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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온다 4 _ 조현정의 시대공감(12)
 
-노동의 종말3-

4차산업혁명의 과도기를 지나 기본소득제가 자리잡는 시대가 오면 비로소 포스트휴먼에 대한 담론이 형성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대두될 문제는 '포스트휴먼이 온다 1편'에서 언급했듯이 노동 없는 인간이 될 것이다. 대략 10,000년 전 농업혁명이 시작 된 이래로 인간과 노동은 숙명처럼 붙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노동을 정의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동이 인간을 정의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종교와 철학에서까지 노동을 신성시 하는 경향이 있다. 1부에서 말한 것처럼 기독교의 '천직'이나 '탤런트' 개념이 그렇다. 칼 마르크스와 같은 철학자는 노동소외를 산업시대 인간의 근본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기독교의 천직과 소명개념은 마르크스의 노동과 상반된 것이지만 양쪽 다 노동을 인간의 중요한 본질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와 같이 인간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중추역할을 해온 노동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해방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포스트휴먼에 대한 담론은 없어서 안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노동하는 인간'을 대체 할 포스트휴먼의 정의는 무엇이 될까? 바로 '놀이하는 인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하는 인간이라는 정의 아래에서는 근면과 성실이 미덕이 되었다면 놀이하는 인간에게서는 개성과 행복추구가 미덕이 될 것이다. 노동하는 인간은 기술습득을 위한 단순반복과 암기 위주의 학습이 효과적이었다면 놀이하는 인간에게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학습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들어 창의력 교육이나 인문학 교육이 붐을 이루는 현상은 이미 포스트 휴먼으로 나아가는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도 근면한 노동을 미덕으로 삼았던 생각들이 바껴야 할 것이다. 2004년 한국에서 주5일제가 시행될 때 많은 보수기독교인들이 반대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면서 6일 동안 창조사역을 하시고 7일째 쉬신 성경의 노동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이다. 그와 아울러 게으름, 방탕, 향락이 나라와 사회를 좀 먹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주 5일제가 시행되고 10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인들 중 다시 주6일제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독교의 '천직'이라는 개념 또한 분업화된 산업사회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천직은 하나의 재화를 한 사람 혹은 한 무리가 온전히 만들어 내던 가내수공업 시대에나 적용이 가능한 이야기다. 마르크스가 지적한 바 있듯이 산업화로 인한 분업은 노동과 생산물 모두 노동자에게 소외 되어 버렸다. 화폐경제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본격화 되면서 대부분의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 버렸다.
사실 노동에서의 해방은 성경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기 이전 에덴동산에서 신의 은총과 함께 지내던 때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생존을 위한 노동이 죄에 대한 벌로 주어졌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노동의 미덕을 목숨 걸고 고수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육체노동은 인간의 본능과도 맞지 않다. 오늘날 많은 질병들이 노동으로 발생한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육체적 질병뿐 만 아니라 여러 정신질환들도 오랜 세월 길들여져 온 수렵채집 시절의 본능에 거스르는 노동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동에서 해방되고 놀이의 인간이 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무기력해 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노동이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노동이 생존을 위한 노동이었다면 놀이하는 인간의 노동은 자기실현과 행복추구를 위한 노동이 될 것이다. 오히려 전근대적인 노동관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4차산업혁명 이후 노동에서 배제될 때 심각한 상실감과 무력함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세기 노동의 역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19세기말 20세기초에는 나이 제한 없이 어린이들도 하루 15~6시간 공장이나 탄광에서 노동을 했다. 이러한 노동시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20세기 후반이 되어서는 많은 나라가 하루8시간 주 40시간 근무제가 정착 되었다. 21세기에는 더욱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의무노동 시간이 사라질 것이다. 타율적인 노동에서 해방되어 자발적인 노동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근대사회에서는 노동과 놀이가 대칭관계 일 뿐만 아니라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관계였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이 완성되는 시대에는 놀이가 곧 노동이 될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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