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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온다 7(마지막회)_ 조현정의 시대공감(15)
 
죽음의 종말2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정한 죽음의 극복은 유한한 신체에서 자유로워질 때 가능하다.
신체를 극복하는 첫 단계로는 유기체인 몸과 무기물인 기계, 로봇, 혹은 전자칩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 마디로 사이보그다. 한때 사이보그라고 하면 프랑켄슈타인처럼 괴상망측한 괴물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신이 흙으로 빚은 신체야 말로 완벽한 실체라고 생각했던 시대의 사람들은 조악한 무기물이 신체의 일부를 온전히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플라톤주의자들, 영지주의자들은 일찍부터 육체에 대해 회의적이기도 했다.) 피터팬에 등장하는 후크 선장의 갈고리 손, 만화영화 보물섬에 나오는 외다리 선장의 나무의족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무기물들이 자연과 신이 만들어 낸 유기체의 능력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여전히 로봇의수나 의족, 보청기, 인공장기들은 유기물인 신체를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지 못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자외골격의 경우는 인간 신체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신체외골격을 입은 사람이 자동차의 한쪽을 번쩍 든다거나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리는 모습은 요즘 TV를 통해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갈고리와 나무막대기가 하던 것을 로봇이 대신하게 되면서 진정한 사이보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신체를 극복하는 다음 단계로는 자연유기체에서 합성되고 강화된 유기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라고 해서 사이보그 단계의 단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보그와 인공유기체는 계속 상호보완적으로 발달할 것이다.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울버린은 사이보그와 강화된 신체를 가진 대표적인 캐릭터다. 그는 칼에 베이고, 총에 맞아도 순식간에 상처가 회복되고 피부가 재생된다. 그리고 뼈를 대신한 아다만티움이라는 초합금이 골격을 이루고 있어 자유자재로 주먹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나온다. 이런 영화 속 상상에서나 가능한 캐릭터가 가까운 미래에는 실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현재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상처회복과 피부재생을 빠르게 하거나 근력을 증대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를 다른 동물에 이식해서 인공장기를 배양하는 기술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로 육체 자체를 벗어나 존재하는 것이다. 육체가 죽고 난 후에는 불멸의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는 종교나 신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인드 업로딩 (Mind Uploading)이라고 해서 우리의 정신을 정보화 해서 컴퓨터 운영체제에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정신이 비물질적인 영혼의 산물이 아니라 육체의 일부인 뇌의 전자기적 활동이라 믿는 과학자들은 마인드 업로딩을 통해 육체를 벗어나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인드 업로딩을 연구하는 네덜란드 신경과학자 랜달 쿠너는 뇌의 모든 정보를 코드화 할 수 있다면 뇌를 컴퓨터에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인간의 뇌는 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축색돌기와 수상돌기를 통해 약 일만 개의 시냅스 연결을 이루며 정보전달을 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발달은 뇌를 완벽히 코드화 하는 시간을 앞당길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다면 랜달 쿠너가 주장하는 것처럼 뇌의 정보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코드화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정신은 컴퓨터에 옮겨질 수 있을까? 그리고 복제 된 정신은 육체와 함께 있던 본래의 사람과 같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마인드 업로딩에 대해 부정적이다.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있어서 하드웨어를 뜯어 낸다고 해서 소프트웨어가 파손되거나 사라지지 않지만 뇌는 그 자체로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이다. 뇌라는 하드웨어를 무시하고 정신이라는 소프트웨어만 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USC 뇌과학 연구소장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은 단순히 뇌의 전자기적 흐름만이 아니다. 뇌는 신경계를 비롯한 다양한 망을 통해 신체 구석구석과 상호소통하며 이 과정 전체가 정신을 구성한다. 영화 <트랜센던스>에서는 레베카가 자신의 남자친구이자 천재과학자인 윌을 살리기 위해 윌이 죽기 직전 그의 뇌를 마인드 업로딩을 한다. 육체는 죽고 정신으로 살아 남은 것이다. 그러나 육체가 없는 윌은 더 이상 레베카가 알던 예전의 윌이 아니다. 기억은 예전 그대로지만 예전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기억은 온전하지만 육체를 벗어버린 윌, 그가 느끼는 욕망과 레베카와의 관계는 몸과 마음, 정신과 육체와 관련한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다마지오가 말하듯 우리의 감정은 신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우리의 정신은 곧 체화된 마음이라면 도대체 신체를 극복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죽음의 종말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진다. 사이보그, 인공 유기체, 마인드 업로딩이 죽음의 종말과 함께 사피엔스의 종말, 개인 정체성의 종말을 가져올 지도 모른다. 또한 생명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정체성이 복제되고, 이전 될 수 있는가? 포스트휴먼 시대의 종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 종의 인위적인 분화 이후에 평등이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인류의 문명과 철학이 시작되어온 이래로 계승된 많은 가치와 규범들이 전복되고 갱신되어야 할 시대가 머지 않았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기사 등록일: 201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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