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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미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없는 이유 (1)_ 조현정의 시대공감(18)
 
며칠 전 구글 지도를 보며 캘거리 근교에 가 볼 만한 곳이 없나 살피다가 체스터미어 (Chestermere) 라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추수감사절에 친구랑 체스터미어를 들렀습니다. 캘거리 중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1번 길이자 16Ave를 따라 동쪽으로 얼마 가지 않아 제법 큰 호수를 끼고 있는 작지만 단정하고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체스터미어 호수 서편에는 작은 늪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오리 떼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호숫가로 난 공원 산책로도 고즈넉하고 좋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호수의 약 4분의 1만 공원이고 나머지는 호숫가로 집들이 들어선 사유지였는데 이 때문에 호숫가를 제대로 산책할 수 없었습니다. BC주 휴양도시인 켈로나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호숫가의 집을 산 사람들은 집이 호수 앞에 있다는 이유로 비싼 돈을 지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이 아름다운 자연을 개인이 돈을 주고 독점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렇다면 이 것을 최초로 소유했던 사람들은 누구일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분명 자연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았던 원주민들은 아닐 것입니다. 유럽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겠지요.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 소유개념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소유 개념이 확고히 자리잡게 된 계기는 부르주아라는 시민 계급의 출현과 아울러 존 로크의 소유이론 때문입니다. 봉건시대 이후 등장한 시민계급은 자유로운 무역과 노동을 통해 얻어지는 재화에 대한 소유권에 민감했습니다. 자유로운 시민이 있기 위해서는 개인 재산을 정당하게 인정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존 로크는 소유권을 정당화 하기 위해 이론을 세웠습니다.
먼저 소유가 없는 땅이나 재화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발견하는 한 사람에게 권리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노동이 투입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땅을 발견 했다면 그곳에 울타리를 치고, 집을 지으면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이지요. 아메리카 대륙도 이러한 논리로 유럽인들이 땅을 소유했습니다. 물론 유럽인들이 오기 이전부터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지만 유럽인들에게 원주민은 인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최초의 발견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토지소유 개념이 없던 인디언들에게 헐값을 지불하고 소유권을 정당화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소유권 개념은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레위기 25장 23절에 보면 “토지는 다 하나님의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영구히 팔고 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희년 제도 입니다. 칠 년마다 오는 안식년을 일곱 번 보내고 오는 다음 해, 즉 50년째가 되는 해는 희년으로 선포해서 빚을 탕감해주고, 돈 때문에 종 노릇하는 사람도 돌려보내주고, 값을 치르고 샀던 토지도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유대인들이 땅을 살 때도 앞으로 희년까지 남은 년수를 계산해서 사고 팔았습니다. 엄격히 말하면 임대나 다름 없는 것이죠. 이와 같이 50년에 한번씩 원점으로 되돌리니 대를 물려서 빚을 진다거나 종이 된다거나 살 곳이 없는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근대의 소유개념은 영구히 자자손손 물려 줄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곧 자본이 되고 자본은 불로소득과 잉여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빈익빈 부익부가 구조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사람이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입니다. 헨리 조지는 토지라는 자연물을 독점적으로 소유한 사람들이 임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게 되는 구조가 빈부격차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자주 듣게 되는 경제용어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도 헨리 조지가 지적했던 문제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한때 서울 홍대 주변은 가난한 미대생들과 음대생들이 모여서 음악도하고 미술도 하던 곳입니다.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모여서 액세서리 가게도 열고, 스스로 디자인한 옷이나 모자도 팔고, 공연도 하던 곳입니다. 이들의 재기발랄한 활동들로 인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상권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나 돈 좀 가진 사람들이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서라도 홍대에 진출하게 되고 건물주는 임대료를 대폭 올려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내쫓기게 되는 신세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합니다. 결국 이것도 소유권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인간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의 일부가 자연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이라 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연만물은 신의 창조물입니다. 그러므로 신의 소유이지 인간의 소유가 아닙니다. 인간이 논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소유권입니다. 물론 소유권과 재산권이 국가나 권력, 힘있는 자들로부터 자신의 소유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물에 대해서 만큼은 개인에게 영속적인 소유권을 허락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기사 등록일: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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