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 김회자
거미는
꽁무니에서 긴 줄을 뽑아
무궁화 나무 위로 날아왔다
외줄에 매달려 바람이 불어 주기를 기다리다 토담 벽에 붙었다
첫 실을 치는 것에 성공하자 거미의 몸놀림이 바빠졌다
왔다 갔다 하며 질기게 만들고
뼈대가 될 날실을 걸쳐 날아간다
그리고 굵은 씨실을 쳐나간다
정교한 몸놀림으로 집 짓는 작업은 몇 시간이나 계속된다
비가 오자 거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무궁화 잎 사이로 몸을 숨겼다
소나기가 멈추자
거미줄에 달린 물방울들이 반짝인다 그 속에
방금 걸린 똥파리 한 마리도 같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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