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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수필) 이건 또 뭔 소리지?_灘川 이종학(소설가, 에드먼튼)
 
나는 새해 들어서 심리학 3대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 사상을 설파한 ‘미움받을 용기’를 읽는 삼매경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와 프리랜서 작가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가 공저한 이 저서는 제목 자체가 이색적이고 역동적인 데다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이라는 부제 또한 독서가의 관심과 구미를 끌어들이기에 성공한 특성을 가진다. 그뿐만 아니라 내용 전체가 아들러 심리학에 몰입한 철학자와 열등감에 빠진 청년의 대화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생소하고 까다로운 심리학을 쉽고 맛깔나게 정리한 점이 흥미로웠다.

“세계는 아주 단순하다는 것이 선생님의 지론입니까?” 청년이 묻자, 철학자는 대답한다. “그러네. 세계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단순한 곳이고, 인생 역시 그러하다네.” 이렇게 시작하는 청년과 철학자의 토론식 문답은 아들러가 주장한, ‘용기의 심리학’을 전문용어를 많이 쓰지 않고 평이하면서도 명쾌하게 언급했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이 아니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다만 ‘행복해질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다. 행복해지려면 남에게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한다. 이런 용기가 생겼을 때, 사람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진다는 좀 황당한 듯한 주장을 처음부터 당당하게 펼친다.

1870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아들러는 의사이면서도 새로운 심리학을 펴나갔다. 성(性) 본능을 중시하는 프로이트의 인과론과는 달리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열등감에 대한 보상 욕구라고 주장했다. ‘열등콤플렉스라’라는 용어도 그가 만들어냈다. 우리는 주어진 현실이 아니라 개척할 수 있는 현실에 살고 있으므로 꾸준히 고쳐나갈 용기를 가지라. 남에게 인정받거나 남의 기대 같은 것에 연연하는 ‘인정욕구’의 삶을 살지 말라고 충고한다. 세계의 중심이 나에게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공동체에 무엇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행복해지는 길이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때 나의 가치를 느낀다. 필요하다면 때로는 남에게 미움을 받을지라도 용기를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 나의 존엄함을 깨우칠 때 남의 존엄함도 깨달을 수 있다. 내가 과거의 어떤 경험 때문에 현재가 이렇다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인과론의 트라우마는 잡소리다. 오늘의 현실을 합리화하거나 도피하려고 과거를 들먹이고 이용하는 술수에 불과하다.
이건 또 뭔 소린가? 메마른 이기심과 불필요한 자존심이 판을 치고 이성 대신 욕망과 부정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그것도 부족하니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안면 몰수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냐! 책을 읽으면서 몹시 의아했고 분통이 터져 책을 집어 던지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페이지를 더해 가면서 나의 성급한 착각임을 깨달았다.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는 이기적인 욕구를 앞세우라는 뜻이 아니라 ‘남에게 공헌할 용기’를 더욱 강조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뀔 만큼 내 힘은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리고 나 이외에는 누구도 세계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감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는 숨 쉴 사이도 없이 또 하나의 철학을 말한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엄청난 내용이다. 한국에서 역대 최장 기간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만했다. 한국의 급변하는 물신주의, 성공지상주의 사회현상으로 몸살을 앓는 독서가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팔순이 넘은 나는 자칫 희롱당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아들러는 늙은이들은 예외라고 하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는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사는 한 누구라도 타인과 공동체에 공헌할 자격이 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서로 소통하는 일이라면 가능하다. 바로 모두가 분명하게 ‘행복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이애란 여가수가 부르는 가요 ‘백 세 인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는 소식이다. 저세상에서 데리러 오거든 칠•팔십 나이가 되었어도 아직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국제기구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비슷한 경제 수준의 국가들에 비해 한참 뒤진다고 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불행지수가 높아진다고 야단이다. 이런 불안한 환경에서 노인들이 이렇게 노래하며 큰소리로 장담하는 할 일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낡고 어리석은 자존심에 빠지거나 그럭저럭 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바로 ‘타자 공헌(他者貢獻) 즉 사랑이 그들의 할 일이라고 소매를 걷어 올린다.
아들러의 다음 말은 꼭 기억하고 싶다. ”오늘날 누가 가장 강한지 자문해 보자. 갓난아기가 논리적인 답이 될 것이다. 갓난아기는 지배하지만 지배받지 않는다. 갓난아기는 연약한 존재라서 어른들을 지배할 수 있네. 그리고 연약하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지.“(본문 P103))

기사 등록일: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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