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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승부하라_ 박준원칼럼(2)
 
이곳 캐나다에서 온 고객들과 막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순환선 하이웨이에 접어들었을 때 카운터 파트인 프로젝트책임자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호텔 로비에 있으니 만나자는 것이다. 자기랑 술 한잔을 더 하자는 것이다. 내일의 중요한 회의와 발표를 위해 쉬어야 하는데 고객이 만나자고 하니 달려 나가야 한다. 어떤 사람은 고객만족 보다는 고객이 졸도할 때까지 그들의 요구와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 친구는 영국출신인 부모를 따라 이곳에 와서 캘거리 공대 그리고 하버드에서 MBA를 마친 유능한 친구로 고객측 수석 부사장의 신임을 받는 엔지니어 출신의 중년 정도된 프로젝트 책임자였다. 그런데 술만 들어가면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날린다. 한번은 술이 취해 나를 허그 하더니 갑자기 F - - K을 외친다. 술 주정이 보통이 아니다. 맨 정신일 때는 그렇게 얌전하고 논리적이고 신사적인 그가 술만 들어가면 헬, 헥, ㅍ-ㄱ 등 정신이 없다. 그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엔지니어도 마찬가지다. 술만 먹으면 보스도 고객도 안 보이는 모양이다. 젊은 친구가 말이 많아지고 나이 든 사람처럼 여러 사람에게 본인의 하찮은 경험담을 늘어놓고 보스처럼 욕을 서슴없이 한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이면 여지없이 정확한 시간에 회의가 진행된다. 하루는 나보고 회의를 지연시키기를 요청하였다 고객의 이유로 모두가 예약된 회의시간을 연장시키기는 처음이다. 우리 둘은 모두를 대기시키고 바깥에 가서 해장거리를 찾았다. 뭐가 좋느냐니까 햄버거와 숲을 원했다. 나는 죽집에 데리고 가서 매운 해물죽을 시켜줬더니 그 큰 그릇을 다 비우고 바닥까지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회의를 속개하였다. 몇 년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정이 들었나 보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아니 감정의 이입이다. 지금도 캘거리에 와서 가끔 그 친구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가진다. 즐기며 하는 감성적인 프로젝트가 서로의 마음을 읽고 몸을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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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IQ못지않게 EQ가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삼성에 근무할 때 많은 리더들을 모아놓고 한 임원이 던진 말 중에 "실력으로 승부를 하도록 하라 그리고 감성으로 더하라"는 말을 던진 분이 있다. 하도 욕을 잘해서 욕쟁이란 별명이 붙은 부사장인데 지금은 은퇴하고 여유로운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듯싶다. 캐나다에 와보지도 못한 사람이 엄청 캐나다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높다. 그의 주특기는 프리젠테이션이다. 발표자료를 준비하면 암기를 모두하고 그리고 연습을 하여 방송국의 아나운서보다 더 매끄럽게 진행을 한다. 모든 청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를 제시한다. 그렇다 프로젝트의 생명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희미한 먹구름에 깔린 배경 설명이 아니라 날카로우리 만치 정확한 배경설명과 아울러 제시하는 경험의 다양함, 지식과 정보의 명쾌함에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곁들인 예술적인 감각과 스토리 텔링의 기술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어떤 분이 권유하길래 한국에서 유명한 대학 출신을 현장책임자로 임명하였다. 몇 번 고객과의 미팅을 통하여 친숙하여진 터라 이제는 현장 자재소요계획 그리고 시공계획 등을 고객에게 발표시켜도 되겠지 하여 안심하고 준비를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웬걸 빵 터지는 일이 생겼다. 말도 더듬더듬, 수치도 엉망 그리고 자신감마져 실추된 그의 행동은 마치 전 날밤을 술집에서 지샌 듯 하였다. 나는 담당 전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회의 현장을 빠져 나왔다. 다시는 그 친구를 대하고 싶지 않았고 고객들을 대하기도 창피스러웠다. 여러 사람의 입으로 실력과 태도를 칭찬하길래 나는 잘 준비된 CM(Construction Manager)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자만심과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은 모습이 결국 화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3번째 실수이다. 그래서 교체 발령을 냈다. 그리고 회의실로 불러서 생전에 몇 번 날릴까 말까 한 4 레터를 나도 한번 날렸다. 그리고 한마디를 더하였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감성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기질인가보다. 그는 오래 못 견디고 결국 다른 회사로 적을 옮겼다고 들었다.

다음 날 있을 발표자료를 검토하며 열심히 암기하고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데 프로젝트팀의 막내가 다가온다 “수석님! 여자 친구가 와서 그러는데 먼저 퇴근해도 될까요?”, 퇴근시간도 되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퇴근시간 후에 1시간에서 3시간씩 더러는 밤을 새우며 일을 하는 한국의 문화가운데에 이런 통 큰 친구들이 가끔씩 숨어있다. 가뜩이나 다른 팀들 사이에서 놀기 잘하는 PM(Project Manager)이네 뭐네 하며 자주 팀원들과 회식하고 야외 나가기를 즐기는 팀이다. 하면서 눈 밖에 나있는 우리 팀이었다. 나는 서슴없이 오~케~이를 선언하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데이트할 용돈은 필요하지 않냐고? 우리 팀의 구성원들은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인도에서 온 친구,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있던 친구들이 어우러진 팀이다. 고객을 위한 룸이 별도로 배정되어 우리 팀들의 편안한 쉼터를 가진 특이한 조직이었다. 그래서 회식, 노래방, 극장, 등산, 볼링장, 야구장, 골프장, 족구, 야구,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여행 등을 즐기는 다분히 글로벌 조직의 문화로 형성된 드림팀이었다. 한번은 인사부서에서 우리 팀의 인도친구가 너무 지각과 조퇴를 자주하는데 무슨 일이 있는 지 그리고 상황을 보고하라는 것이다. 즉각 보고하였다. ‘아무 이상 없음…Under the Control’이라고 그리고는 그 인도친구한테 물어봤다. 늦잠을 자는 것이 인도의 문화냐고? 아직도 절기 때면 나에게 greeting을 보내는 친구 중의 하나이다. 뭄베이에 사는 그는 아내가 치과의사인데 꽤나 똑똑한 글로벌 인력 중의 하나이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Suncor의 한 대형 프로젝트가 중지되고 한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포트 맥 도시를 떠났다. 우리회사의 인력들도 그들 중의 하나이다. 책임을 맡은 나로서는 또 다른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기획팀에 있는 상무 하나와 작전을 꾸몄다. 삼성의 회장님 사위인 김사장을 필두로 대규모 사절단을 구성하여 휴스톤 지사를 거쳐 이곳 캘거리 고객 본사에서 이들의 VP들과 회의를 주선하고 현장까지 둘러보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이들과 상의하는 방문 회의 스케줄을 잡았다. 고객의 검토와 우리측의 의전을 확인하고 공사팀, 구매팀, 설계팀, 마케팅팀 그리고 프로젝트팀의 거장들이 자신들이 하던 세계 곳곳의 프로젝트팀에서부터 이곳으로 합류하여 우리를 지원하였다. 나에게 형님! 형님하며 따르던 기획팀의 나이 어린 임원은 이런 일을 추진하며 살이 5Kg이나 빠졌다고 한다. 무척이나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결국 의전에 취약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회장님 사위인 사장분을 내 조그만 스포츠카 앞자리에 태우고 또 하도 추워서 월마트에서 내복을 사는 일까지 발생하는 헤프닝을 연출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취침 들기 전에 또 한 마디…자기랑 친하게 지내는 사장이니 걱정 말라고…귀 뜸을 해준다. 그러나 귀국 후에 그는 결국 기획팀장에서 정보팀의 한 구석으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때의 일도 생각이 난다. 필리핀 고객의 한 친구가 하도 궁시렁 거리기를 잘하길래 수십 명이 모인 자리에서 면박을 주고, 준비 되어있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추궁하고, 나중에 퇴근해서 밥 사주며 달래고, 선물을 주며 달래고 결국은 언제나 내가 제시하는 의견과 자료에는 무조건 ‘Yes’를 연발하는 관계로 만들었다. 지금도 연하장을 주고 받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준비되어 있는 자가 모든 일을 처리할 때에 매끄럽고 자신감이 넘칠 것이다. 프로젝트도 이와 같다. 잘 계획하고 점검하며 고객에게 정성을 다하고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확신한다. (pmspirit@shaw.ca)


IMG_0608Jesse JW Park (박준원)
미국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PMSpirit Consulting Inc., Director
(前) Enbridge Pipeline Inc./ 삼성엔지니어링㈜ 프로젝트책임자

기사 등록일: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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