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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죽음의 의미_기자수첩
 
삶과 죽음

삶과 죽음의 문제에 있어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영원히 갖고 있는 숙제로서 세상에 태어나 하늘에 머리 두고 있는 사람들로서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떠나 이 문제를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철학이나 종교에서 말하는 뜬 구름 잡는 듯한 알쏭달쏭 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근원적 문제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연법칙이나 그러나 인간에겐 죽음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있다.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종교에서는 영혼불멸, 부활, 환생을 주장한다. “죽어도 죽는 게 아니고 천국에 들어가 영원히 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질 페로우의 선택

영국인 질 페로우는 75세 여성으로 8월2일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니었고 건강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대상포진을 앓고 회복되었는데 보통 수준의 약물치료, 가끔씩 느끼는 허리 통증, 약간의 이명 정도가 전부로 그 나이 여성 평균보다 오히려 건강하다 할 수 있다. 본인 마음먹기에 따라 상당기간 더 살 수 있음에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녀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전문 간호사로 오랜 기간을 병든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을 돌보는 일을 했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대증 처방으로 하루 하루 삶을 연장해 가는 노인들의 처참한 모습, 정신적으로 이상해지고 신체적으로도 무기력해 자신을 돌보는 일조차 못하는 노인들, 주는 음식만 받아먹으며 대 소변조차 못 가리는 노인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에게나 욕설을 퍼붓는 노인들을 보면서 늙는 것이 암울하고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정년퇴직 후 70세가 될 때 까지는 매우 건강하고 활기차게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바쁘고 쓸모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매일을 즐겁게 보람 있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 그녀의 생각이 변한 것은 대상포진을 앓고 난 후였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 꼭대기에 올랐다. 이제는 내려가는 일 밖에 남은 게 없다. 앞으로는 더 좋아 질 게 없다. 지금은 건강하지만 앞으로 보행기 짚고 다니며 앞길을 막는 노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내 몸을 내가 간수 하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더 이상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삶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질 패로우는 남편과 아들,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딸에게 자신의 안락사에 계획을 알렸다. 처음에는 남편도 자녀들도 반대했다. 건강도 나쁘지 않아 한참 더 살 수 있는 사람이 생목숨 끊겠다는데 누가 그렇게 하라고 선뜻 동의 하겠는가? 그러나 나중에는 가족들도 동의해 주었다.
영국은 안락사가 불법이라 부부는 스위스로 갔다. 라인강변을 거닐며 남편과 마지막 밤을 보낸 질 패로우는 다음 날 라이프서클이라는 안락사 병원에서 독극물과 수면제를 주사하는 의사와 농담을 하며 생을 마쳤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고통

질 패로우의 남편 존 사우스홀은 “만약 아내가 앞으로 살아가다 불구가 되던가 제 몸을 혼자 추스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안락사를 택할 수 있는 사전 의료지침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면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떨지 않고 좀 더 오래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질 패로우는 죽음보다도 죽음 전에 찾아오는 갖가지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혹은 감당하기 싫어 스스로 죽음을 결정했다.
한 때 한국에서 9988234라는 말이 유행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앓다 4일 째 죽는다. 건강하게 살다 죽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지만 소망은 소망일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병실에서 찾아오는 이도 없이 외로움과 병마의 고통과 싸우며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죽음보다도 죽음 전에 찾아오는 고통이 더 무섭고 끔찍할 것이다. 더 나아질 가능성도 없이 병마에 시달리며 온갖 고통 속에서 대소변도 못 가리며 하루 하루 병상에서 지내는 환자들이 제 정신이었을 때 앞날을 대비해 안락사에 대한 유언을 해 놓는다면 본인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좋을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안락사에 대한 동의를 했다 해도 부모나 가족을 안락사 시켜달라고 말하는 것도 차마 사람으로서 하기 힘든 선택이다. 이성적으로는 아무리 안락사가 옳다고 생각해도 인간의 감정은 이성을 앞설 때가 많다. 더구나 안락사는 허용되는 나라보다 금지하는 나라가 훨씬 더 많아 노령인구가 많아질수록 앞으로 안락사 문제는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안락사 찬성과 반대

안락사는 영어로 enthanasia라고 한다. 어원은 그리스어로서 ‘아름다운 죽음’이란 뜻이 있다는데 불치의 병이나 중병으로 치료 및 생명연장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생물에 대해 직접 간접으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으로 존엄사(death with dignity)라고도 한다.
그러나 안락사와 존엄사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고 안락사도 적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 자발적 안락사 비자발적 안락사로 나눈다.
그런데 안락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생명의 존엄성 때문이다. 살인죄가 모든 죄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죄인 것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으로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해도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은 생명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정된다. 안락사가 빈번해지면 생명경시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안락사가 허용되면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많고 오용 남용될 소지가 많다. 환자들 돌보기 귀찮아서 혹은 경제적인 이유나 다른 이유로 안락사를 택할 수 있다. 과거 나치가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을 죽이거나 불임수술 시킨 것도 같은 비슷한 맥락에서 생각 할 수 있다.
호전될 가능성이 없는 중증 치매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 치매환자 돌보는데 필요한 인력, 치매환자로 인해 생기는 가족간 불화와 가정의 피폐 등을 생각하면 안락사를 한번쯤 생각해볼 것이다. 이것을 나치의 장애인 학살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까?
또한 의학적으로 판단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사형제 폐지와 같은 맥락으로 판사의 오판으로 억울한 사형수가 생기듯 의사의 잘못 된 의학적 판단으로 더 살 수 있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실수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는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안락사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들고 있다. 자유의지는 천부적 권리로서 자유의지에 의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것이 인간이다. 죽음의 문제도 당사자 인생의 일부분이므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회복 불가능한 환자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쉬고 있는 무의미한 생명연장, 산소호흡기는 필요 없더라도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 생명연장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숨만 쉰다고 해서 살아 있다 할 수 있을까? 무의미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인간존중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죽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의견은 질 패로우가 안락사를 택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락사는 아직 정답이 없다. 반대하는 의견도 옳고 찬성하는 의견도 옳다. 허용하는 나라도 있고 금지하는 나라도 있고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안락사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락사와 관련해서 기독교인들 의견을 물어 보았다. 어느 보수적 기독교인은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므로 인간이 좌우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 기독교인은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만 숨만 쉬며 누워 있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위배 된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말했다.
진보적 기독교인 대답도 서로 달랐다. “생명을 주신 게 하나님이니 죽는 것도 하나님에게 맡겨야 하지만 식물인간이나 뇌사 상태에서 숨만 쉬게 하는 게 과연 하나님 뜻인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진보적 기독교인은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안락사로 인해 생명경시 풍조가 생길 것”이라면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법 적용을 해서 극히 예외적 경우에만 적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명의 의견이 앨버타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여론조사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4명의 의견을 일반화 할 수도 없고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지만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기회가 되면 안락사에 대해 좀 더 많은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기사 등록일: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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