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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심 어린 반성은 불가능한가?_기자수첩
 
한을 품고 떠나는 위안부 할머니들

10대 초 중반 나이에 일제의 감언이설에 속아 고향을 떠난 어린 소녀들이 타국의 전쟁터에서 군인들의 성 노예로 전락한 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채 일생을 악몽 속에서 지낸 위안부 할머니들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25일 현재 49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존하고 있다. 이 할머니들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바라고 있으나 일본 정부의 입장은 할머니들 요구와 거리가 멀다.
그 뿐 아니라 위안부 실체를 다룬 미국 교과서가 왜곡 되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 내 위안부 기림비나 기림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와 보상은커녕 생존자들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그 실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 있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20세기 초부터 이웃국가들에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해서도 사과와 보상에 인색하다. 일본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와 보상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할까? 똑 같은 전범국가인데 독일과 일본의 전후 처리는 왜 판이하게 다를까? 여기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일본정부의 진심 어린 보상과 사과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일 것이다.
유럽의 제국주의, 팽창주의
산업혁명, 계몽주의로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유럽은 넘쳐나는 힘을 해외로 돌려 수많은 식민지를 경영했다. 영국,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선두주자들뿐 아니라 네덜란드나 덴마크처럼 손바닥 만한 나라도 자국의 수십 수백 배 되는 영토를 식민지로 가졌다. 일당백의 힘을 가진 유럽국가들은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자기들끼리 전쟁을 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 유럽의 제국주의, 팽창주의는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끝났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주인공으로 막대한 인명피해와 엄청난 재산 피해를 보며 유럽은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근대라는 것은 시간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문명적, 사상적 개념이기도 하다. 유럽은 근대화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가 쌓이고 쌓여 문명을 이루었고 그 문명을 바탕으로 의회정치, 민주주의 등의 전통을 만들어 나갔다. 이런 내적 문명화가 된 유럽은 전쟁, 정복과 지배 수탈로 이어지는 제국주의 형태로는 번영은커녕 도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령 예를 들자면 드골의 알제리 독립을 들 수 있다. 드골 같은 보수주의자 관점에서 알제리를 식민지로 갖고 있는 것은 더 이상 프랑스 국익에 부합되는 게 아니 것으로 프랑스의 장래를 위해서는 알제리를 독립 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드골이 1958년 알제리를 방문해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 시민들에게 “당신들을 이해합니다.”라고 말한 것은 알제리를 위해서 뿐 아니라 프랑스의 국익과 장래를 위해서 한 말이다.
그러자 프랑스 애국보수들은 알제리 독립에 반대해 OAS라는 비밀군사조직을 만들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에 가담하고 드골 대통령 암살을 획책했던 애국보수들은 체포되어 총살되었다. 맹목적 애국심, 그릇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애국보수들은 과거의 제국주의 영광에만 도취된 채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는 눈 뜬 장님이었다.
일본의 대동아 공영의 허구
서양 제국주의가 동양을 식민지로 삼을 때 일본만 근대화에 성공해 밀려드는 서구 제국주의를 상대할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조선은 물론이고 큰 형님 중국도 서구 제국주의를 상대를 하기는커녕 제국주의 발톱에 찢겨 나가 제 한 몸 간수하기에도 벅찼다. 동양은 전통적으로 유교문화권으로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이 유교문화권 혹은 한자문화권에 속해 유교문화의 발상지 중국은 대국 혹은 스승의 나라였다.
유럽의 경우를 들어 말하자면 중국은 로마 같은 존재로 동양권은 중화문명의 영향을 받았다. 여기서 독일과 일본의 공통점 하나를 지적하자면 라인 강 너머의 게르만 민족이 로마의 찬란한 문화 혜택을 누리지 못해 로마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듯 바다 건너 일본도 중국과 직접 맞대며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 중화문화권에서 소외 되었다는 열등감이 정명가도라는 명분으로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런 일본으로서는 19세기 말 서구제국의 침탈에 중국이 무너지고 이웃 나라들이 하나 둘씩 무릎을 꿇자 “우리를 중심으로 서구 열강에 맞서자”라고 스스로 동양의 맹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역사적으로 쌓인 열등감을 씻을 조건이 된 것이다. 서구열강의 침탈에 맞서 일본을 중심으로 대동아 공영권을 추진 한 것이다.
일본은 그럴만한 실력도 있었고 문화적으로 혈연적으로 지역적으로 동양권 나라들은 서구열강 보다는 일본이 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천황폐하를 중심으로 동양권 지역을 지배하는 일본제국을 건설해 그 힘으로 영미 귀축에 대항해 공동으로 번영해 나가자는 것이 대동아 공영권의 요지다.
19세기말 20세기초 국제정세나 동양의 상황으로 볼 때 대동아공영권이 틀린 소리는 아니고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문화와 인종이 다른 서양의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같은 문화권인 일본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제국주의에 맞서자는 것이 무엇이 잘못 되었다 말인가?
친일파들의 대부분은 일신의 영달이나 가문을 위해 공동체를 배신한 파렴치범들이지만 대동아공영권의 진정성을 믿은 친일파들도 있었다. 독립을 열망하던 민족주의자들 중 친일파로 전향한 인물들이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그런 친일파들로 이들은 내선일체의 진정성을 믿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지인(일본인)과 반도인(조선인)을 차별대우하자 일본정부에 “내선일체의 원칙으로 조선인들도 내지인(일본인)들과 똑 같은 권리를 누리게 하고 차별하지 말라”고 순진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지금에도 제국주의의 이면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식민지 지배가 축복” “일본의 지배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한국의 애국보수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동아공영권이 말은 그럴 듯 했지만 결국 제국주의라는 게 지배 피지배 관계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던지 말이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그리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달라도 바른 마음으로 형제처럼 지내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 하자”고 했는데 말과는 달리 식민지 통치 기간 동안 수탈과 억압 차별을 당했고 언어와 문화를 존중해 주기는커녕 창씨개명, 신사참배를 강요 당했고 조선어 교육이 금지 되었다.
그뿐 아니라 10대 어린 소녀들을 끌어가 성 노예를 삼는 야만적 행위를 하거나 젊은 청년들을 징용이나 학도병으로 끌어가 군국주의, 팽창주의 방패로 삼았다. 대동아공영권의 미사여구 뒤에는 제국주의의 지배, 침탈, 착취의 악랄한 얼굴만이 있을 뿐이다.
일본이 반성하지 못하는 이유
전술한 바와 같이 2차대전 전범국가 독일을 비롯해 유럽 열강들은 제국주의 폐해를 스스로 깨닫고 포기했다. 그러나 일본은 스스로 깨달아 포기한 것이 아니고 전쟁에 패함으로 원자폭탄 맞고 외부의 강요에 의해 제국주의를 포기했다. 그러므로 일본에게는 이루지 못한 대동아공영권에 대한 한과 미련이 남아 있어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제국주의 후발주자로서 그 시기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때로 단순한 정복 지배의 제국주의에서 정교하고 세련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국주의가 필요한 시기였다. 시기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일본은 근대화의 내공이 덜 이뤄진 상태에서 외적 성장에만 도취되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70년이 지나도록 과거청산을 제대로 못하고 대동아공영권의 향수에 젖어있다. 일본이 시대착오적 제국주의 지배욕, 정복욕을 벗어나려면 유럽처럼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는데 자성을 할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한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대동아공영권이란 실현 불가능한 공염불이다. 이것은 마치 공산주의가 이론적으로 가능해도 현실세계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대동아공영권이 실현되자면 중국인이나 조선인 말레이 인이 수상이 되고 장관도 되고 천황이 되어야 하는데 일본 사회에서 그런 여유와 관용은 찾아 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이 정신적으로 아주 많이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회가 정신적 성숙이나 여유나 관용을 갖기 위해서는 오랜 내공이 필요하다. 미국의 인종갈등이 현재진행형이지만 그래도 인종갈등을 넘어 흑인 대통령이 나오는데 걸린 시간이 얼마인가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기사 등록일: 201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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