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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사스캐츠완 한인 문학회 신춘문예 당선작품 소개 _ 수필부문 가작
 
신호등 앞에서 / 이 경 숙

며칠 전 약속이 있어 서둘러 나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또 늦고 말았다. 그날따라 유난히 빨간 신호등이 자주 자동차를 멈추게 하였다. 마음은 바쁜데 자꾸 멈춰 서야 하니 약간 짜증이 났다.
나는 잡다한 생각이 많은 편이다. 특히 운전할 때 더 그렇다. 그럴 때마다 정신을 어디 파느냐고 남편한테 핀잔을 듣기도 한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 서 있다가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약속을 나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오늘따라 신호등 탓만 하고 있을까. 부지런히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왔더라면 신호등은 그저 내가 가는 과정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빨간 신호등 때문에 늦는 것이 아니고 내가 늦어서 유난히 신호등에 예민해졌던 것이다. 신호등은 늘 그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똑같은 상황인데도 상대방의 행동이 유난히 눈에 거슬리고 언짢아 보일 때가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이나 상황들이 마치 신호등처럼 그 자리에 그저 있을 뿐인데 모든 일상의 일들이 내 기분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상대방 때문이라고 탓을 하고 있다. 오늘 약속 시간에 늦은 것은 내가 게으른 탓인데 마치 빨간 신호등이 유난히 많이 멈춰 서게 했다고 불평을 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을 통제할 수 없는 것도 빨간 신호등을 내가 조작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내가 아직도 누군가가 때문에 마음을 언짢아하고 있다.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말이 거슬렸다면 이제 느긋하게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가 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아직도 신호등 탓을 하며 내 속을 끓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빨간 신호등이 잠시 멈춰 서게 한 것은 조급한 내 마음의 자리에 잠시 쉼표를 찍어 준 것이 아닐까? 상대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 있어서 잠시 멈춘다는 것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 멈춤 다음에는 출발도 있지 않은가.
잠간의 시간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파란 신호등이 다시 들어 왔다. 나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악셀을 천천히 밟았다. 다음 약속 때는 좀 더 일찍 서두르리라 다짐하면서 약속 장소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갔다.




기사 등록일: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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