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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형 컬럼_3) 하늘만 푸르러
이건 하얀 수채화다.
나목(裸木)들 사이에 너무너무 청순해 보이는 하얀 눈송이가 날아온다. 흰나비 같은 함박눈이 휘뿌리면 참을 수가 없다. 무언인지 알 수 없는 함박눈처럼 기분이 들뜨게 된다.
가까운 산책로를 걷는다. 천천히 걸으면 이민살이가 정리된다. 걷다가 눈속에서 피어나는 빨간 열매를 따기도 한다. 야생들장미 열매인데 눈속에 피어나는 꽃같다. 홍차처럼 끓여 마신다. 한가롭게 눈속을 거닐면 만나고 싶은 시인이 계시다. 막걸리를 음식인양 마시던 천 상병 괴짜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잡고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하리라...


아무렴, 아름답고 말고, 상쾌하고 조금은 슬픈듯한 저 묏새소리.
사람 발자국 하나없이 순결한 오솔길.
하지만, '사랑'이란 어디서 묻어 나오는 걸까? 그 사랑 때문에 살다가, 사랑 때문에 생명을 내던지기도 한다. 애수 띤 그리움이라 할까. 목포의 눈물을 흥얼거린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인가 목포의 설움...

이 난영은 사랑 때문에 현해탄 파도속으로 뛰어든 여인이다. 목포의 눈물처럼 가슴이 아리다. 다시 소록소록 휘뿌리는 눈을 맞으며 걷는다. 걷다가 뒤를 보니 발자국이 따라오고 또 그 위로 흰 눈설이 덮어 버린다. 눈송이처럼 순결했던 사랑도 흰눈설 위에서 다시 사라진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인연이라던가, 연분이란 또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긴대로 태어나서 그렇게 생긴대로 사라져 가는 것일까? 지겹게 춥던 긴 겨울도 다 지나가고 있다. 사람도 저 겨울처럼 길게만 생명을 유지한다고 값진 삶은 아닐 것 같다.
요즘은 순서도 없이 1세들이 떠난다. 그 모진 겨울 같은 이민살이에서 벗어나 경제적인 자유를 얻을만 하니까 먼나라로 다시 이민을 떠난다. 근심걱정없게 살만해 지니까 먼저 가버린다. 금의환향하여 보고픈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던 효심도 날아가 버렸다. 아름다움의 밑바닥엔 순수한 눈물이 있다. 이민동창생의 부고를 듣지 않았으면 남모르게 눈물이 솟지나 않으련만. 순수한 눈물을 솟게하는 부용산을 흥얼거린다. 음치이나 가사만을 시(詩)처럼 즐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언제나 그립다. 저 착하고 순진스런 애인이 훌쩍 떠나간다. 한때는 빨치산들이 즐겨 부른다고 금지곡이 되었던 노래이다.

<부용산>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위 글은 CN드림 신문 017호(4/18일자 '03)에 실렸던 글 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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