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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을 따는 아이
아침에 출근을 하니, 회사 축구팀의 주장을 하는 동료가
“어진아, 네 아들이 어제 골을 넣었어!” 했다.
“그래?!”
“우리가 이겼어!”
“몇대 몇으로?”
“2대1”
“신났겠네!”
“찬이가 1:1동점에서 Winning goal을 넣어서 이겼다!”
“그래?”
“찬이가 없었으면 큰일날뻔 했어! He was the BEST!”

왠지 어깨가 으쓱했다. 둘째 찬이는 교육 대학원 일년을 끝내고 Summer job으로 우리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회사를 포함해서 주위에 있는 여섯개의 회사가 축구팀을 만들어서 여름내 축구시합을 한다. “찬이가 Winning goal을 넣었어? 짜식!” 기분이 괜찮았다. 문뜩 찬이가 7살일 때 축구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세 아들 중에 첫째와 막내는 자기네들 팀에서축구를 제일 잘하는 축에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름철 휴가를 언제가느냐” 가 팀에서는 굉장히 중요했다. 그 만큼 첫째와 막내의 위치가 축구팀에서 막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둘째 찬이는 사정이 달랐다. 생일이 늦은 관계로 제일 어린데다가 체격도 남들보다 작았다. 게다가 똑같은 부모에게서 낳고 자랐는데도 다른 두 아들과는 영 딴판이었다. 매사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다. 아내와 나는 그런 둘째때문에 많이 속상해했었다.

그 날도 찬이는 축구게임에 가는게 기분이 별로 내키는 것같지 않았다. 여지껏 골을 하나도 못넣고 게임의 절반 정도는 벤치에 앉아있고, 축구장에 들어가서도 제일 한직인 우측 수비수이였으니까. 게임이 시작할때도 벤치에 앉아 있더니 전반전이 거의 다 끝나갈 때 운동장에 투입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공을 따라다니느라고 땀을 뻘뻘흘리는데 녀석은 운동장 한 귀퉁이에 앉아서 민들레 꽃을 뜯어서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찬아, 공이 오자나!” 하도 답답해서 소리를 질렀다. 사실 나는 첫째나 막내의 게임에 가면 목이 뻗뻗해질만큼 힘이 들어갔다. 팀에서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가 항상 첫째와 막내였으니까. 그러나 둘째의 게임에 가면 쥐구멍을 찾기에 바빴다.

녀석은 민들레 꽃다발을 들고 공을 쫓아갔다. ‘찬아, 멋지게 한번 차주라!’ 속으로 빌었다. 딴에는 멋지게 발길질을 한다고 했는데, 헛발질이었다! 공은 골대를 향해 굴러 갔다. 다행히 골키퍼가 잘 잡았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난 또 쥐구멍을 부지런히 찾아야 했었다. 민들레 꽃다발을 쥐고 뛰며 헛발질을 하는 둘째를 보는게, 나는 너무나 속이 상했다. “아유, 저 녀석을 어떻게 한다?” 정말 울고 싶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답답해져 온다.
그런데 동료한테서 “He scored the winning goal! He was the BEST!” 라는 말을 듣다니…. 민들레 꽃다발을 들고 헛발질하는 찬이의 모습위에, winning goal을 넣고 두팔을 번쩍 들고 웃고 있는 찬이의 모습이 겹쳐졌다. “짜식, Winning goal을 넣었단 말이지!” 미친 놈처럼 혼자 히쭉히쭉 웃었다.


꼬리 글: 나는 하두 속이 상해서 찬이를 데리고 매일 공차는 연습을 했다. 하루에 공을 50번씩 뒷마당에 철사로 된 Fence에 차게 했다. 이상하게 녀석은 싫다는 소리 한번하지 않고, 그건 고분고분 따라했다. 하기사 자기도 “축구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겠지…. 처음엔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지만 , 해가 거듭 할수록 실력은 늘었고 나중엔 Fence가 망가질까봐 못하게 했다. 이제 찬이는 토론토 한인 축구대회에서 우수선수상을 받는 멋진 축구선수가 됐다.

기사 등록일: 200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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