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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물로 세수하고 와!
우리집에서는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아내와 내가 하는 일은 거의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주로 악역이었고 아내의 역은 선한 역이었다. 아내가 듣으면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의 역할은 주로 잔소리에 속하는 일들이었고 아내의 역할은 인기(?) 얻기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공부해라. 숙제했니?” “청소해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밤 12시 전에 집에 와라” “머리 모양이 단정했으면 좋겠다” “교회 갈때는 T-shirt를 입지마라” “어른들을 만나면 꼭 인사해라” 등등… 은 내 역활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내 표정만 보면, “아빠, 잠간 잠간만요” 한 다음엔 내가 할려고 했던 이야기를 고대로 할 정도였다. ‘내가 좀 너무했나?’ 싶을 때가 많았다. 반대로 아내는 용돈 주기, 새벽 한 두시 까지 기다렸다가 문 열어주기(물론 잔소리 없이), 맛있는 음식 만들어 주기, 아이들과 대화 나누기, 더우기 나와 아이들 사이에 의견 충돌로 아이들의 기분이 팍 상했을 때 다독거려 주기 등등…. 좋게 이야기하면 우리 부부는 음과 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 졌다고나 할까? 이젠 아이들이 다 커서 잔소리 할 기회도 별로 없지만, 요즘에 가끔 모여 앉으면 옛 이야기를 할 때가 있는데, 주로 내 잔소리가 얼마나 지독(?)했나 였고 그 때 자기들의 심정이 어떻했나를 이야기 한다. 그 중에 가끔 등장하는 단골 메뉴는 무료 가정교사 할때 이야기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무척 좋아했고 잘 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교과정를 마칠 때까지 무료 수학 가정교사 노릇을 했다. 그 때 썼던 방법 중에 두 가지를 아이들은 곧 잘 이야기 한다. 첫째는 수학시험 보기 전에 모의 시험 문제를 열개 내주고 풀게 한후 열개를 다 맞게 풀면 그날 저녁 공부는 끝나지만, 한 개가 틀릴 때마다 그와 비슷한 문제를 두개씩 더 내주어서 맞을 때까지 풀게 했었다. 그게 아이들에게는 큰 고역이였던 것같다. 요즘도 “아빠, 얼마나 지겨웠는지 알아요?” 한다. 둘째는 공부하다가 졸면 “야, 화장실에 가서 찬 물로 세수하고 와!” 였다. 군대의 선임 하사같은 아빠가 그렇게 미웠(?)단다. “아빠, 그런데 참 이상해요” 큰 아들이 이야기를 꺼냈다. “뭐가?” “학기 말 시험 칠 때 여자 친구랑 같이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한 참 공부하다 보니까, 그 애가 조는 거예요” “힘들었던 게지” “조는 애한테 제가 뭐라고 했게요?” “내가 어떻게 아니?” “어깨를 탁 치면서 ‘야, 가서 찬 물로 세수하고 와’ 그랬어요” 우리는 모두 배꼽을 줘고 웃었다. 세 아들 중에 첫째가 “찬 물로 세수하기”를 제일 싫어했었다. “아빠, 내가 그 이야기 하고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요?” “왜?” “내 표정이나 말투가 아빠하고 똑 같더라구요” “야, 네가 누구 아들이냐?” 다시 한 번 배꼽을 잡고 웃었다. 웃음이 끝났을 때 막내가 입을 열었다. “아빠, 우리 정말 아빠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맞아요, 어릴땐 몰랐는데 우리가 이렇게 잘 자란 것 다 엄마 아빠 덕이예요” 둘째의 말이었다. 옆에 앉아 있던 큰 녀석이 제 동생들에게 하듯, 내 등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 큰 녀석이 사춘기였을 때, 나랑 많이 다투었다. 물론 내 경험 부족이었고 “맏이만 잘 기르면 둘째 세째는 거져” 라는 돌팔이의 말을 듣고 특히 큰 녀석에게 엄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난 아이들과 다투다가 타결 점을 찾지 못하면, ‘너희들도 언젠가 애비가 돼 봐라’ 라든지 ‘내가 좀 심하게 잔소리 한 것 언젠가는 이해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고맙다” 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자기 눈앞이 흐릿 해 질려고 했다. ‘자식들은 제 엄마 아빠를 닮는다고 했는데, 제발 나쁜 것은 몽땅 빼고 좋은 것만 닮아다오’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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