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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를 읽고 _ 글 : 이정순 (사스캐쳐원주 문학회 회장)
 
이 책은 파독 간호사 이야기다.
50년대 전쟁 통에서 잿더미가 된 우리나라의 가난을 구하고자 우리나라 간호사 내지는 처녀들을 독일로 보냈다. 그분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50년 역사를 써내려 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작품이다. 작가의 강한 필력이 그들의 삶을 하나하나 재조명했다. 오랜만에 읽을 만한 진실된 작품을 만났고, 그 큰 작가가 문우라는 사실이 기쁨이고 그리고 한 번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늘 내 곁에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되어 영광이다.

이 책은 멀리 독일 베를린에서 문우 박경란 작가가 보내주었다. 나는 이 책을 받아 드는 순간 내 언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으로 기억한다.
큰 딸을 어떤 부류의 사람이 사는지도 모르는 먼 땅으로 보낸다는 아니면 가난을 향한 절규인지 아니면 그 많은 전답을 빚쟁이한테 떠 넘겨주고 내 딸이 그 먼 곳에서 돈을 벌어 그 많은 전답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눈물인지, 어쨌거나 우리 집은 온통 초상난 집 같았다.
이 책을 한장씩 읽어 내려가면서 아직도 감성이 남아 있는지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었다. 내 언니한테서 들은 이야기 보다 더 절절함을 느끼며 가슴 한켠을 쓸어내렸다.
언니는 자라면서 그 많은 전답이 빚쟁이에 넘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 가슴을 부르르 떨었던 기억으로 꼭 내손으로 그 전답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투 잡 스리 잡도 마다치 않았다고 했다. 그 많은 전답은 작은 아버지의 도벽으로 다 넘어가고 말았다. 소희 그 당시 서울대학 경제학과를 나오신 분이다. 우리의 꿈과 언니의 꿈도 서울대학을 향해 꾸고 있었는데 그러한 참담함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독일서 얻은 병으로 지금은 투병 중이다. 언니가 다 나아서 이 책을 읽으며 추억하길 바란다. 이 책에서는 파독 간호사들의 생활상과 활약 그리고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히틀러의 도시, 프로이센 제국시절의 흔적이 살아있는 베를린에 안착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에게 1세대 파독간호사를 만나게 된 건 분명 행운이라고도 말했다.
<독일 땅에 들어선 이후 마법의 물이 몸 안에 넘쳐흘렀다> 는 독일 시인 하이네의 말처럼 그들은 독일이라는 미지의 땅을 밟았을 때 내면을 파고드는 파도를 느꼈다고 한다.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는 삶의 회오리들이 엄습할 때마다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파독 간호사의 걸어온 삶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걸어가는 도서관이었다. 저자는 그들을 인터뷰 하면서 방대한 도서관을 보는 듯해서 희열을 느꼈다고도 하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짧은 순간에 그들이 살아온 50년을 공짜로 섭렵해서 미안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들은 오로지 조국의 가난을 대신해서 짊어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 같았단다. 그 과정은 참담하리만치 비참한 삶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매 순간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질 때나 꿈꾸었던 독일의 삶이 하나하나 이루어 질 때는 성취감과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 힘들이 이러한 육체적인 고통쯤이야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도 했다.
삶은 순간순간 다가오는 꿈의 창문을 열어보지 못하고 주저 할 때가 참 많다. 찬란한 순간은 금방 우리 곁을 떠나갈 것을 잊은 채 말이다.
'그 창문을 활짝 열어 세상 밖으로 달려 나왔기에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 이 묵순! '그대의 온 행복을 순간 속에서 찾아라.' 앙드레 지드의 말이 떠오른다.
파독간호사 금선은 베를린 간호협회 내 가야무용단을 창립해 초대 단장을 역임했고 현재까지 한글학교 어린이들에게 한국 무용을 가르친다. "우리문화를 알려면 한글을 해야 해. 그래서 전부 한국말로 가르쳐." 그녀의 인생의 태양은 지금 이 순간 오늘 그리고 내일이다.

알베르 카뮈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열개의 단어를 집었다. 그 중 가난의 고통과 고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회피하고 싶은 단어 일 것이다.
모든 삶의 과정은 영원하지 않다. 끈질기게 싸웠던 투쟁의 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삶 속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파독 간호사 박화자 씨를 보면서 기쁨도 고통도 그저 지나온 시간 속에 녹아 있다는, 삶에 초연해 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독 간호사 노미자 씨는 꽃들은 시간이 지나면 스러지는 것을 그녀의 꽃만은 유독 다시 피어난다. 노을이 진 다음 어둠이 깔리는데도 말이다. 간호사협회는 1,2대 회장을 나이순으로 뽑았는데 3대 회장은 투표로 당선이 되었다. 대구 보건대학과 결연하여 독일의 파트콘사와 함께 고국의 중증 암환자를 돕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세계로 프로젝트' 자문교수로 위촉되었다. 파독간호사들 다섯 명이 디코러스 그룹을 결성해 음반 삼천 장을 내기도 한 그녀다. 그녀의 행보는 과히 어디까지일까? 여기 기록 된 게 다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도 간혹 고향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렇듯 파독 간호사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함만이 아니다. 그들 간호사들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다시 쓴 셈이다.

그들이 독일에 온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각자의 인생의 끝 장면은 서로간의 간극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이야기를 몇 페이지의 공간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이 책을 통해 파독간호사들의 근현대적 삶을 그저 부각시켜 영웅적으로 높이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인간의 소멸과 흔적도 없이 사라져갈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어떻게든 담아내야한다는 소명의식!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숱한 파독간호사와 만나고 헤어졌다. 그들의 육화된 삶은 저장된 기억의 덩어리로 강한 생명력을 품어낸다. 1~2백년 후, 한 줄의 역사로만 남지 않으려면 좀 더 사실화된 개인 기록이 절실하다.
난 그들이 지나 온 인생 가운데 기꺼이 다시 살고 싶은 시간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글을 쓰노라고 박경란 작가는 말하고 있다.

박경란 작가의 저서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를 읽으며 캐나다 에드몬톤에도 내 언니를 비롯한 몇 분의 파독간호사와 파독광부들이 이주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이 책을 서툴게나마 알리고 싶어 이글을 자처하고 쓰기로 마음먹었다. 행여 저자에게 누가 되는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국민이라면 역사를 다시 쓴 우리나라 살아 있는 도서관을 그들의 꽃이 지기 전 만나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이민 온 우리들은 그들과 공감대가 이루어 지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나라를 떠나온 건 그들이나 우리나 같은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나 자신이 영광스럽고 가슴 설렌다.


박경란 작가 프로필
저서;*<나는 독일 맥주보다 한국 사람이 더 좋다>
*파독 간호사 50주년 기념 희곡<베를린에서 온 편지>
*<나는 파독 간호사입니다>
*잡지사기자로 10년, 베를린으로 이주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기사 등록일: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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