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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남자들
본 글은 CN드림 010호(1/10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제목 : 간 큰 남자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캘거리서부터 알던 친구를 내가 머물던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그가 회원인 정구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공을 친 적이 있습니다. 운동이 끝나고서 모두 함께 어울려 떠들석 하니 술판을 벌렸습니다. 명색은 나를 환영한다는 것 이었지만, 그건 바로 내가 조마조마 했던 일 이었습니다. 여럿이 같이 쓰는 술잔을 돌리는 것 부터가 꺼림직했고, 무엇보다 내 주량과는 상관 없이 술을 먹인다는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점점 거나해 지면서 그 중의 한 사람이 볼품없이 주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소위 '기러기 아빠' 였던 것입니다. 아이들 조기유학 유행 바람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서러움을 이렇게 달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기고만장하던 것이 눈물이 되었다가 급기야 노여움으로 변하였습니다. 직장이라는 큰 집단체에서, 술 마시는 작은 모임으로, 다시 의기투합한 몇몇만이 2차를 가면서 나는 떼어 놓았습니다. 서양물 좀 마셨다고 아니꼽게(?)구는 나를 따돌린 것은 오히려 내가 바라던 것이니까 하나도 서운할 일도 아니고, 그들이 술만으로 끝날까도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주색(酒色)이라고 하면, 술과 여자가 한 짝을 이루는 말로, 세속에서 성역(聖域) 에로의 통과 의식인 '씻는 행위'를 주(酒), 색(色)은 생산(生産)이라는 여자의 특수성에 근거한 종교적 뜻이 있다고 합니다. 여하간 이 두 가지가 모두 인류문화에서 가장 원초적 해방을 나타내는 그 무엇이라고 김용옥씨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술주정이나 주색잡기나, 개인이 일상성에서 이탈하는 망나니 짓이나 종교적 축제의 일상적 표현이거나 간에 우리들에겐 오랫동안 이어온 끈끈한 인간사 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밤 낯으로 옭아 매여 숨가쁜 아버지들, 함께 만나 운동 하고 술 마시는 것은 어쩌면 빈틈없이 통제된 사회에서 긴장 푸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다고 이해해 주려고 난 애쓰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술집으로, 또 어떤 이는 교회로, 어디로든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고질화한 병폐를 변호할 의사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밤늦게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아내들이 필자에게 개 '수작' 마라! 하면 난 더는 할 말을 잃습니다. 주인과 손님이 잔을 돌려 수작(酬酌)하며 친분을 다지고, 시흥을 돋우며 대작하던 풍류는 옛 소설에서나 읽으면 되고 .., 지금 퇴근 후 밤거리의 한국 남자들이 가정이라는 또 다른 틀 속으로 돌아가기 전에 빠트리지 못하는 이 술 마시기는, 마치 뒤집어 씀으로 해서 더욱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탈, 바로 그 '탈을 마시는 행사' 일 수도 있습니다. 저 카타르시스인가 뭔가 하는 그것, 쌓여 뭉친 몽우리는 가끔 한번 씩 토해 내 버려야만 후련해 집니다.우리 나라에는, 직장과 집이라는 정돈과 질서의 구조로부터 잠시 숨통을 트게 해 준다는데 술집의 변명이 있고, 좀 무너지고 '개판'을 벌려도 너그럽게 보아 주는 사회의 분위기라는게 있습니다. 말짱한 정신으로는 어림도 없는 짖을 맘 턱 놓아도 어느 정도 까지는 용인하는 것은 규칙 없어 난장판인 술판의 유일한 규칙일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규칙은 이것만도 아닙니다. 순배를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초참이면 통과해야 할 '신고식'을 치루고, 잔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빠져버리기에는 이미 늦어 있습니다. 이쯤이면 술에 약한 사람에게는 긴장이 풀리기는 커녕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술을 하면 풀리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커지는 것도 있습니다. 한의학에 해부학이라는게 있는지 어떤지, 열어 보지도 않고 촉진만으로도 어떻게 '간덩이 붓는 것'을 알고 '쓸개를 빠진 것'을 아는지 참 희한한 일입니다. 술에 절어 커진 간덩이와 쓸개 '담'의 담력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여기서 상관 할 일이 아닙니다. 쓸개 빠져 제 정신이 나갔거나 담이 크거나 간덩이 부어 만용부리는 거나, 어떻거나 객기는 한 잔 걸쳤다 하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가 한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용기는 너무 괴롭고 힘들어도 술로 도망치지 않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입니다. '한잔 또 한잔만 더!'하다가 어느 사이에, 크다 못해 배 밖으로 삐져 나온 간덩이는 진정 용기가 아닙니다. 위장내과에서 그것을 술로 인한 간 지방 축적이라 하여 경변증이나 간염 등과도 무관 하지 않다니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쯤은 3차에 가 있을 그 남자의 주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입니다. 힘든 교육 현실에서 괴로워하는 아이들 딸려 떠나 보내고 아내 없는 세월을 흔들흔들 제 정신 못 차리며 쓸개 빠지고 간만 큰 이 남자, 가족이 흩어져서 모두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한심한 친구가 아닌가 합니다. 글 : 한무명 (2003년 1월) Copyright 2000-2003 CNDreams.com All right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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