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진화 세계관의 시대에 상층(내세의 천국), 중간층(현세의 땅), 하층(지옥)의 삼층 세계관은 더 이상 사람들을 감동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하늘 밖 상층의 다른 세계에 인간과 분리된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망상에 불과하다. 오늘 21세기 현대인들에게 하느님은 교리적으로 믿어야 하는 실재적(實在的)인 존재가 아니며. 다만 하느님은 자율적으로 느끼고 깨닫고 체험하는 궁극적인 실제(實際 Reality)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사는 방식이고, 삶의 표현이다. 종교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보상심리로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금 여기에서 다른 인간들과 생명체들과 자연과 함께 사심없이 살아가는 삶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하느님은 내세지향적인 천당지옥, 구원심판, 축복징벌의 이분법적 교리가 아니다. 오늘날 인류의 구원과 미래는 하느님의 의미 즉 현실적인 실제, 통합적인 실제, 전체적인 현실, 온우주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아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우리는 138억 년의 우주 이야기를 새롭게 인식하고, 종교의 믿음체계가 만든 삼층 세계관의 “옛날 이야기”를 버리고, 우주진화 세계관의 “새로운 이야기”를 살아내려고 한다.

우리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의미와 목적을 인식하기 위해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인간의 본성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종교인들은 우주진화 세계관에 따라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이성의 진화와 함께 발전된 과학은 우리가 우주적이고 공개적인 계시를 인식하도록 도와 줄 뿐만아니라, 우주와 지구와 자연과 친밀감을 갖도록 일깨워 준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과학 덕분에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새로운 이야기 즉 인간의 의미, 생명과 죽음의 의미, 하느님의 의미, 세계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이 발견한 진화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을 넘어, 우리가 미래를 향해 보다 나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하도록 일깨워 준다. 진화의 인식이 있기에 인류와 세계와 종교와 문화가 보다 심층적으로 성숙해지고 발전해 갈 수 있다. 진화는 인간의 본성을 밝혀 준다. 21세기의 인간은 진화를 모른체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진화는 인간의 정체성이다. 진화는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얼굴이고,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물론 진화는 존재론적인 하느님을 믿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진화하는 우주에서 인간의 개인적인 삶의 의미와 목적은 우주의 한 개체로서 자신 보다 더 큰 전체와 가장 큰 전체의 웰빙을 위해 사는 것이다. 우리의 더 큰 전체들인 가족과 이웃들과 종교적 사회적 단체들은 창조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따라서 우리는 밝고 희망에 찬 미래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개체 생명체들과 전체 생명의 망을 위해 살아야 한다. 삼층 세계관의 종교인들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영원히 하느님의 영광과 기쁨을 위해 산다’ 고 대답하는 반면, 우주진화 세계관의 사람들은 개체의 실제로 이루어진 전체의 실제 즉 전체적인 실제의 끊임없는 진화를 인식하고, 현실적인 실제에 친밀함을 느끼며, 다른 개체들과 전체를 위해 실천적으로 사는 것’ 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인 실제(Reality)의 의미는 실제적인 세계(The Real World)를 말한다. 전체적인 실제로서의 우주는 빅뱅으로부터 출현했다. 지구는 우주먼지에서 나왔고, 단세포들은 지구에서 나왔다. 생명체들은 진화과정인 생명과 죽음으로부터 출현했고, 인간의 자아의식과 자율성과 창조성이 생겨났다. 인간은 우주 자체이다. 즉 인간은 의식을 지닌 우주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뿌리인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른다.

우주가 창조적으로 출현했으며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는 진화적 사실은 138억 년이 지난 최근에 인간의 자아의식으로 발견되었다. 우주의 창조성과 인간의 자아의식에 대해 고대의 전통적인 종교들은 상상할 수도 없었으며, 다만 지난 2백 년 사이에 인식되었다. 식물들과 동물들과 인간들이 우주의 질소가스 구름에서 출현했듯이, 인간의 의미와 목적은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구 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과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면서, 우주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우주 밖에서 이주해 온 것도 아니고, 초자연적인 힘이 설계한대로 완성품으로 만든 것도 아니며,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열매를 맺듯이 138억 년의 우주진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출현했다. 기독교 성서 창세기(2장 7절) 저자는 하느님이 인간을 흙먼지로 만들어 숨을 불어 넣었다고 기록했다. 이것은 전체적인 실제 즉 하느님의 실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을 고백한 것으로, 창조적이고 우주적이고 궁극적인 실제에 대한 친밀감을 고백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하느님의 의미와 인간의 본성을 밝혀주고 있다.

우주 이야기를 큰 그림으로 볼 때에 창조적 진화의 역할은 인간과 지구의 운명을 좌우한다. 모든 별들이 영원하지 않듯이 지구가 속한 태양계도 언젠가 폭발해서 사라진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운명과 태양계의 운명은 탄생부터 폭발까지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다. 또한 인간의 몸이 다른 수많은 생명체들과 함께 수십억 년의 진화과정에서 출현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과 분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뱃 속에 있는 아이가 산모와 분리되어 생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우리는 우주 진화 세계관의 상호의존 관계론에 따라 살고 있다. 켄 윌버는 이것을 포월적(包越的) 우주론 즉 홀리아키 계층구조(홀론들의 상호계층구조)로 설명했다.

우주 전체는 통합적이다. 즉 흙, 공기, 물, 생명체들, 별들과 우주먼지들이 통합적으로 구성된 것이 우주이다. 21세기 인간의 위대한 과업은 우리 자신과 다른 모든 개체들을 큰 우주의 운명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종교에 깔린 인간중심주의에서 생명중심주의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간사회와 자연세계는 분리된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 통합해야 한다. 이것이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종교인들이 하느님을 살아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 전체는 지금도 진화과정 속에 있으며, 우리 인간은 이 과정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인류의 미래는 궁극적인 실제-전체적인 실제- 통합적인 실제를 인식하고 존중하고 친밀하게 대하는 것에 달려 있다. 종교인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유일한 길은 현실적인 실제(Reality)를 존중하고 살아 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주 전체는 진화하는 하나의 생명의 망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 하느님을 살아 내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생명을 택하고, 내세의 꿈을 떠나 보내야 한다. 지구의 생명은 40억 년의 진화과정을 거쳤다. 생명을 택하는 것은 온우주(Kosmos)의 진화과정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기존 종교체계 특히 기독교에서 말하는 우상숭배라는 말을 우주진화 세계관으로 이해하자면, 전체적인 실제-온우주를 무시하거나 모른체하고 부족적으로 특정 개체 또는 작은 전체를 부족적으로 숭상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실제-포월적이고 통합적인 우주는 모든 실제들을 포함하고 모든 경계를 넘어 보다 나은 새로움으로 도약하기 때문에 이외에 다른 것들을 편협적으로 그리고 이분법적으로 충성하는 것은 우상숭배이다.

인류역사에서 포월적 우주의 전체적 실제를 신뢰하기 보다 부족적-초자연적-인격적인 하느님을 우상숭배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고통 중에 있으며, 수많은 생명체들이 희생되고 있으며, 생태계는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으며, 이 모든 현상들은 소비문화의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2) 전체적인 실제보다 더 작은 전체인 히틀러에 맹종한 나치들에 의해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되었다; (3) 가부장적인 교회에 충성한 사람들이 전체를 존중하고 모든 개체들을 환영하지 못하여 마녀사냥과 종교재판으로 수만명의 여인들을 고문하고 처형했다; (4)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은 자신의 지도자와 국가에 충성하는 애국정신을 발휘하고 또는 개인적인 하느님의 뜻만을 따르기 때문이다. 전체를 무시한체 작은 전체 즉 자신의 민족과 국가만을 위하는 우상숭배의 극치는 인명을 대량으로 살해할 수 있는 첨단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남용하고 대대로 이어가는 보복행위를 일삼는다.

통합적인 전체를 무시하고 작은 전체만을 중요시하는 편협한 우상숭배는 가정과 사회는 물론 심지어 종교단체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종교인들은 지금 여기에서 이웃들과 사회와 세상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체 다른 세계 즉 죽음 후의 내세를 꿈꾸며 개인적인 관계와 자신이 속한 종교만을 위해 이기적인 욕심의 노예생활을 한다. 그 결과로, 세계는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평화와 사랑과 정의가 구체화되지 못하고, 전쟁과 테러와 착취와 극심한 빈부차이의 늪에 빠진다.

현세의 전체적인 실제를 존중하는 것은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믿고 숭상하는 것이 아니다. 이 우주적 세계의 웰빙을 위하는 길은 하늘 밖의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미 즉 온 인류가 염원하는 궁극적인 실제-전체적인 실제-진화하는 통합적인 실제-포월적인 실제를 몸과 마음으로 살아 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의 실제와 친밀해지고, 다른 모든 개체들과 조금 더 큰 전체들과 가장 큰 전체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이 모두를 포함하고 더 나은 새로움으로 넘어가는 것이 하느님을 살아 내는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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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 톨레. Now: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조화로운삶,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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