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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__ 어진이 칼럼
내 나이 4살

오늘은 엄마의 볼을 만지면서 놀았다. 아빠가 옆에서 부러운듯이 쳐다 보고 계셨다.
“여보, 당신도 이리오세요” 엄마가 말하셨다.
“재미있게 노는데, 내가 왜 방해를 해!”
“여보, 당신 질투하는구나!”
“아~니야”
“그럼 이리 와요”
아빠가 오셨다. 나는 엄마와 아빠 가운데 앉아서 한 손으로는 엄마의 볼을, 다른 손으론 아빠의 볼을 만졌다. 엄마는 보드럽고 아빠는 까칠까칠했다. 난 엄마, 아빠가 너무너무 좋았다.

내 나이 18세

아버지가 벼르고 벼르다 새 차를 사셨다. 아버지가 타시던 차는 내 차가 됐다. 야! 신난다! 어제는 할아버지가 Canadian Tire에 가서 Brake shoes를 사오셨다. 주말 오후를 몽땅 내 차를 위해서 수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차에 대해서 참 많이 아셨다. Brake를 고친 다음에 Highway를 운전했다. 아직 쌩쌩 달렸다. 할아버지 기술은 일품이셨다.

비디오 가계에 가서 비디오를 빌려왔다.
“할아버지 저랑 비디오 보실래요?”
“야, 또 총쏘고 죽이는 거면 난 싫다”
“이번엔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걸꺼예요”
할아버지랑 나란히 어깨를 마주대고 비디오를 봤다. 어머니가 과일을 깍아다 주셔서 분위기가 더 살았다.
‘할머니가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내 나이 28세

오늘은 옥이를 집에 데리고 왔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옥이를 편하게 해 줄려고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았다. 옥이도 처음엔 어려워하다가 나중엔 자연 스럽게 대화를 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봤지!’ 옥이가 간 다음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했다.
“옥이 참 착하드라”
“맞아요 참 착해요”
“야, 임마 벌써부터 마누라 될 사람 자랑이냐?”
”전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예요. 하하하”
부모님은 옥이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나도 빨리 결혼해서 부모님처럼 행복하게 살아야지.

내 니이 30세

아들녀석이 젖을 빨다 말고 엄마의 젖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녀석이 부러웠다. 녀석이 태어나기 전에는 몽땅 내차지였었는데… 가만이 아내의 뒤로 돌아가서 아내를 감싸안고 나도 젖을 만졌다.
“여보, 왜이래요? 애가 보자나요!”
“사람 차별하지마!”
녀석은 엄마의 젖을 만지다가 잠이들었다. 이젠 모두 내차지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아들! 무엇이 부러우랴!

내 나이 37세

초인종을 누르자, “아빠” 하며 아들 셋이 뛰어 나왔다. 작은 놈 둘을 한 손에 하나씩 안았는데 손이 하나 모자랐다.
“어이구 우리 작은 왕자님들은 엄마말 잘 듣었나요?”
“네”
“진이는 학교 재미있었구?”
“네”
앞치마에 손을 딱으면서 아내가 종종걸음으로 나왔다.
“여보, 힘들었지요?”
“아니, 당신과 아이들 생각을 하면 힘 하나 안들어”
“나 당신 많이 보고 싶었당!”
목에 매달리는 아내가 오늘은 더 쉐~액씨해 보였다.
‘아! 이게 사람 사는 거로구나!’

내 나이 40세

“여보, Billy 아빠랑 무슨 이야기 했어요?”
“어~ 이번 주말에 자꾸 골프치려 가자는데….”
“그래요? 당신도 가세요”
“요즘 내가 골프 칠 형편이 돼?”
“그래도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서 골프를 쳐야 돼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골프치기로 약속을 했다. 일년에 두어 번 치는 골프. 망신이나 안 당할려는지…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서는데 온 가족이 배웅을 했다. 아이들은 골프빽을 지고 나가는 아빠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아빠 골프치로 가요?” 막내가 말했다.
“골프치러 가는게 아니고 땅파러 간다”
“……..”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아내가 급하게 쫓아 나왔다.
“오늘 저녁은 당신이 사세요” 거금을 줘어 주었다.
“여보, 당신 이래도 돼?”
“걱정 말아요. 살림은 제가 다 알아서 해요”
남편의 기를 살려주는 아내의 배려가 눈물나게 고마웠다.
“여보, 고마워! 잘 치고 올께….”

내 나이 45세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덮였다. 흰 눈위로 햇볕이 “쨍”하게 비치고 있었다. 아이들과 공원에 있는 연못으로 가기로했다. 아내는 Cookie와Hot chocolate을 준비했다. 나와 아이들은 스케이트와 눈삽을 차에 실고 떠났다. 공원에는 산책 나온 사람 몇명과 흰 눈위를 뛰어 다니는 강아지뿐, 한가했다. 아이들과 함께 눈을 치웠다. 농구장만한 스케이트장이 생겼다. 빙판위로 쏜살같이 달리며 요리조리 Puck를 요리하는 녀석들이 부러웠다. 아내는 일찍암치 자리를 깔고 앉아 Hot chocolate을 마시며 미소 짖고 있었다. 아들들 셋이 동시에 달려와 아내 앞에서 옆으로 급정거를 하면서 얼음가루를 아내의 얼굴에 퍼부었다.
“앗! 차거워! 너희들 이리 못 와?”
“하하하”
아내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퍼져 나갔다. 녀석들의 머리에서 김이 무럭무럭 났다. 눈구덩이에 앉아서 Hot Chocolate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재미도 괜찮았다.
‘Canada에 살기에 이런 것도 해 보겠지?’

내 나이 53세

지난 주말은 너무나 바빴다. 이사를 세건이나 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세 아들이 모두 집을 떠나 대학에 갔다. 이젠 집에 영감, 노친네(?) 둘만 남았다. 말로만 듣던 “Empty Nest (빈둥지)”가 됐다. 괜히 아이들의 방을 기웃거렸다. 지금이라도 “엄마, 아빠” 하며 아이들이 이층에서 내려 올 것만 같았다. 갑자기 할 일도 없어지고 할 말도 없어졌다.

“여보, Coffee 끓여 줘?”
“Coffee는 싫고 현미차”
“OK!”
“여보, 애들이 제대로 챙겨 먹을까?”
“별 걱정을 다하네! 개들이 어린애들이야?”
아내는 고새 아이들 걱정을 했다.
‘우리들은 이렇게 허전한데…. 녀석들은 우리 생각을 할까?’

내 나이 65세

초인종을 눌렀다.
“하무니, 하버지!” 손자녀석이 뛰어와 아내의 품에 안겼다.
“어이구, 내새끼!” 손자를 끌어 안는 아내의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다. 둘째 아들은 출장을 가고 며누리는 저녁에 급한 볼 일이 생겨서, 손자를 Hockey game에 내가 데려 가야 했다.

손자가 자기 보다 더 큰 Hockey bag를 지고 나왔다.
“이리 줘, 할아버지가 들어 줄께”
“아니예요. 내가 지고 가야해요”
“왜? 무겁지 않아?”
“아빠가 무거워도 내가 지고 가야 한뎄어요”
“원~, 녀석두!”

세월이 참 빠르다. 둘째 아들을 태우고 Hockey game에 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녀석의 아들을 데리고Hockey game에 가고 있으니…. 유난히 체격이 작고 가날폈던 둘째! 형과 동생은 Goal을 많이 넣었는데, 자기는 한 개도 못 넣었다고 시무룩해 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Game은 2:2 동점! Game종려 2분을 남겨놓고 있었다. 양팀 모두 지쳐 있었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손자가 중앙선 부근에서 잽싸게 Puck를 낙아챘다. “Go! Andy go!”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수비수를 날렵하게 옆으로 제끼고 앞으로 돌진했다. 다른 한명의 수비수가 쏜살같이 달려 들었다. 꼴대와는 불과 5-6 미터 거리였다.

‘Andy, 옆으로 제끼고 Shoot!’ 가슴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수비수를 옆으로 제꼈다고 하는 순간! 수비수의 Stick이 Andy의 왼쪽 스케이트를 쳤다. Andy가 몸의중심을 잃고 휘청했다. ‘이젠 끝났구나!’ 순간, Andy는 넘어지면서 Shooting을 했다. 눈깜빡하는 사이였다! Puck은 오른쪽 꼴대를 스치면서 넷트를 갈랐다!

갑자기 Hockey Arena가 들썩하는듯한 함성! 나는 아내를 끌어 안았다. 팀의 선수들이 일제이 뛰어나가 Andy위에 겹겹이 쌓였다. 난리가 났다!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 보는 것 같았다.
“He is my GRANDSON!!!”

내 나이 70세

승용차를 살까? 미니밴을 살까? 망설이다가 미니밴을 샀는데, 참 잘한 것 같았다. 손자손녀 다섯 명을 태우고 떠났다. 주중이라 캠프장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호수와 숲이 잘 어우러진 곳이었다. 이젠 녀석들이 제법 도움이됐다. 나는 손자들을 데리고 텐트를 쳤고 아내는 손녀들을 데리고 점심 준비를 했다. 자연에 파묻여 먹는 점심 정말 일품이었다.

“누구네 아이들이냐?” 옆 텐트에 있던 사람들이 물었다.
“우리 손자 손녀들이다”
“Wonderful!!! They are so~ good!”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두명이 더 있는 데 고놈들은 어려서 같이 못 왔다”
왠지 어깨가 으쓱했졌다.

어두워지자 하늘에 별들이 쏟아질 것처럼 많았다. 시내에서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풀밭에 자리를 깔고 아이들과 나란이 누어서 별을 보며 견우직녀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30년 전엔 우리아들들과 이렇게 누워 있었는데, 이젠 손자손녀들과 누워 있구나!’
‘요녀석들 모두 잠들면 나의 직녀를 꼭 껴안고 별을 보아야지….’

내 나이 77세

아내와 같이 산소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먼저 간 친구의 忌日이다.
“여보게 잘 있었나? 오래간만일세”
비석 앞에다 가지고간 꽃을 심었다. 50년 전에 함께 이민 생활을 할때 일이 생각났다. 조그마한 승용차 안에 7-8명이 끼어 타고 낚시를 다녔었다. 철은 없었지만 참 재미있었던 시절이었다. 잡은 고기 집어 넣고 끓인 매운탕! 일품이였었는데….

“여보게, 자넨 왜 이렇게 먼저 갔나? 오늘 따라 자네가 더 보고 싶어 지는 군!”
비석을 물로 깨끗이 씼어 주고 돌아섰다.
“다음에 또 옴세…. 잘있게”
아내가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여보, 당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돼요!”
“알았어. 당신두….”

내 나이 8(?)세

점점 정신이 희미해진다. 어제는 멀리 사는 아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왔었다. 모두 좋아 보였다. ‘역시 씨가 좋은가 보다!’ 손녀 손자 모두 멋진 처녀 총각으로 자랐다. 이젠 보고 싶은 사람들을 모두 봤다. 깜박 졸다가 눈을 떠보니,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찔끔거리고 있었다. 아내의 손이 참 따뜻했다.
“왜 이렇게 찔끔거리고 있어?” 눈으로 나무랬다.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오랜 세월 부족한 사람과 묵묵히 살아 온 사람!
속 썩은 일이 많았을텐데, 모든 것 보듬어 주면서 살아 온 사람!
“여보, 고맙소!” 입술은 움직이는데 소리는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여보, 뭐 필요해요?” 아내가 물었다.
“아니….”
“어디가 불편해요?”
“아니, 여보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
“간호원 을 부를까요?”
“아니, 당신만 내 옆에 있으면 돼”

마지막으로 “여보, 사랑해” 라고 말하고 싶은데….. 소리가 안 나왔다.
“하나님, 저의 삶을 지금까지 지켜 주시고 인도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하나님, 이제 저는… 가야겠지요? 이 사람을… 지켜 주십시요”
“여보, 내 손을… 놓지마! 여보… 여보~… 사~…랑~…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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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있는 글을 보고 슬며시 오기가 나서 썼습니다.


내나이 5살

오늘은 엄마의 볼을 만지며 놀았다. 옆에서 부러운듯 보고있던 아빠가 나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내가 악을 쓰고 울자 엄마가 아빠를 야단쳤다.. 아빠는 참 못됐다. 나처럼 이쁘고 착한 아기를 때리다니..

내나이 18세..

몰래 비디오를 보는데 할아버지가 갑자기 들어와 담배를 하나만 달라고 했다..
나는 놀라서 비디오를 얼른 끄고 노크도 없이 들어오냐고 소리 쳤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내가 모슨 비디오를 봤는지 모르는 눈치다. 내가 아버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슬쩍하는 것을 이미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얻으러 온 모양이다. 남들은 고2인 방에는 얼씬도 못한다는데.. 우리집은 이게 뭐야.. 나에게 담배 한가치를 얻어서 할아버지가 나가자 나는 창문을 열어놓았다. 어휴~~ 냄새.. 할아버지에게서는 이상한 냄새가 난다.. 나는 늙으면 저렇게 되기 전에 죽어버려야지.. 깨끗하게 살다가 가야지. . 저렇게 추하게는 안 살 것이다.. 참! 비디오를 마저 봐야지.. 매일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잊을 길은 비디오 뿐이라.. 빨리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되었으면..

내나이 26세..

오늘은 미스김을 결혼하겠다고 부모님에게 소개하자 엄마는 놀란 눈치다. 미스김이 돌아가고 난 후 아버지는 나를 불렀다. 결혼은 일찍하면 후회라며 다시 한번 잘생각해보라고 했다. 후회라니..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데 후회를 하다니.. 나는 결혼하고 후회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나이 28세..

요즘은 아들녀석이 얄미워 죽겠다..
사랑스런 나의 아내를 혼자 독차지하고.. 아내의 젖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들녀석이 미워져 아내 안볼때 쥐어박자 아들은 까무러치듯 울어댔고 아내가 나에게 잔소리를 했다. 오늘도 또 혼자 독수공방 해야하나.. 으이구.. 이럴줄 알았으면 아기를 좀 늦게 가질껄...

내 나이 35세..

초인종을 누르자 자다가 나왔는지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마누라가 나왔다. 문을 여러주고는 금방 돌아서 주방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니 푹 퍼진 몸매가 정말 정 떨어진다.. 마누라가 이불 속에서 요란하게 방귀를 뀔 때면 나는 정말 사기 결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녀땐 그렇게 내숭을 떨더니.. 벌써 권태긴가..

내 나이 38세

옆에서 김대리가 신발 끈을 하루종일 매고 있다.. 박과장은 지갑을 안 가져왔다며 이쑤시개로 이빨만 쑤시고 있다. 치사한 녀석들 같으니.. 하긴 점심은 내가 사겠노라고 항상 동료들을 데리고 와서 신발 끈을 메는 척 하다가 다른 동료가 돈을 내면 그제서야 내가 내려고 했다고 우긴 것은 항상 나였으니까.. 아마도 오늘은 둘이서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로 짰나보다.. 내가 돈을 내자 뒤에서 웃고있는 녀석들의 얼굴이 카운터의 거울을 통해 보였다..

내 나이 44세..

머리를 빗을 때마다 빗에 머리카락이 한무더기가 뽑힌다.. 거울을 보니 이마가 잠실 야구장 만하다. 잡지에 나온 가발 사진을 보고 전화를 해보니 가발 값이 엄청나게 바쌌다..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니 한 학생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앉아서 가서 몸은 참 편해서 좋은데 기분은 한마디로 더러웠다. 내일 당장 카드로 가발을 사야지.. 아니.. 신성우처럼 푸짐한 머리카락을 심으리라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 나이 49세..

어제 분명히 담배가 8가치가 남아있는 것을 적어놨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6가치다.. 그 동안 담배가 자꾸 줄어들고 있어 짐작은 했지만 드디어 오늘에서야 물증을 잡았다. 아버지는 시골 내려갔고.. 남은 것은 아들녀석.. 나는 아들을 불러 추궁했다.. 처음에는 완강하게 발뺌을 하던 녀석이 내가 개수를 적은 담뱃갑을 내밀자 자신의 짓을 실토했다. 나는 그것만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고 하자 아들은 고개를 떨구고 빌었다. 나는 강력하게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용서해도 내 담배를 슬쩍하는 것은 용서 못한다고.. 나의 말에 마누라와 아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능력이 없으면 끊어야지.. 왜? 내 담배를 훔치는 거야.. 나쁜자식..

내 나이 55세..

눈을 뜨니 남인수가 떨어지고 말았다. 몇가닥 안남은 나의 머리카락에 이름을 붙여주었었다. 김정ㄱ, 남인수, 고복수, 이미자, 나훈아, 현인, 김세레나.. 그런데 오늘 그 중에서 남인수가 떨어지고 말았다. 소중하게 주워서 화장을 시키듯 재떨이에서 불을 붙여 태워주었다. 그리고는 좋은 곳에 가도록 빌어주엇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는 마누라가 옆에서 혀를 차며 바라본다. 안녕~~ 남인수여..

내 나이 63세..

손자녀석이 귀여워 쓰다듬으니 찝찝한 표정으로 노려보더니 며느리에게 가서 나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인상을 쓰며 투덜댄다.. 싸+가 +지 없는 자식.. 지는 안늙을줄 아나? 작년에 탑골공원에서 만난 할망구에게서 삐삐가 왔다.. 음성메시지를 들어보니 집이 비어서 못나온다는 메시지가 남겨져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씨뻘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저께 김영감이 자식이 사줬다며 핸드폰을 들고놔서 자랑을 하는 것을 관심있게 보더니, 아마도 김영감을 만나고 있을거다. 망할놈의 망구같으니.. 그따위지조없이 핸드폰에 고무신을 꺼꾸로 신다니.. 하긴 나는 그 흔한 핸드폰 하나 없으니.. 여자는 늙어도 여자인가 보다.. 어제 아들에게 핸드폰 사달라고 말을 꺼내려다 못하고 말았다. 지팡이를 들고 나오려고 하자 며느리가 집이 비웠으니 집을 보라고 한다.. 나는 못들은 척 시침을 떼고 나와버렸다. 못된것들.. 젊은것들은 우리 늙은이를 집 지키는 개인줄 아나? 핸드폰 하나 안 사주면서.. 오늘은 다른 망구를 꼬셔봐야지..

내 나이 74세..

오늘 그만 똥을 싸고 말았다.. 나는 그냥 방귀를 꼈는데.. 며느리가 알면 눈을 치켜 뜨고 '내가 못살아..'를 연방하겠지.. 그리고는 더 이상 치매 걸린 노인은 양로원에 보내자고 아들을 닥달하겠지.. 며느리 눈치가 무서워 옷장 밑에 속옷을 감추었다. 손자 방에 담배를 하나 얻으러 들어갔더니 이상한 비디오를 보다가 깜짝놀라 끄면서 손자녀석이 소리를 지른다. 노크도 없이 들어왓다고.. 여자가 홀랑 벗을 모습을 보았는데도 춥겠다는 생각만 든다.. 이제 나도 죽을 때가 다된모양이다. 먼저 간 망구가 그립다.. "여보! 보고싶구려.."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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