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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 초청 방문 체험기(4) _ 글 : 이미수 (캘거리)
옥배추와 머리 장신구 
옥으로 맘든 정자의 부귀 
열여덟 학자 
고궁박물원 전경 
이번주는 타이페이 북부에서 저에게 또다른 깊은 인상을 남긴 장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배운 문학적 장치중 자음 일치 (consonance)를 가장 선호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중국어로 북쪽 을 뜻하는 ‘bei’ (北; Běi) 와 귀중함을 뜻하는 ‘baobei’ (寶貝; Bǎobèi) 가 둘다 ‘bei’소리가 들어 있음이 어쩌면 깊은 연관이 있는것은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할 만큼 타이페이의 천혜의 관광 자원인 양명산도,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인위적 관광 자원인 고궁박물원도 타이페이시 북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만의 자부심인 고궁박물원은 신석기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청나라까지 이르는 값어치를 따질수 없을만큼 귀중한 물품들을 보관하고 전시합니다. ‘고궁박물원’ 이라는 이름에 맞게 박물관 소장품의 대부분이 지난 이천여년에 거쳐서 존재해온 여러 중국 제국 황제들이 소유했던 보물들 입니다. 1948년부터 1949년까지의 중국 내전 끝무렵, 대만섬으로 망명온 국민당 정권은 당시 자금성 내에 있던 65만점 이상의 보물들을 안전하게 공수하였으며 새로 수립한 수도인 타이페이에 중국 본토 북경에 위치한 자금성을 본따 이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고궁박물원 안내원에 의하면 이곳이 보유한 예술 작품이 워낙 많아 한번에 다 전시할수 없으며, 교대로 전시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번 방문시 관람할수 있는 전시품들은 박물관 소유 보물 전체의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저한 보안상 방문객들 누구도 내부의 사진 촬용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전시품들 사진 모두는 대만 고궁박물관 웹사이트를 통해서 퍼온 사진들입니다. 고궁 박물원 보유 보물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기에 좋은 웹사이트들은 Google Cultural Institute나 고궁 박물원 공식 웹사이트 (www.npm.gov.tw)등 입니다.

어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하든지 저는 마음에 드는 전시품을 오래 감상하길 즐깁니다. 아름답고 뛰어난 물품들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찬찬히 관찰할때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하루 일정을 마친후 다른 모자이크 타이완 장학생들과 소감을 나누었을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궁박물원에서의 두시간이 길게 느껴졌다고 하는 말을 듣고 사실 좀 놀랐습니다. 저의 경우는 중국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의 두시간이 너무도 짧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시간은 함께 단체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고 두번째 한시간만 개인적으로 원하는 전시물들을 구경할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자유롭게 구경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처음 한시간 동안 전문 가이드를 통해서 박물관 주요 전시물들을 훑는 시간을 가지길 잘한것 같습니다. 가이드의 도움이 없이는 수많은 방문객들 사이로 이 드넓은 박물관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는것만 해도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테니까요. 고궁박물원을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의 경우 꼭 단체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 박물관 전체를 안내받은후에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 전시관들을 돌아봐야만 옥배추 같은 주요 전시물들을 빼먹지 않고 보실수 있습니다.


전시품을 자주 교체하는 고궁 박물원에서도 항시 진열되는 보물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하나는 어른 손가락 두개정도의 길이와 두깨를 가지고 있는 옥배추 입니다. 다산과 부를 상징하는 이 보물이 얼마나 유명한지 이것이 전시된 곳에서는 사람들이 멈추어 구경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움직여야 합니다. 비록 자세히 관찰하지 못하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정도의 구경이지만 매일 몇천명씩 오는 관광객들이 이곳에만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규칙이라 이해했습니다. 이것 외에도 몇가지 인기 있는 전시품들의 경우 모두 전시관에 입장하기 전에 관련 정보를 다 읽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효율적인 관광객 통제 방법일수 있지만 한편 아쉬움을 남기는 관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점의 유명한 보물들을 제외하고는 사진촬영이 금지된것 외에는 별다른 통제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수 있기에 그닥 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중국 문화와 역사에 문외할지라도 고궁박물원에 있는 많은 전시품들은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포도와 다람쥐 문양의 머리장신구’ 같은 청나라 중기의 보물, 또 “다이아몬드가 박힌 밤꽃 문양 황금 머리장신구”같은 청나라 초기의 장신구들은 굳이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화려한 장신구들 외에 제가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구경했던 전시품은 “열여덟 학자” 라는 그림 이었습니다. 청나라 용정제 치세 초기에 순후, 주군, 그리고 딩관평 세명이 비단 두루마리 위에 채색한 이 작품은 거대한 정원에서 학자들이 모여 담론하며 학문에 정진하는 풍경이 이상화된 묘사로서 너비는 얼마 되지 않지만 (39cm) 굉장히 긴 길이 (1138.2cm)를 자랑합니다. 여러 색깔의 식물과 동물들, 후원의 여인들, 그리고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시종들등 배경의 곳곳마다 어떠한 것도 빠뜨리지 않고 그린 작가들의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오른쪽에서 부터 왼쪽으로 감상하는 중국 미술 관습에 맞추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촬영이 허용되지 않음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반갑게도 나중에 찾아보니 2015년 4월 1일 부터 6월 25일까지 특별 전시됬던 특대 두루마기들 사진이 고궁박물원 공식 웹페이지에 올라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진으로나마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수 있음이 다행이지만 항상 교체하며 전시되는 고궁박물원의 특성상 이 작품을 다시 실물로 볼수 있으리라 장담할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만큼 다른 멋진 무언가가 전시되어 있을것은 분명합니다.

이외에 제가 자세히 관찰한 작품은 “황실정원의 영원한 봄” 이라는 비단 자수 작품 시리즈 였습니다. 이 역시도 청나라 시대의 전시품으로서 “손끝에서의 향기: 그림, 융단, 자수에서의 새와 꽃 세계”라는 전시관에 위치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제일 좋아한 비단 자수 작품들은 웹사이트에 작품 사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깊은 청색 배경 위 일년 12개월을 상징하는 모란, 복숭아꽃, 양귀비, 수국, 나리꽃, 연꽃, 동백꽃, 장구채꽃, 국화, 히비스커스, 그리고 적백 매화꽃 등이 무명의 여인에 의해서 한땀 한땀 미세하게 수놓아진 작품으로서 언뜻 보면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듯 정교함과 화려함의 극치를 보였습니다.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전혀 바래지 않은 색감이며 부드러운 이음 덕에 한참을 처다보아야만 겨우 실밥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각 꽃 마다 새나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이 섬세하게 수놓아 있었고 각 꽃 옆마다 한문 시가 금가루로 씌여 있었습니다. 제가 본 자수에 가장 유사한 모습을 담은 이 사진은 이 “옥으로 만든 정자의 부귀”라는 당나라 그림입니다.


관광후 고궁박물원 정문에서 단체사진을 찍을때 든 생각은 많은 전시관들 중에 고작 두세 군데만 추려서, 그것도 서둘러서 구경하는 것은 제 적성에 맞지 않는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보물들을 다보지 못한다는 긴장감에 종종 걸음으로 걷느라 숨이 가쁘기 까지 했으니까요. 이처럼 다급한 마음으로 구경한 경험은 이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두차례 있으니 이제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역시 대만 고궁박물원에서도 다급한 마음을 갖고 구경하는 것은 흥분되면서도 피곤한 일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시간만 구경했어도 충분했을것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는것을 보면 역시 여행이란 자기 취향에 맞추어 하는게 제일 좋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중국 미술, 문화 그리고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만큼 고궁 박물원을 제대로 즐길수 있으니까요. 저의 경우도 몇년전 중국학 개론 수업을 들으며 용정제에 대해 배운적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전시품들중 청나라 전시품들을 제일 재밌게 관찰했지만, 잘 모르는 송나라나 명나라 왕조의 전시품들, 그리고 한문으로 쓰여져 있는 서예들은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궁박물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먼저 중국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고 배우고 들어가는게 미화 8불에 달하는 적지않은 입장료를 내고도 아깝지 않을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조금의 공부가 번거로울수는 있지만 몇천년에 달하는 역사의 일부를 즐긴다 생각하면 해볼만한 투자가 아닐까요.


기사 등록일: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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