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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국장에 얽힌 이야기.. 글 : 유인형
한때 지국장을 지냈다.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주간지이다. 그것도 인구가 제일 많이 몰려있는 토론토이다. 각 도시에 조금씩 동포들이 건너오던 시절이니까, 신문에 산문도 쓰고 지역소식을 보내어 정보순환을 꿈꾸었다.

-지국장님 제 남편좀 찾아 주세요
-뭘 찾아요. 남편이 길을 잃었나요?
-집을 나갔어요. 도망갔어요!
젊은 여인이 찾아와 남편사진을 보여준다. 영주권을 얻자마자 사기결혼이 나타났다. 남편을 찾아 돌아다녀야하는 젊은 여인이 안타깝다.

-지국장입니꺼? 방금 국제비행장에 내린 국씨래요.
-바쁘니 용건만?
-내사 마 '찡'이 없심더. 좀 도와주소.
-이 양반 어디 외출 나왔나. '찡'이 뭐요?
자질구레한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독일에서 네덜란드 관광비자를 거쳐 용케도 건너왔다. 영주권이 없는 불자(불법이민자)다. 그래도 운이좋아 신흥 오일산업공장에 연결시켰다. 턱없게 일손이 모자라던 때여서 취업만되면 고용주 도움으로 이민국의 취업'찡'이 발행됐다. 바로 영주권 길몫이다.

-거기 유 지국장 바꿔!
-아니, 이 밤중에 무슨 헛소리요?
한 밤중에 전화가 걸려오면 덜컥하고 가슴이 내려 앉는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생존해 계실때이다. 무슨 외신클럽의 확인요청이다. 이곳 사정을 모르는 전화이다. 흰톤에서 대형열차 사고로 인명피해가 많은데, 그곳 지국에서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다. 지도상으로 봐선 에드몬튼과 흰톤은 옆에 있겠으나 몇시간을 달려야 한다.

-아, 여보세요. 존경하는 유선생님 안녕하세요. 그곳은 날씨가 어떤지요?
-여보쇼. 난 손님에게 핫더그 팔고있소.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게 아니오. 몹시 바뻐요. 핫더그 알아요?
-정말 미안해요,
-핫더그 싸들고 있다구요. 용건은?
-영화배우 지미씨 아시죠. 지미씨와 결혼할 심장의 박사...
-지미인지, 씨미인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끊어요. 핫더그 파는 중이요

심장수술의 권위자가 재혼을 하기전에 신원조회를 의뢰한 셈이다. 지국장이 유명한지 서울서도 알고있다. 제일 화나는 명령조 전화중엔 영사관도 들어있다. 몇월 몇시, 국회의원 누가 공항에 도착. 물론 안내부탁이다. 그무렵엔 어디로 연락할 한인회 사무실이 없었다. 한인회장의 개인전화가 공공용인 셈이었으니까... 모두가 무보수의 봉사직이다.
신문지국도 내딴엔 동포사회를 위한 봉사로 믿었다. 그런데 우리들의 배설구와 만난셈이다. 가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이 숨어있다. 신문에 기사화를 위한 제보인지 몰라도 위험천만의 기사꺼리다. 자식이 부모를 때리는 패륜아도 있다. 신앙인 비슷한 목사와 장로의 코피 터뜨리는 권투시합도 있다. 드디어 요지경을 들여다 보는 자원봉사 지국장을 내던지게 되었다. 그 지국장이란 이름이 무슨 감투로 착각을 한 친구가 나타났으니까...

그때의 주간지는 일간지로 바뀌고, 동포사회가 커져가면서 큰 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정보순환의 미디어엔 사명감이 있어야한다. 광고로 쉽게 돈버는 장사꾼으로 끝난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쓰레기 같은 공해만 일으킨다. 또 다른 일간지가 생겨났다.
신문사를 차리는건 쉽다. 그러나 이곳은 캐나다사회이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위한 이사회의 생활정보가 중요하지만 서울을 뒤돌아 보게 만드는 재판신문이다. 거기다 신문 발행인끼리 싸울수 밖에 없는 광고다툼이 있다. 동종업체끼리 물고 뜯는 추태이다.
지난 연말에 총영사가 마련한 회식장에서 감정이 폭발했다. 자유당 말기시절의 깡패기자가 이민을 왔나? 유리컵을 던져 몇바늘의 부상을 치료한 기사가 났다. 저런 발행인을 위해 지국장을 했던가. 입맛이 써진다. 유리컵을 던지는 저런자가 한인사회의 지도층인사라니 배신감이 뭉클 솟는다. 언로(言路)는 어렵다. 서로 말문이 막히면 불신자 루머사회가 된다. 그래도 혼자 덮기 어려운 특종감이 몇 개있다. 사생활이니까...

-지국장님요. 제 마누라와 자식좀 찾아주소. 글쎄, 그년이 침대까지 들고 튀었다오. 저금통은 물론이고 세탁소까지 팔고 줄행낭 놨시오. 노랑머리 종업원 놈하고 배가 맞아 갖구설랑. 고향에 다녀오는 사이에 내 침대까지 몽땅싸들고 줄행낭 놨시오. 지새끼는 그렇다치고 내 새깨까지 끼어차고...

(본 글은 CN드림 019호(5/16 '03)에 실렸던 글입니다.

기사 등록일: 200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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