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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사건들_기자수첩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성

지난 17일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톤에 있는 임마누엘 아프리칸 감리교회에 총격사건이 일어나 목사를 포함해9명이 희생되었다. 희생자는 남자 3명 여자 6명으로 희생자 중 한 명인 담임목사 클레멘타 핑크니는 주 상원이기도 하다. 범인은 그 교회에 한 시간 정도 머물며 같이 성경공부를 하다 성경공부 중인 신도들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현대 엘란트라를 타고 도주했다.
범인을 공개 수배한 경찰은 범행 하루 만에 범행 현장에서 약 400km 떨어진 노스 캐롤라이나 쉘비에서 체포했다. 범인은 딜란 루프(21세)로 아버지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권총을 범행에 사용했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자로 총을 난사하면서 “흑인들이 나라를 빼앗고 우리 여자들을 강간한다”고 흑인들에게 적대감을 나타내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내는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선언문에서 범행장소로 찰스톤을 택한 것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흑인 비율을 가진 도시이자 역사 깊은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기록했다.
선언문은 “흑인들이 지능이 낮고 충동 억제를 못한다. 유태인과 중남미 인들도 백인의 적이나 동아시아 인들은 인종차별적이라 백인과 동맹이 될 수 있다.”고 쓰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시아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을 젊은 백인우월주의자도 인정하는 것이다.

인종범죄의 뿌리 바이블 벨트(Bible Belt)

임마누엘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1816년 세워진 교회로 내년에 200주년이 되는 유서 깊은 교회로 흑인 공동체에서 흑인들이 고달픈 삶을 위로 받는 장소였다. 노예 생활하는 흑인들의 얽매인 육신과 영혼의 안식처로 노예해방운동과 흑인 인권 투쟁의 중심 역할도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1822년 노예반란 음모를 꾸몄다 해서 교회 창립자가 처형 되고 교회는 불타 없어졌으나 1834년 다시 세웠다. 그 후에도 교회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유지되었다. 1960년에는 흑인 인권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교회에서 설교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공격 목표가 되기도 했다.
찰스톤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경 도시이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고향으로 나온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야기를 하자면 이 영화는 아카데미 상 5개부분을 석권한 최초의 영화다.
여자 주연상은 스칼렛 오하라 역을 맡은 비비안 리가, 여자 조연상은 흑인 하녀로 나왔던 헤티 맥대니얼이 받았는데 그 때만 해도 인종차별이 당연했던 때라 헤티 맥대니얼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클라크 게이블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영화 찍는데 흑인 백인이 무슨 상관이 있다 말인가?”라고 항의했으나 아무도 클라크 게이블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클라크 게이블은 “그렇다면 나도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딴지를 걸어 결국 헤티 맥다니얼은 시상식에 참가해 상을 받았다. 헤티 맥다니엘은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었는데 역사는 클라크 게이블 같은 사람으로 인해 진보하는 것이다.
찰스톤은 “흑인 노예” “남북전쟁” “대농장(plantation”을 상징하는 도시로 남북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던 섬터 요새도 찰스톤을 지키는 요새다. 이런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에서 인종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닌 것으로 9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보수 백인 개신교인들은 사람이 죽은 것이나 인종차별보다는 교회가 공격 당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뿐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소위 바이블 벨트(Bible belt)에 속하는 주로서 개신교 보수 근본주의 뿌리를 이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신교 보수 근본주의 이중성

딜런 루프의 흑인 집단 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규제 강화를 시사했다. 그러자 개신교 보수 근본주의자들은 총기규제 강화를 반대하고 나섰다. 유명한 복음주의 전도사 빌리 그레이엄, 그는 한국에서도 이름을 떨친 전도사인데, 그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총기 규제를 반대하며 “사람의 마음은 총기 규제하는 법을 강화한다 해서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죠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을 하자 성전(Holy war)라면서 두둔하고 나서는가 하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서구사회 공격하는 건 테러라고 비난을 했다. 이라크 인의 마음을 바꾸거나 이슬람 극단주의자 마음을 변화 시키는 건 하나님이 하실 수 없어 인간이 나서야 하는가?
범인 딜란 루프가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 남부연합기가 나오면서 남부연합기가 흑백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링컨이 대통령이 되자 노예제도를 지지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앨라바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가 연방을 탈퇴하여 남부맹방을 결성해 아메리카 연합국을 세웠다. 그 후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버지니아, 아칸소, 노스 캘로라이나, 테네시 가 아메리카 연합국에 가입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깃발이 남부연방기로서 노예제도를 인정하는 남부주의 상징으로 흑인들에게는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를 나타내는 깃발이다. 그러나 백인들에게는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의회 건물에 남부연합기가 걸려 있는 것이다. 노예제도의 상징이자 인종차별의 상징이 주 정부 건물에서 펄럭이고 있다. 여론은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은 남부연합기가 노예제도의 상징이라기보다 남부의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왔던 허커비 목사도 있다. 침례교 목사이자 총기 규제 반대론자인 그는 한국에서는 허깨비 목사로 알려졌는데 김홍도 목사나 빤쓰 목사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와 동급으로 개신교의 정치화에 앞장 서고 있는 인물이다.
캘거리에서 태어난 미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차기 대통령 후보 중에 한 명인 테드 크루즈도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스탈린의 숙청”에 비유하며 남부연합기 퇴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러셀 무어 남침례교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인 아이들을 노예로 삼을 때 이 깃발을 사용했다. 인권운동 하던 흑인교회와 목회자를 테러하고 십자가를 불태울 때도 이 깃발을 사용했다. 십자가와 남부연합기는 공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부연합기는 힐러리 클린턴 말대로 “미국 어디에서도 펄럭여서는 안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다. 남부 역사의 일부로서 박물관에 보존 되어야지 주 정부 청사에서 게양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을 위해 9명이 목숨이 희생 되었다.

역사는 진보한다

딜란 루프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당긴 방아쇠로 인해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도 인종주의자는 남아 있고 인종차별이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미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남부연합기 퇴출은 미국인들 마음 속에 인종차별은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악습이란 인식이 새삼스레 자리잡을 것이다.
일차대전의 직접 원인이 된 세르비아 청년 민족주의자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당긴 방아쇠로 일차대전이 시작되어 32개국이 참전하여 약 900만명이 죽는 대규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엄청난 사망자뿐 아니라 일차대전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평등사상이 펴지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의 발전으로 대량살상무기가 등장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민족자결주의 원칙으로 신생독립국이 생겼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자신의 행동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빚을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변수와 우연으로 세상은 진보하는 것이다.

기사 등록일: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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