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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_박준원칼럼(4)
 
이민 초기에 어떤 교회집사님이 저에게 ‘영어는 잘하시나요?’ 라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대덕 연구원시절 미국으로, 호주로 일 때문에 출장 다니며 바디 랭귀지를 섞어가며 쓰던 영어라 선뜻 ‘예’라는 대답을 못했다. 그러더니 대뜸 돌아오는 말이 ‘그러면 비즈니스 하셔야겠네요!’ 라며 응수하시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난 무엇을 하며 이 땅에서 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누구와 의논해야 할 것인지? 심각한 고민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어린 시절에 잠도 한밤중에 잠도 안주무시고 손목 시계를 분해하시고 다시 맞추시는 아버지를 신기하게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잘되던 도서출판 사업을 그만두시고 시계공장을 차리시겠다고 올인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일을 시작 하시면 누가 옆에 와도 못 알아차리시던 그 분은 그날 밤도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독일의 유명한 브랜드인 비싼 시계를 뜯고 고치고 또 조립하시고 결국 또 해체하시고 하셨던 일이 기억이 나며 오늘도 그립다.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못 알아 차리시고 열중하시던 일을 말이다. 겨우 낌새를 알아차리시고 나한테 건네던 말씀은 “너도 한번 해볼래?” 초등학생인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여 조립을 해놓으면 태엽이 풀리며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기이하고 날짜가 자동으로 넘어가면 더욱 신이 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는 아버지를 졸라서 이젠 나 혼자 분해 조립할 수 있는 시계를 달라고 하여 시계 전체를 분해하고 조립하던 일이 기억이 난다. 이렇듯이 모든 프로젝트의 업무는 시계 조립처럼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수 백 명이 아니면 수 천 명이 혹은 수 만 명이 수행해야 하는 일까지 다양한 크기와 규모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신체의 기능도 마찬가지이다. 손이 발을 대신할 수 없고 귀와 코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없으며 입과 눈이 각각 서로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써의 역할이 있고 엄마는 엄마로서의 삶이 있다. 목사님과 장로님, 집사님들의 역할이 서로 다르고 신부님이 수녀님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는 지위와 책임을 가지고 있듯이 선생님과 학생의 신분, 사장님과 종업원의 신분을 바꿔서 하기에는 서로 다른 업무의 특성과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은 사람과 그 구성원들은 역할과 책임이 서로 명백히 구분된다.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무엇을 하느냐? 그리고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책임을 나누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 인생의 여러 단계를 역할을 거치며 가듯이 프로젝트도 그러할 것이고 명확한 업무의 구분과 절차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결혼식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진행된다. 그러나 결혼식의 최종목표는 신랑 신부가 결혼식 날 찾아 오게 될 하객들을 선별하여 초청하고 대접하고 같이 축하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서로가 기쁨의 날이 되도록 기억하게 하고 평생을 약속하게 되는 한 번 밖에 없는 세러머니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일일 것이다.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사진사, 들놀이, 요리사, 식순도우미, 주례, 사회, 친척들 각각의 역할이 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각각의 일 량과 역할을 분담하게 되는 것이다. 코디네이터가 각각의 기술자가 가지고 있는 일들을 한다고 달려들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가 있다. 그래서 자격이 있고 각종 면허 그리고 코드와 스탠다드가 존재하는 것이다.
플랜트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업무를 예로 들면, 법령 검토부터 시작하여 건설지역의 특성 및 환경, 인허가 업무, 안전규제, 설계 수행, 구매 및 제작 그리고 시공 및 시운전 그리고 운영 및 보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업무들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업무분야는 세부의 업무로 구분하여 일을 구분하기 쉬운 패키지 형태로 나누게 된다. 시공을 예로 들면 부지 정지, 기초공사, 구조, 파이프 및 기계, 비계, 전기 및 계장, HVAC, 프로세스 등의 공종별로 분류되고 각 공종 별로 업무 패키지가 나누어지게 된다. 이를 우리는 업무분류체계(WBS, Work Breakdown Structure)라 한다. 특별히 시공부문의 패키지를CWP (Construction Work Package)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고, '한 사람으로서는 당해 낼 수 없는 공격도 두 사람이면 능히 막아낼 수 있으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는 성경말씀도 있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보다 여럿이 의논하며 할 일을 분담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할 때에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완성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하여는 마케팅 담당자, 프로젝트책임자, 설계책임자, 구매책임자, 프로젝트통제책임자, 모듈책임자, 시공책임자, 시운전책임자, 행정책임자 등 등의 책임자들과 부서들이 배치되며 업무의 구분에 따른 책임과 역할이 주어지고 그에 따른 예산과 일정 계획이 분배된다.
칠 팔년 전에 이곳 캘거리의 빌딩브리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관현악팀을 구성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학생들과 청년들로 구성된 악기팀은 각각의 역할을 감당하며 바이얼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 키보드, 드럼, 풀륫, 트럼펫, 피아노…등 등의 소리와 빛깔을 내며 리듬터치와 그들만의 고유의 음색을 가지고 화합을 이루어 가고 있었다.그런데 너무 큰 소리를 계속 내던 트럼펫이 걸렸다. 그래서 그의 소리를 조절하기 위해 방법을 강구하고 전체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코시코스의 우편마차, 생명의 양식 등의 곡을 섞어서 최상의 곡 배치를 이뤄냈고 우리팀은 기립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만일, 플륫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더라면? 피아노 연주자가 베이스 연주를 맡았다면? 우리의 연주는 계속될 수가 없었고 박수를 받기는 커녕 관객들의 야유까지도 감수하였으리라 생각된다. 프로젝트도 이와 같다 서로의 전문성과 기술을 잘 인정하고 그에 부응하는 업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한 분야 한 분야 정성스럽게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수행하여 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마찰은 어쩔 수 없다. 생각과 견해가 다르고 방식과 문화가 다르며 수행하는 순서와 서로의 기대치가 다르기에 이러한 면들을 융합하고 다듬어 가야만 한다. 그런데 연주회준비 과정에 돌발행동이 빚어졌다.다른 팀 일원이 참견을 하기시작하고 책임을 맡은 것인지 아니면 홍보담당자인지 모르지만 월권을 시작하였다. 준비하고 조율을 하는 과정인데 인사를 하라는 등, 소리가 브랜딩이 안된다는 등 왜 이렇게 곡이 이러냐는 둥 막말을 시작하며 좌중을 흐려놓고 좋은 취지의 모임을 그리고 자원하여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무지가 빚은 결과였지만 우리는 묵묵히 우리의 일을 하였고 음악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로젝트도 이렇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많다. 전문적인 지식도 없으면서 아는 척하고 훈수를 두며 예산집행과 관련된 트집을 잡고 구매, 설계 그리고 시공까지 간섭하며 본인들의 공으로 돌리려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프로젝트가 고비를 지나가고 완료시기에 접어들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러한 분위기는 레임덕 현상과 비슷한 유형의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책임을 맡은 프로젝트 지휘자는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러나 심지를 견고하게 하고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것은 프로젝트의 일을 어떻게 나누고 분배하고 책임을 누구에게 맡기며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단위를 마련해주고 일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단위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며 절차이다. 느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분량까지 섬세하게 결정해주고 나눠주고 맡기며 책임을 묻는 행위는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수행하며 잡음이 없이 끝까지 본인의 담당업무들을 잘 맡아서 완성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고객에게서 기성을 받을 근거를 마련하며 자본의 흐름을 평탄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무의 적절한 분할과 배분은 프로젝트의 성과를 측정하며 진도를 나가게 하는 요인이 되며 업무의 분량을 적절히 하고 책임의 한계를 규명하는 단위를 제공하기도 한다. 할 일이 아닌데 시간을 보내는 프로젝트요원들은 없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24시간을 어떻게 쓰고 활용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큐티부터 시작하는 하루의 업무량이 오늘도 기도로 잘 마무리되기를 원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화합과 융합이 되는 가운데 좋은 성과를 내고 서로 자기의 맡은 업무를 잘 수행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pmspirit@shaw.ca)

Jesse JW Park (박준원)
미국 프로젝트 관리 전문가, PMSpirit Consulting Inc., Director
(前) Enbridge Pipeline Inc./ 삼성엔지니어링㈜ 프로젝트책임자/ 에드먼튼 중앙교회 지휘자


기사 등록일: 20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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