고 빗자루 꽁지로 천정을 뚜드리는 소리였다. 진이를 카페트가 깔린 곳에서 놀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어쩌다가 카페트가 깔리지 않은 곳에서 자전거를 탄 모양이었다. 어린게 좁은 카페트 위에서 노는 것 보다 자전거를 타고 엄마가 일하는 부엌이며 복도를 다니고 싶었겠지……

전에도 가끔 그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상을 쓰면서 시끄럽다고 말했고, 난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찍소리도 못하고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아랫 층에 사는 사람은 석달 전에 이사온 사람이었다. 자마이카 출신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생긴건 느긋하게 생겼는데, 좀 날카로운 사람인지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곤 했다. 전에 살던 사람은 안 그랬는데…… 하기사 나도 윗층에서 시끄럽게 하면 신경이 쓰이니까, 이해를 할려고 했지만 좀 너무하다 싶었다. 아이들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아이들을 이해하랴!

세발 자전거를 타는 진이를 안아다가 소파에 앉혔다. 녀석은 계속 자전거를 타겠다고 징징거리고 나는 안된다고 하고…… 마침내 녀석은 앙~ 울음을 터트렸다.
“왜 애를 울리면서 그래?”
“뭐라구~?”
“왜 애를 울려?”
“이 사람이~ 누군 울리고 싶어서 울려?”
평회롭던 주말이 아랫 층에서 뚜드리는 빗자루 소리에 날라가 버렸다.

여지껏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준비하던 아내도 기분을 잡친 모양이었다.
“와서 밥먹어!”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얼굴 표정도 조금 전에 보던 표정이 아니었다.
“에이구~ 내가 꼭꼭 맥힌 사람하고 살지!”
“잘 나가다가 갑자기 왜 이래?”
“그만 둬~!”
“내가 뭘 어쨌게~”
“우린 뭐야? 남들은 다 집쓰고 사는데!”
“……” 난 찍소리 못하고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었다. 밥알이 모래알 같았다.
아내는 지난 주말에 고교동창집에 다녀 온 후로 줄곧 저기압이었다.
‘오랫만에 개였다고 좋아했는데 그 놈의 빗자루 소리 때문에 이게 뭐야!’

온타리오 정부에서는 서민들에게 내집을 마련하게 하는 Program이 있었다. 조건은
결혼한 사람이여야 하고,
과거에 집을 가졌던 경험이 없어야 하고,
가계 수입이 정부에서 요구하는 액수를 초과하지 않아야 했다. 사실 나의 수입은 약간 초과했지만 믿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신청을 했다. 제비를 뽑아서 결정하는데 당첨 비율이 5:1이었다. 그런데 정말 운좋게 내가 당첨이 된 것이었다! 아내는 나를 끌어 안고 좋아했다!
‘꿈에 그리던 내집을 가지게 되다니……’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을 해야 하는데 도저히 서류를 조작 할 수가 없었다. 솔직하게 수입을 보고했더니 그 자리에서 당첨이 취소가 되고 말았다.

아내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 세웠다. 약간 초과한 수입은 회사에다 잘 이야기하면 적당히 편지를 써 줄텐데 그걸 못하느냐고 떼를 썼었다. 난 그러면 안된다고 했고.
그렇게 하고 일이 끝났으면 좋은데, 일은 다른데서 터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교동기동창 6명중에서 나까지 4명이 신청을 했는데, 4명이 몽땅 당첨이 된 것이었다. 세~상에! 그 힘든 게 어떻게 4명에게 모두 당첨이 되었는지 우연치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중에서 나만 수입이 초과돼서 당첨이 취소되었고 나머지 세명은 비들기집(?)처럼 작은 집이었지만 내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동기생끼리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모임을 가졌는데, 아내는 친구네 집에 다녀 오기만 하면 심기가 매우 불편해 했다. 주변머리 없는 남편 때문에 집 한칸 없이 아랫 층에 사는 사람의 시집살이를 해야 한다며 입이 십리만큼 나오곤 했다. 아내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민생활을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내 집을 가지고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행복하게 사는데, 우린 아직도 아랫층 사람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했으니……

“왜 이렇게 흘려~?” 아내의 꽥 지르는 소리에 움칠 놀래서 아내를 쳐다보니, 아내의 심기가 심상치 않았다.
“왜 애 한테 소리는 지르고 그래?”
“숱갈 똑바로 잡아! 왜 밥을 가지고 장난을 해~”
“거 참~ 이상하네~ 진이가 어쨌다고 그래?”
“아이 시끄러워욧”
“여보 당신 도대체 왜 이래?”
큰 아들은 드디어 울음을 터트렸고 작은 놈은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은지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내도 아들에게 화풀이를 한게 됐으니 속이 편할리가 없었다. 아내는 숱갈을 놓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둘째를 안고, 눈물에 밥풀에 범벅이 된 큰 아들을 달래느라고 낑낑거렸다.
‘에이~ 지 속은 오죽했을라구!’
‘오늘은 정말 세상 살맛 안나네!’

“내 집 장만의 절호의 챤스는 날라가버렸고……”
“내일부터는 아파트 일층를 부지런히 알아 봐야 되겠네”
아랫 층에서는 응접실 바닥이 울릴 정도 커다란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샹~ 노무 시끼!”


꼬리글: 글쎄~ 그 때 거짓말을 했으면 집을 장만 할 수 있었을까? 장만했을 수도 있었겠지. 어쩌면 개망신을 당했을 수도 있었고.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거짓말을 안하고 집을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장거리 경주이니까……

기사 등록일: 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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