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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온다2 _ 조현정의 시대공감(10)
 
-노동의 종말-
마르크스는 인간의 정의를 노동에 두고 있다. 일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기독교에서도 노동은 신성시 된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의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직업의 전문화와 자본주의의 발달을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인간은 일을 통해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사명을 감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천직’이란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우리에게 누구냐고 물으면 이름보다 직업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동과 직업은 단순히 생계 수단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기반이며 정체성이 된다. 반대로 실직은 수입의 감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박탈이며 존재감 상실로 이어진다. 몇 달 전 있었던 한국의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공약이 일자리 창출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청년실업률이 10% 대를 넘어섰다. 체감 실업률은 20% 대에 이른다. 이러다 보니 ‘헬조선’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한국에서 취업 걱정 없는 청년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 뿐 아니라 노인들의 일자리도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명은 늘고 있는데 명퇴다 뭐다 해서 자의와 상관 없이 일찍 사회에서 퇴출 된다. 그러다보니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만약 실업률이 50%가 되면 어떻게 될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 상상할 수도 없지만 이런 일이 머지 않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사람들을 직장에서 몰아내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세계 실업률이 30년 안에 50%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얼마 전 도올 김용옥이 “4차 산업은 한마디로 실업자 양산하는 새로운 구조”라고 한 말이 과언이 아니다.
30년 뒤라 아직은 괜찮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벌써 인공지능 로봇의 대체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구글은 2012년에 3만8,000명이 채 못 되는 인원으로 14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1979년 GM은 거의 84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면서 1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의 약국은 매일 1만 건이 넘는 약 처방전을 실수 없이 처리하지만 약사로 일하는 것은 단 세 명뿐이다. 이들은 실수도 없고, 쉬지도 않으며, 불평도 없다. 바로 인공지능 로봇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많은 병원들이 로봇약사를 도입하고 있고 도입을 계획 중이다. 기계들이 침범하지 못했던 화이트 칼라의 영역까지 이미 구석구석 침투 중이다.
여러분들은 최근 여러 국가들이 기본소득제를 이슈화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미 스위스의 경우 부결은 되었지만 기본소득제에 대해 투표를 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는 현재 온타리오 주에서 400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핀란드, 미국 알래스카, 이탈리아 리보르노 등에서도 시험 실시 중이다. 그 밖에 여러 나라에서 기본 소득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본소득제가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제가 실시되는 것을 사회주의의 득세로 연결 짓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도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될수록 인간들은 과반수 이상이 실업자가 되고 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물류도 빨라지고 정확해지고 싸질 것이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값싸고 빠르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살 돈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자본주의는 경제대공황을 통해 노동자가 곧 소비자라는 교훈을 배웠다. 공급이 좋다고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수요가 곧 공급을 결정한다. 만약 노동자들이 급격히 실업자로 전락한다면 노동자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도 붕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사회주의자들을 탄압했던 비스마르크가 복지제도를 마련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치다. 그러나 각국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4차 산업혁명과 달리 기본소득제 도입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각국 마다 과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캐나다는 어떨까? 그리고 한국은 어떨까?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기사 등록일: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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