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캘거리 성결교회 한호 목사 서방 로마 제국의 멸망과 아울러 수많은 독립 왕국들이 건설되었다. 이들은 모두 그후의 교회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그 이전부터 이미 형성되었던 두 개의 큰 조직, 즉 수도원주의와 교황제에 새로운 기능과 권력을 부여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의 상황과 중세시대의 가장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수도원 운동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한다. 1. 서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로마인들은 "야만족들(Barbarians)"을 단지 침략과 파괴를 일삼는 약탈자로만 생각했으나, 이들의 대부분은 실상 로마 제국 안에 정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들은 그곳에 자리 잡고 오래 전부터 멀리서 앙모해 왔던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를 원했다. 따라서 일정 기간의 방랑 생활이 끝나자 이러한 침입자들은 대부분 제국의 여러 영역에 정착했다. 이들 중 일부는 물론 자기들이 원하던 지역을 정복했으나, 어떤 경우에는 다른 부족들에게 밀려나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는 지역에 자리 잡게 되었다. 많은 부족들 가운데 기독교 신학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북아프리카 지역과 선교에 의해 기독교가 전해진 아일랜드 지역만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북아프리카인들이 소위 "헬라인들(Greeks)"이라 불렀던 동방의 침입자들은 또 다른 기독교를 도입해 왔다. 이들은 서방 정통주의자들과 교리에 있어서는 일치했으나, 문화와 일상생활은 현격한 차이를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7세기 말 모슬렘이 이 지역을 점령했을 당시, 기독교는 극심한 분열의 양상을 띠고 있었으며, 결국에는 사라지게 되었다. 아일랜드는 로마 제국에 예속된 적이 없었으나 기독교는 제국의 멸망 이전에 이미 그곳까지 전파되었다. 아일랜드 선교는 성 패트릭(St. Patrick)의 공로라고 평가된다. 패트릭은 소년 시절 아일랜드인 약탈자들에 의해 브리튼에서 사로잡혀 가서 아일랜드에서 노예 생활을 했다. 그는 목숨을 건 탈출 후에도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후, 환상을 통해 이전에 자기를 포로로 잡아갔던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소명을 받게 되었다. 아일랜드로 돌아간 그는 여러 가지 혼란을 겪었으나, 결국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주민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아일랜드 계열의 사람들이 St. Patrick Day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안되어 수도원들이 설립되고 이곳들을 중심으로 고대의 학문이 전수되었다. 아일랜드는 당시 유럽을 휩쓸던 갖가지 침입과 약탈을 모면할 수 있었으며, 이곳의 수도원들은 고대 로마 제국의 문명과 문화를 보전하여 후대에 전수하는 소중한 역할을 담당했다. 2. 베네딕트의 수도원 운동 서방 수도원 운동의 형성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480년경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베네딕트(Benedict)였다. 그는 20세 가량 되었을 때에 수도사가 되기를 결심하고 동굴 속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육체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한 극단적 금욕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후 그의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이에 다라 이집트에서 존경받는 수도사들의 경우처럼 주위에 제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수도원을 형성했다. 베네딕트의 위대성은 무엇보다도 그가 공동체를 위해 작성했던 "규율집(Rule)"에 있다. 이 문서는 비록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그 후 수 세기에 걸쳐 서방교회 수도원 운동의 기본적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베네딕트는 수도 생활에 있어서 두가지 요소를 가장 중요시 했다. 이들은 "영속성(permanence)"과 "순종(obedience)"이었다. 영속성은 수도사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수도원을 옮길 수 없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베네딕트파 수도자들의 영속적 거주는 사회의 혼란기에도 수도원 제도를 안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두 번째로 규율집(Rule)은 순종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규율 자체에 대한 순종을 의미했다. 그리고 수도원장에 대한 순종 역시 '지체없이' 행해져야 했다. 이는 단지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이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기꺼이마음 속에서부터 우러나와 순종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순종에 대한 강조는 수도원 운동의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왜냐하면 규율집에 따른 절차를 살펴보면, 사막의 위대한 영웅들과 같은 성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흠과 실수가 많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 씌여졌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딕트의 규율집은 또한 모든 수도사들에게 육체 노동을 요구한다. 질병이라든가 혹은 특별한 재능 등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순번제로 모든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 아무리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 할지라도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수도원 운동은 중세 시대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왜냐하면 많은 수도원들은 수도사들의 노동에 의해 경작된 토지 위에 설립되었고 그 결과 유럽의 농경지 면적이 급격하게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체 노동을 천한 것이라고 멸시했던 사회 속에서 수도원은 가장 뛰어난 지성(知性)과 영적(靈的)작업이 고단한 육체 노동과 만날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베네딕트는 수도 생활의 핵심을 기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시편 119:62, 164에 따라 낮에 일곱 번, 밤중에 한 번, 모두 여덟 번씩 모여 예배를 드렸다. 이러한 집회의 대부분 시간은 시편의 낭송과 기타 성경 강독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대부분의 수도사들은 시편 전체와 성경의 여러 부분들을 암기할 수 있게 되었고, 각각 시간에 따라 읽어야 할 성경의 부분들을 정리해 놓았다. 이것이 성무일과(聖務日課)로 불리게 되었다. 성무일과를 거행하기 위해서는 서적들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수도사들은 성경 및 기타 서적들을 필사(筆寫)하는데 익숙해졌으며, 서적들이 후대를 위해 보전되었다. 이런 일로 말미암아 수도원은 중세 시대에 학문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나중에 종교개혁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5년 4/29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5 CNDrea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