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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온다5 _ 조현정의 시대공감(13)
 
사피엔스의 종말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가타카’라는 영화가 나왔다. 영화에서는 완벽히 유전자를 해독하는 기술을 통해 열성인자나 질병에 관련된 유전자는 제거하고 우성인자만으로 맞춤 아기를 만들어내는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빈센트는 부모의 사랑을 통해 자연수정으로 태어난 사람인데 태어난 직후 받은 유전자 검사에서 신경계 질환 가능성 60%, 우울증 가능성 42%, 심장병 가능성 99%, 예상수명 30.2세 라는 암울한 진단을 받는다.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빈센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유전정보는 그의 꿈을 좌절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결국 유전자 결정론을 인간의 자유와 의지로 극복해 내는 휴먼드라마로 끝을 맺는다.
영화가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럴 듯한 공상과학영화였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더 이상 공상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미국은 2000년 8월에 판코니 빈혈을 앓고 있는 여아를 위해 여아와 같은 골수를 가지면서도 빈혈이 없는 여아의 동생을 시험관 수정으로 낳는 데 성공했다. 이 후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유전자 조작 시험관 수정에 성공하였다.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윤리적인 문제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인간 유전자 조작 연구는 엄격히 통제 되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왕성하게 실험이 이루어 지고 있다.
2013년에는 유명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술을 받아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암 발병 이후의 수술이 아니라 유전 검사를 통해 그녀가 유방암 발병률이 매우 높은 유전형질을 지닌 것을 확인 하고 예방차원에서 수술을 한 것이다. 올해 8월 한국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 연구단장 김진수 교수팀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배아에서 심장질환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2016년에는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쳐 (Nature) 3월호에 ‘유전자 교정 편집 시대의 시작 (Dawn of the gene-editing age)이라는 주제로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과정과 정도를 심도 깊게 다룬 적도 있다. 식물이나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인간 유전자 조작 기술이 4차 산업혁명과 접점을 이루게 된다면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금까지는 건강하게 태어나든, 기형으로 태어나든, 남자로 태어나든, 여자로 태어나든, 어떤 외모, 성격, 지능으로 태어나든 운명으로 받아 들였다. 유신론자는 신의 뜻으로, 무신론자는 우연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신의 뜻이든, 우연이든 인간의 의지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생명의 탄생을 인간의 뜻과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영화 가타카에서처럼 맞춤아기가 일반화 되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가타카가 그리고 있는 디스토피아 보다 훨씬 암울한 사회가 될 것이라 본다. 가타카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다. 전체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인간이 맞춤형으로 태어나게 될 것이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돈이 많을수록 더욱 뛰어난 맞춤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부모가 돈이 많을수록 질병이 없이 건강하고, 지능이 뛰어나며, 잘 생긴 아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처럼 자연수정을 통해 아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신분과 계급은 제도를 통해 구분되어 왔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돈이 곧 신분과 계급을 말해주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에 종 자체의 분화로 인해 계급과 신분이 갈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술은 보다 발전하여, 더욱 세밀한 부분, 다양한 부분에서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렇게 세대를 거듭하게 된다면 자연선택으로 인한 돌연변이가 아니라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만든 종이 새롭게 등장 할 가능성이 높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연선택으로 인해 지구를 정복한 현생인류가 되었다면 신인류는 자연선택이 아니라 인간의 조작으로 등장하는 첫번째 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인류가 등장 한 이후 우리와 같은 사피엔스들은 어떻게 될까? 신인류의 노예가 될 것인가? 아니면 멸종할 것인가? 사피엔스가 신인류의 노예가 되기에는 지적 능력이 뛰어날진 몰라도 신인류에 대항해서 살아남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기사 등록일: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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