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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수필) 웃음의 미학(美學) _ 灘川 이종학(소설가, 에드먼튼)
 



내가 87년도 캐나다에 이민해서 처음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는 아무 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다음은 특히 백인들 젊은 여성은 물론 할머니들까지도 일상적으로 사람에게 보내는 다정한 미소였다. 시민을 상대하는 창구 담당 여직원은 물론 오다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살갑게 방긋한다. 마치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을 대하듯이 말이다. 연기(演技)를 위한 거짓이나 꾸민 웃음이 아니라 습관처럼 몸에 밴 아주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그러나 이런 웃음에 직면했을 때 나는 시선 관리에 당혹스러웠다. 마주 웃어 주자니 민망하고 그렇다고 모르세 하자니 무례한 것 같아 두 눈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프랑스 정신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몽테뉴(1533~1592)는 그 당시에 이미 어려서부터 웃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양에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활발한 의사 표현의 하나로 언사(言辭)와 더불어 웃음 관리도 중요시한 증거이다. 인간을 감정의 동물이라고 한다. ‘첫인상은 마지막 인상‘이라는 명언을 이들은 터득하고 있음이다. 명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얽힌 일화가 떠오른다. 주인공 스칼렛의 역을 맡고 나서 일약 세기적인 여배우가 된 비비안 리는 처음에 주연 선발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면접인들에게 아쉬움을 담은 우아한 미소를 보이며 면접실을 나섰다. 그 순간 감독 데이빗 O. 셀즈닉은 ‘바로 그 웃음’이라며 무릎을 치고 그녀를 주연으로 선발했다. 그녀의 웃음이 바로 ‘백만 불짜리 웃음’이었다.

한국에서 웃음은 요주의의 대상이었다. 항상 웃는 사람들을 일단 조심하라고 경계한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철저한 절제와 주의를 강요했다. 바람에 굴러가는 솔방울을 보고도 숨이 넘어갈 듯이 웃음이 나오는 젊은 여인들이 이를 악물며 그 웃음을 참았다. 그러고도 참기 힘들면 다듬이질이나 홍두깨질을 하며 웃어야 했다. 여인의 웃음은 방석집(기방)이나 심한 비유로 소복하고 산발한 여자 귀신에게나 허락된다고 여겼다. 그러나 여자의 입가에 웃음기가 없으면 냉차다 나무라고 웃음을 보이면 요사스럽다 했으니 감내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여자들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그것이 여성의 덕목이며 심지어 애교인 양 말이다. 남자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나도 웃고 우는 일에 진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함부로 웃으면 헤프거나 경망한 사내라 꾸지람을 들었다.

한글 사전에 나오는 웃음의 종류가 수십 가지에 달한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와 같은 웃음을 긍정하는 속담도 수두룩하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니, 일소일로(一笑一少) 일로일로(一怒一老) 같은 명언들은 다만 서당에서나 회자하였다. 그래도 어린 손자의 해맑은 웃음 앞에서는 근엄한 할아버지도 주름진 얼굴을 활짝 펴고 가가대소했다. 비로소 웃음의 의미를 찾은 모습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스마일운동이 한창이다. 웃음연구소, 웃음훈련소가 각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웃음훈련사, 웃음치료사의 자격증도 발급한다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사회생활이나 건강생활을 위해서 웃음의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는 바람직한 변화이다. 당신은 하루 몇 번이나 웃습니까? 어떤 종류의 웃음을 자주 웃는 편인가요? 웃음은 유통기한도 부작용도 없는 만병통치약이다.

웃음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고 한다. 웃음은 인간과 더불어 만세 전부터 있는 신의 작품이라고 자랑한다. 미소의 여신이라고 하는 비너스의 미소를 두고 신비로운 미소, 우아하고 섬세한 미소, 청순한 미소, 심지어 우울한 미소라는 등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표현 또한 다양하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또 어떤가. 학계는 웃음을 뇌의 종합적 산물이라고 하면서 아직도 그 실체를 정확히 찾지 못한다고 실토한다. 사람의 몸은 178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 60개의 근육이 얼굴에 모여 있다. 그리고 이 근육이 움직이면서 7,000여 가지의 표정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헤아릴 수 없이 무궁 무한한 감정의 표현현상의 일단이 웃음일진대 그 근원을 찾아서 어찌하겠는가. 웃고 싶을 때 웃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생산하는 그 오묘한 웃음 밭을 가꾸는 노력은 꾸준히 계속함이 마땅하다. 조금은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

나는 산수 나이에 웃음에는 아직도 미생(未生)이다. 상대의 웃음의 진의를 제대로 빨리 읽는 재간이 부족하다. 소위 언외의 말, 웃음으로 포장된 허허실실 같은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해서 자주 곤욕을 치르며 살아온 편이다. 그리고 웃음에 살짝 색칠하는 기법이 여전히 하등급에 속한다. 그렇다고 옛 어른들처럼 웃음을 멀리하는 체질도 아닌 터라 웃플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웃음의 미생 그대로가 나는 좋다. 같은 웃음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도 걸어가는 경로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 변화무쌍한 웃음을 내 어찌 감당하겠는가. 수많은 웃음의 종류는 글을 쓸 때만 필요하다. 단지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나타내는 웃음만 있으면 족하다.(*)

기사 등록일: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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