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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걸린 캘거리 양심
 
엊그제 아침에는, 한동안 몹시 춥던 날씨가 그만만해 밖에 나가고싶어 안달하는 우리 누렁이를 데리고 모처럼 긴 걸음을 하였습니다. 집에서나와 공원같이 넓다란 공터를 지나서 오솔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보우’강(江)이 나옵니다. 여름에는 수영이 제격이겠지만 이런 엄동에는 물을 끔직이 좋아하는 ‘핸섬’이도 시큰둥합니다. 한참을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부부가 자전거옆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도대체 무슨일 일까? 젊지도 않은 사람들이 좀 풀린날씨라고는 해도 아직은 한 겨울인데 싸이클링을 하는 것도 아닐테고….., 어떻게 도와주기라도 해야하는가? 그들은 나를 보자 우물쭈물하였지만 내가 상관할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는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초로의 수수한 그 남자의 부인은 마치 광고 촬영쯤이라도 하러나온냥 한껏 차린 분이었습니다. 하여튼 눈이깔려 미끄러운 길도 그랬지만 그들의 나이나 차림새로는 길가에 세워논 산악용 자전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보이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남편이 흘낏흘낏 주위를 머뭇거리는 사이에 부인은 오던길을 되돌아서 자전거를 끌고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강쪽으로 나갈 때 이미 내 눈에 익은 자전거 였습니다. 까닭이있어 잠시 놓아 둔 것을 가지러 남편을 데리고 온 것이었을까? 그렇다고 보기에는 억척을 부리며 그것도 눈쌓인 언덕길을 끌고가려 애쓰는 부인옆에 6척장신의 건장한 남편이 건성 따라가고있는 것으로는 설명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나는 분명 자전거가 1시간 전부터 길가에 누어있는 것을 보았고, 그저 팽개쳐버려진 물건이 아니란건 ‘핸썸’에게도 뻔한 일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토런토에서 였습니다. 그 때는 신문을 사려면 자물쇠없이 앞이 훤히 터진 신문판매대에서10쎈트를 돈통에넣고서 집어오면되었고, 누가 보든 안보든 양심따위를 두리번거릴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통에들어온 금액과 갖다놓은 신문매수가 틀린다는 영업부의 불평이 간간히 들리기시작하더니, 급기야 ‘토런토 스타’지(誌)의 기자 한 사람이 시민들의 양심을 진단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지하철에서 주인을 잃은 물목이 년간 1000여개나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승객의 건망증세는 아주 심각하여서, 우산에서 가방까지 별의별 이상한 물건들이 다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1000명의 건망은 또다른 1000명이나되는 물건찾아주려는 정직한 마음들이있기에 그리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얼마후에 같은 지하철분실함 사정을 재조사 한 것을 나는 매우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더는 분실물 보관함이 넘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시민들의 건망증이 우선은 양호(?)해진 것이 아니냐는 서두에,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들이 정상건강을 회복하는 깜쪽같은 기적이 있을 수있는가 나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기자의 진단은 나의 예상과 같았습니다. 치유된것이 아니 었습니다. 단지 1000명의 양심성이 비양심성, 그러니까 악성으로 ‘성전환’을 하였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도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는 번거로운 수고를 더는 하지않았던 것입니다. 마운튼 바이크나 우산같은 비교적 하찮은 물건에서, 크게는 윤리, 심각하게는 믿음과도 관계있는 것이 이 양심입니다. ‘누가 보고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일깨우는 마음의 소리’(에취 엘 멘켄)를 양심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이 부끄럽다’느니 ‘죄지은 것 같다’느니 하는 것은 바로 세상살이에서 확인되는 양심의 아주 작은 사건이며, 이 양심은 사건에 연루 될 때까지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정신심층에 자리를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실체를 그리기가 쉽지않은 그 어떤 것입니다. 식탁에 놓아둔 ‘쿡키’를 내 허락없이 슬적해버린 나의‘핸썸’은 고개를 떨구고 마치 가책이나 받은듯 할 때가 있습니다. 개도 양심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게 야단을맞아 그런 것인지…… 윤리니 도덕이니 신앙이니하며 문제삼지 않는 것을 보면 다른 동물에게는 양심따위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만 특유한 이것은 우리를 궁극적 진리에로 안내하는 인간 삶의 의미나 가치와 직접 관계한다는 ‘빅터 프랭클’의 지론에 이의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세상사람들은 누구나가 책임지고 양심을 일상 생활화하여야 하는것입니다. 개인이 이 책임을 인정하려들지 않고 ‘운명에만 맡긴다’면 인간가능성을 최대화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특권을 포기하는것이 됩니다. 수도하는이는 자기 개인의 내적 평형유지로만 될 수있을지 모르지만, 밖의 세상과 연관되어 있는 사회인으로서의 우리일반은 늘 양심의 소재파악을 하고있어야됩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사는 것은 인간가치의 최고치입니다. 최고에 자리하고있는 정의는 윤리를 문제로삼고, 그것을 세상에 구현 시킨 것이 도덕이지만, 도덕으로만으로는 세상이 잘 다스려지지를 않습니다. 요리조리 잘도 매끄러운 인간들, 양심을 놓고서 제 편한대로 건망증세를 핑계대기가 일수이기 때문입니다. 물건 떨어트리고 사는 건망증이야 별 대수가 아니겠지만 자기 양심까지 팽개치는 건망증환자 행세가 늘어가면 이 세상이 어찌될런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나는 그들 부부를 한참이나 따라갔었습니다. 이제 그 두 ‘비양심’이 어디사는 누구인지 나는 다 보아두었습니다. 나야 실버스프링스의 한 모퉁이에서 근근히 끼어사는 처지이지만 그들이야 말로 좋은 공원을 앞마당으로하여 아주 덩그러니 사는 사람들인데 무엇이 더 부족한 것인지 모를 일입니다. 바짝 뒤따르는 나를, 그것도 그들의 개와 나의 ‘핸썸’이 뛰고 짖으며 난리를 치기를 한참이었는데 그 둘은 끝내 나를 뒤돌아 볼 용기를 갖지못하였습니다. 난 힘들이며 밀고가는 그들의 욕심과 비양심을 힐책하였습니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결국에는 양심까기도 건망증에 걸리는 수가있는가? 이런 저런것 다 챙기지 않아도 본인은 모르니까, 건망은 세상살이의 한 편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항상 지니고살기 힘드는 것이 양심입니다. 그레셤의 법칙에서는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라지만, 나의 인간 심성의 법칙에서는 “악심은 양심을 구축” 하고 있습니다. 돈앞에서는 꿈쩍도 못하는 양심이니 조금만치라도 양심가진 사람이면 나의 이 심성의 법칙을 놓고 이러니 저러니하지 못할것입니다. 양심이 돈과 긴밀한 연계를 갖고 있으니까….., 이 정신건강분야도 누가 한번 연구해보면 꽤나 수지맞을수도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일이 있고서 며칠이 지난 오늘아침 다시 그 자리를 지나쳐갔습니다. 자전거가 있었던 자리 나무둥치에는 이런 종이쪽지가 꽂아 있었습니다. “잃은 물건 찾아가시오. 보관하고있는 물건은 ‘지 티 스노우레이서’ 자전거 한대. 전화연락바람. 123-4567. 잘 알지도 못하며 남의 양심을 성급히 고발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만 바르다고 세상을 심판하며 도덕가인체 한것은 나의 양심에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편집자 주) 본 글은 CN드림 2004년 2/13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Copyright 2000-2004 CNDream. All rights Reserved

기사 등록일: 200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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