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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미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없는 이유2 _ 조현정의 시대공감(19)
 
-추미애 의원은 여자 김정은인가?-

체스터미어를 걸으면서 개인이 땅을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정당한지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얼마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헨리 조지의 토지세를 이야기한 것에 대해 바른 정당 하태경 의원이 ‘여자 김정은’, ‘토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었지요. 일명 ‘단일토지세 (Single tax)라고도 불리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는 토지를 통해 얻어지는 모든 수익을 세금으로 환수 하되 그 외 노동이나 소비에 붙는 모든 세금은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하태경 의원이 자세한 내용을 몰라서 그랬던 건지, 알고도 정략적으로 공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태경의원의 비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헨리 조지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이유를 토지에서 찾았습니다.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면서 임대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구조가 빈부격차를 심화 시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산업이 발전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생기고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토지의 면적은 늘거나 줄지 않는데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땅값과 임대료가 오를 것입니다.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할수록 땅을 사고자 하는 투기꾼들이 모여들어 땅값은 원래의 가치보다 더욱 높게 형성됩니다. 도시를 발전시킨 사람들은 그 곳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인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땅 주인이 그 소득을 가져가는 것이지요. 결국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가면 그곳에서 사업하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앨버타 주의 최저임금문제도 그렇습니다. NDP정부에서는 최저 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장사하기 어려워졌다고 반대합니다. 사실 최저임금이 15불로 올라도 주 40시간에 4주면 월 2,400불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거기서 임대료와 세금을 빼면 여유로운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의 이기심이 문제일까요? 소상공인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총매출을 본다면 소상공인들의 배부른 투정이라 보여지기도 합니다만 총매출에서 여러 가지 지출을 생각하면 그렇게 넉넉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지출이 보통 임대료입니다. 캘거리에서 임대료가 높은 곳은 한 달에 만 불이 훌쩍 넘습니다. 그리고 개인 사업자가 아닌 프랜차이즈의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 생각보다 꽤 큽니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한발 물러서서 팔짱 끼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많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대기업과 자본가들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든 말든 자신들에게는 큰 피해가 없습니다. 대기업의 사원들은 이미 최저임금자가 별로 없습니다. 최저임금이 임대료에 미치는 영향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심으로 경제를 살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강력한 임대료 억제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임대료가 내려가면 최저소득자는 임금 인상과 함께 임대료 지출이 줄어들어 소비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한 달에 한번 외식 할 것을 두 번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장사가 잘 되어 좋습니다. 인건비 지출은 늘어 났지만 임대료가 줄어들면서 그 비용은 상쇄됩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장사가 잘 되니 소득이 늘어납니다.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땅을 가진 부자들이겠지요. 그것도 많은 땅과 건물을 통해 불로소득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손해를 봅니다. 엄격히 따지면 부자들의 손해라기 보다 분배의 부정의를 바로 잡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먼저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을 반대하고 노동만이 부를 창출하는 가치라 주장했던 사람은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렇게 떠 받드는 데이비드 리카도라는 경제학자입니다. 리카도가 살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대토지를 소유한 지주들은 왕족이나 귀족들이었습니다. 열심히 기술 혁신을 하고, 물건을 생산하고, 무역을 하던 시민들은 자신들의 수고에 대가를 지주들이 가만히 앉아서 임대료로 다 가져 가버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의 땅은 어떤 수고로움도 없이 왕족이나 귀족이라는 신분 덕택에 부모에게 물려 받은 것입니다. 더더구나 이들 악덕지주들은 주변의 공유지나 농민은 작은 사유지 마저 빼앗아서 사유화했습니다. 리카도가는 이것이 경제 정의에 어긋난다고 보았고 애덤 스미스의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여 오직 부는 노동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불로소득인 토지 임대료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하죠. 헨리 조지도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의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여 토지에 세금을 메기고 노동과 소비에는 비과세하는 정책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헨리 조지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사상을 이어 받았고,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이런 사람의 경제정책을 독재자 김정은이나 할 법한 생각으로 매도한 하태경 의원은 무식하거나 영악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조현정, 캘거리한인연합교회
kier3605@gmail.com
교회홈페이지:
http://www.kucc.org

기사 등록일: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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