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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우리 형꺼야! _ 어진이 칼럼
집으로 올려면 동네 놀이터를 지나야 한다. 날씨가 좋아 지면서 동네 꼬마들이 놀이터에 모여서 놀고 있었다.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그네도 타고 모래로 집도 짓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다가 옛날, 그러니까 벌써 한 20년 전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일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둘일 때는 쇼핑도 다니고 때로는 맥도날드에 가서 저녁을 때우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세째가 생기고 부터는 제일 편한게 집에 있는 것이었다. 밖에 나갔다 하면 머리통이 함지박만 해져서 집에 돌아오기가 태반이었다. 아이들이 셋이 되니까 정말 힘들었다. 둘과 셋의 차이는 엄청났다.

옷가계에 가면 옷사이에서 숨박꼭질을 하고, 식당에가면 우리 아이들은 유난히 짜장면을 좋아 했는데 얼굴이 온통 짜장으로 범벅이 되었다. 오래간만의 외식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그래서 가능하면 집에 있기로 했고, 피치 못해서 온 가족 다섯이 움직일 때는 우리 부부 중에 한 사람은 full-time babysitter로 직업을 바꾸었다.

요즘에는 찾아 보기 힘들지만 우리가 아이들을 기를 때는 많은 shopping mall에 아이들이 놀수있는 놀이 공간이 있었다. 나무상자로 자그마한 동산도 만들어 놓고, 몇가지 장난감도 있었다. 나는 쇼핑을 즐기는편이 아니니까, 아내는 쇼핑을 하고 나는 그 동안 아이들을 보면서 책을 읽곤 했었다.

그 날도 아내는 쇼핑을 했고 나는 mall안에 있는 놀이터에 있었다. 첫째와 막내는 나무상자로 만든 동산을 오르내리며 뛰어 다녔고, 둘째는 plastic 장난감 truck을 가지고 혼자 놀고 있었다. 둘째는 내성적이어서 곧잘 혼자서 놀았다.

그 때 노랑머리를 가진 한 녀석이 둘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전형적인 Bully (남을 못 살게 구는 아이) style이였다. 나이에 비해 덩치도 좋고 키도 둘째 보다 한뼘은 커보였다.
“이거 내가 가지고 놀래” 노랑머리가 둘째가 가지고 노는 truck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둘째는 자기도 가지고 놀고 싶은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노랑머리를 쳐다 보고만 있었다.

속이 좀 불편했다. 둘째가 “이건 내꺼야!” 하고 대들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둘째는 그냥 truck을 놓고 일어서고 있었다. 둘째는 매사에 남에게 양보를 했다. 그게 나에게는 하나의 불만이었다. 아이들이 노는데 어른이 끼어 들기도 그렇고 가만있자니, 속이 편치 못했다.

그 때였다. 막내가 형과 놀다가 말고 달려왔다. 그리고는 truck을 움켜줘고 노랑머리를 노려 보면서 “이건 우리 형꺼야! 이리 내놔!” 자기보다 두배나 큰 녀석에게 정면으로 대들었다.
‘어! 조 놈 봐라!’ 여차하면 뛰어들 생각을 하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노랑머리는 막내를 쳐다보다가 슬며시 truck을 놓고 일어섰다. 막내는 그때까지 가슴을 딱 벌리고 노랑머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노랑머리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꼬리를 내리고 딴데로 가버렸다. 나이로 보나 덩치로 보나 도저히 이해가 안갔지만, 일은 그렇게 끝났다.

“형, truck 같이 가지고 놀자” 둘째와 막내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truck을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녀석들을 물끄럼이 쳐다보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짜식, 정말 대단하네!’
‘역시 피는 진하구나!’
‘그래, 그렇게 서로 돕고 지켜 주면서 이 땅에서 굳게 살아라!’
‘얼굴 모양이나 색갈이 다르다고 기죽지 말고 멋지게 살아라!’
‘셋이 너무 많다고 걱정했었는데, 조 놈을 안 낳았으면 어쩔번 했어!’

집으로 오는 길에 차를 맥도날드로 몰았다.
“여보, 당신 어디 가요?”
“맥도날드”
“웬 일이예요?”
“오늘 현이 맥도날드 사줘야 돼!”
“왜요?”
”그럴 일이 있었어!”
세살짜리 막내가 Big Mac하나를 먹어 치우는 걸 보면서
“막내를 안 낳았으면 어쩔번 했어!” 혼자 중얼거렸다.

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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