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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수필) 걸음아 날 살려라 _ 灘川 이종학<소설가, 에드먼튼>
 
아프리카의 상상을 초월하는 드넓은 초원이 총천연색으로 펼쳐진다. 아련히 먼 지평선에서 변화무쌍하게 피어오르는 산더미 같은 뭉게구름이 짙푸른 초목과 늪지대를 뒤덮을 듯이 서서히 움직이고, 한낮의 창공에 언제 나타났는지 이름 모를 새떼가 다양한 모양의 춤사위를 펼치는 군무를 연출하며 천지를 가득 메우듯이 지나가자 부지런히 풀을 뜯는 수많은 들소 누 떼가 보인다.
얼룩말과 기린 그 밖에 여러 초식동물들의 생존의 파노라마가 감동을 준다. 그래서 장대한 초원은 최선의 방식으로 사는 야생(野生)을 허용하는 지상 낙원이다. 삶이 녹아 있고 살아 숨 쉰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대자연의 품이 멋지고 위대하다.

무리에 섞여 있던 들소 한 마리가 갑자기 오줌 누는 모양새로 뒷다리를 넓게 벌리고 그 큰 몸뚱이를 잔뜩 웅크린다. 머리를 옆구리 쪽으로 계속 돌리며 긴 갈기를 마구 휘젓는다. 온 힘을 실하게 발달한 엉덩이로 몰아붙이는 긴박한 자세가 안쓰럽다. 나뭇잎을 흔들던 바람이 문득 잔잔해진다. 안쪽으로 구부러진 뿔을 이따금 흔들며 풀 씹기에 열중하던 들소들이 동맹을 맺은 사이처럼 일제히 고개를 들고 한곳을 바라본다.
그들의 흰 턱수염에 한 가닥 긴장 같은 기대가 흐른다. 태양만이 무심히 열기를 내리꽂는다. 새 생명의 탄생은 몸을 부수는 배앓이가 따라야 만물의 시선을 끌어내고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신비로움이 그래서 더해진다.

산통을 겪는 들소가 앞발로 땅을 긁는가 싶더니 꼬리를 잔뜩 올린 곳 음문(陰門)에 드디어 무엇인가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달걀 크기의 두 개의 검은 발굽이 조심스럽게 나타나더니 이어서 방망이같이 가느다란 앞다리가 나온다. 이어서 그 앞다리에 잔뜩 붙은 자세로 새끼의 앙증맞은 입과 코가 보인다. 후유! 어미 들소의 비명 같은 콧바람이 새어 나온다. 무척이나 힘들어 애잔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어미 들소의 뒷다리의 근육이 꿈틀거리면서 다시 엄청난 힘이 가해진다. 옳지! 새끼 들소의 눈과 귀가 선명하게 달린 머리가 힘겹게 빠져나온다. 조금만 더, 조금만~. 어미 들소의 배가 잠시 부풀었다가 다시 줄어드는 움직임이 대장간의 풀무질하듯 이어진다. 급기야 새끼 들소의 목이 완전히 빠져나오자 다음 진행은 일사천리이다. 새끼 들소의 하반신과 뒷다리가 엄청난 양수와 함께 터져 나오듯 땅에 쏟아진다. 어미 뱃속을 떠난 새끼 들소는 아직도 부분적으로 애기보에 싸여 꼼지락거린다. 임신 8개월 만에 새 생명의 출산 완료!

한동안 탈진 상태로 멍청히 서 있던 어미 들소는 이내 기운을 차리고 풀 위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새끼 들소의 윤이 난 듯 젖은 몸을 정신없이 핥기 시작한다.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온 새끼 들소가 살아남으려면 총각을 다투어 일어서서 걷고 달리는 연습을 착실하게 해야 한다.
어미 들소가 누울 사이도 없이 서서 새끼를 분만하는 까닭도 바로 이 절박함에 있다. 과연 새끼 들소는 일어서기를 시도한다. 앞다리를 비실비실 위태롭게 세우더니 쓰러지고 뒷다리로 일어나는가 하면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이렇게 넘어지고 주저앉기를 연이어 되풀이한 끝에 급기야 조마조마 나약한 몸을 네 발을 딛고 초원 위에 세우는 데 성공한다. 비록 기우뚱거릴망정 진지하고 필사적인 애착이 가상하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급기야 새끼 들소는 비실비실 걸으며 어미의 젖을 찾더니 힘차게 빨아댄다. 그리고 다시 생명력의 상징인 훈련에 돌입한다. 네 다리가 중심을 잡느라 곡예 하듯 아슬~ 아슬~ 조금씩 걷다가 어느 순간 한 번 껑충 뛰더니 내쳐 거침없이 내닫는다. 브라보! 초원의 법칙에 따라 포식동물들의 먹이 사냥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로지 걸음아 날 살려라!
뛰고 뛰어 날렵하게 도망치는 방법만이 최선이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잡혀 먹히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먹잇감의 가뭇없는 신세임이 확인된다.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섭리로 포장된 살육이다. 뿔이 있어도, 이빨이 날카로워도 오직 풀을 뜯는 데만 필요할 따름이다. 새끼 들소들은 빠른 성장이 서러운 숙명임을 혹시 알고 있을까?

과연 풀이 우거진 곳에는 살기가 등등한 포식동물들이 호시탐탐 공격할 자세로 숨어 있는 살벌한 장면이 공개된다. 어미 들소가 산통을 호소하며 귀여운 새끼를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광경을 처음부터 입맛을 다시며 살기 띤 눈으로 빤히 보고 있었다. 밥이 뜸 들기를 기다리는 배고픈 나그네들처럼 말이다. 그만 허탈해지고 만다.
방송국의 유튜브 자연 다크 채널에 방영된 장면을 글로 옮겨 봤다.

요즘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심상치 않다. 어디 한반도뿐이랴. 가공할 살상 무기를 만들어내고, 무기 판매 로비스트가 돌아다니는 지역은 어디나 전운이 감돈다. 일부 정치가들, 소위 정상배들은 전쟁을 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들은 애국자 연하며 외친다.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공할 살육 첨단무기를 끊임없이 사들이는 것만이 국민을 지키는 길이다! 동물의 세계는 잡아먹느냐 잡아먹히느냐의 자연법칙에 따라 서로가 필사적으로 달려야 산다. 그러나 지금 인류의 세계는 죽이는 것이 바로 죽는 지름길이다. 어떤 무기든 절대로 평화를 지킬 수 없다.

기사 등록일: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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