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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든 나무 (여섯번째)
1980년 7-8월

오늘도 허탕을 쳤다. 아파트 1층을 구한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직장에서 가까워야 되고, 교통도 좋아야 하고, 월세 가격도 적당해야 하는데, 입에 딱맞는 떡이 없었다. 더 이상 아랫층 사람에게 신경쓰고 싶지 않았고 더우기 말귀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정말 못 할 짓이었다. 빨리 이사를 가야 하는데……

하루는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할일도 별로 없고 해서 회사 근처에 있는 Shopping Mall에 가기로 하고 다니지 않던 길로 운전을 했다.
“어~!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나?”
걸어서 약 1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아파트도 2동이 있었고 그 옆에는 아담하게 지은 Townhouse가 있었다.
Townhouse 안에는 아주 잘 지은 놀이터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는 학교 적령기에 도달하지 않은 꼬마들이 병아리 떼처럼 모여서 놀고 있었다.

“야~! 나도 저런 Townhouse 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림의 떡이지 뭐~!” 생각하면서 막 지나치려는데 “Vacancy” 표시가 잔디밭에 붙어 있는게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거야? Vacancy라니!’
Shopping Mall에 갈려던 것을 집어치우고 Townhouse Complex로 들어갔다. 사무실을 찾아서 들어서니 여자 한 사랑 앉아 있었다.

“실례합니다. 저~ 잔디밭에 Vacancy 표시가 있는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여자가 멍하니 나를 쳐다 보았다.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네~ 아시다시피 빈방이 있다는 겁니다”
“네~? 이 Townhouse들이 개인 소유가 아닙니까?”
“네~ 아닙니다”
“그럼 Rent를 할 수 있습니까?”
“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해야 합니다”

그 여자의 말인즉, 건물은 온태리오 정부 것이고 건물관리와 운영은 사는 사람들이 한다고 했다. 그런 걸 CO-op system이라고 한다고 했다. 사는 사람들이 잔디도 깍고 수리도 하고 Tenant들이 할 수 없는 큰일들은 외부 용역을 고용해서 한다고 했다. 그래서 사는 사람들 끼리 마음이 맞지 않으면 안되니까, Membership Committee에서 인터뷰를 해서 통과되어야 살수 있다고 했다.
‘좋긴한데 꽤 까다롭군!’
우선 신청용지를 작성하고 직장증명서를 첨부하고 Reference (보증인) 두 사람을 써서 내라고 했다.

일 주일 후에 인터뷰 통지가 왔다. Townhouse는 아담한 3층 건물인데, 1층과 지하실에 한 세대가 살고 2층, 3층을 함께 다른 세대가 살게 되어 있엇다. 손바닥만 하지만 앞마당도 있고 뒷마당도 있어서 뒷뜰은 아기자기 하게 꾸미고 야외 의자를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번에 난 집은 1층이라고 했다.
‘이 집이 되면 참 좋겠는데…’ 흙을 밟고 살 수 있다는게 너무나 좋았다.

인터뷰를 할 방으로 들어서니 다섯 명이 반원형으로 앉아 있었고, 나더러 가운데 마주 보며 앉으라고 했다. 꼭 무슨 심문을 받는 것 같아서 주눅이 들었다. 앉아 있는 사람 다섯을 흘터보니 그 중에 한 사람이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같은 회사의Maintenance Department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어~! 너 어떻게 된거야!”
“나 여기 살아”
“그래? 여기서 보게 돼서 반갑다!”
“신청서를 보고 긴가민가 했는데 네가 맞구나!”

서로 소개를 했는데, 회사 친구는Membership Committee 의 부위원장이라고 했다. 많이 안심이 됐다. 약 30분간 가족사황, 직장관계, 취미 등등 다섯명이 돌아가면서 질문했다. 회사 친구가 있어서 그랬는지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데 올망졸망한 꼬마들이 잔디밭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뛰어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됐으면 좋겠다!’

일 주일 후에 소식이 왔다. 8월 초에 이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젠 아랫층 사람 신경을 안 써도 되겠구나!’ 뛀듯이 기뻤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도 좋은지 전화통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에구~~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으면 저렇게 좋아할까?’
‘내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Townhouse가 어디냐! 셋집이면 어때?’

그런대로 아내를 볼 면목이 서서 좋았다. 회사는 걸어서 15분 밖에 안 걸렸다.
부엌과 응접실, 침실이 두개, 우리 가족이 살기에 넉넉했다. 더우기 넓직한 지하실이 너무 좋았다. 지하실 바닥에 카페트를 깔고 벽을 밝은 색으로 칠했더니 아주 좋은 공간이 됐다. 진이는 지하실을 너무나 좋아했다. 뛰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도 되고, 음악을 크게 틀어도 괜찮았다.

무엇보다도 아랫층에서 빗자루 꽁뎅이로 쑤시는 소리를 안 듣게 되어서 너무나~ 너무나~~~좋았다.
진이가 지하실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저렇게 좋아 하는 걸! 그래~ 이젠 맘놓고 놀아라!’



꼬리글: 함께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적성에 맞게 한 개 이상의 Committee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했다. 난 Maintenance Committee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 사람 사는데는 어디나 얌체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처음 이사 와서는 일을 하느척 하다가 점점 뒤로 빠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끔 이웃간에 다투기도 했다. 일은 하는 사람들만 했다. 난 2년간 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웬만한 집수리는 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았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써 먹는지 모른다. 남들이 같이 일을 하지 않아서 투덜거리면서 했지만, 내겐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고 자산이 되었다.

기사 등록일: 200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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