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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보는 눈_기자수첩
 


떠나온 고국에 대한 소박한 정
이민 와서 살면 그 나라에 뿌리내려 살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다.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 떠나온 고국 보다는 이민 온 이 땅에서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 땀 흘린 보람을 찾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떠나온 그 땅을 완전히 잊고 살수는 없다. 그 땅에 남겨진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이 있으니 고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은 자연발생적이고 소박한 것이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 내가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있다. 내가 속해 있던 부대가 자랑스럽고 애정을 느끼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겠지만 젊은 날의 추억으로 간직할 만 할 것이다.
월드컵 할 때 직장에서 “코리아” 할 때마다 으쓱 해보는 것도 기분이 괜찮았다. 구매부서에서 삼성이나 LG 제품을 선정할 때도 기분이 괜찮다. 대부분 직원들은 삼성이나 LG가 한국제품인지 아닌지 신경도 쓰지 않지만.
그러나 성수대교 무너졌을 때, 삼풍 백화점 무너졌을 때, 서해 페리호 침몰했을 때, 작년에 세월호 침몰 했을 때는 창피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되다시피 해 한국의 위기대응 능력이나 국가 시스템 작동을 놓고 OECD국가들이 “아, 한국이란 나라가 저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구나. 같이 못 놀겠군.” 하는 것 같아 창피스럽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보다 더 창피한 일이 생겼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바로 그것이다.
국정 교과서 역사
세월호 침몰 이후부터 고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한 소식뿐이라 아예 안 듣고 안 보려고 일부러 외면하고 지낼 때가 많았다. 그러다 며칠 전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알게 되었다. 국정 교과서라는 것은 국가가 정한 교과서를 말하는 것이다. 즉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에서 집필자를 선정해 국가 기관의 관리 감독아래 만들어진, 국가가 저작권을 갖는 역사 교과서다.
60년 대 필자 중, 고교 다닐 때에는 검인정 교과서였다. 민간 출판사가 책을 만들어 국가기관의 검정,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다.
그런데 요즘에도 국정교과서로 배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북한이 국정교과서를 쓰고 있다. 역시 북한은 다르구나. 3대째 세습해 내려오는 왕조체제를 유지하려면 국민들의 생각과 사상을 통제하려면 획일화 된 교육을 시켜야 할 테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외에 경제적으로 가난해 민간출판사가 교과서를 펴낼 능력이 없는 나라들, 이슬람이 국교인 나라들도 이단종교로부터 선지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지키려고 국정 교과서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학문과 양심의 자유라는 보편적 자유 원칙을 보더라도 국정 교과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산물이다. 심지어 중국 같은 공산당 일당독재국가에서도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인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검인정 교과서를 쓰던 한국은 10월 유신 후 국정교과서로 선회했다. 당시에도 반대가 심했으나 철권통치자 박정희는 반대를 가볍게 제압하고 국정화를 밀고 나가 1974년 국정 교과서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획일화된 국정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 다양하게 변해가는 국 내외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2007년 다시 검인정 교과서로 돌아왔다.
역사의 작위적 덧칠
아버지에 뒤이어 박근혜 대통령(필자는 개인적으로 같은 학번의 이 여자분을 한번도 대통령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 부녀는 4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겠다더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올인 하는 것이다. 여왕 같은 대통령은 교육부에 비밀 Task Force 팀까지 만들어 국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 팀에서는 청와대에 일일 보고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도 업무의 하나로 다뤄져 국정화 작업이 여왕님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진행되는 정권차원의 작업임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무엇을 얻자고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근대사 현대사에서 이승만 정권의 부정적 평가를 긍정적으로 덧칠해 건국절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유신통치 18년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인 면 대신 긍정적 면만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올바른 답안을 내놓았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역사에 관한 것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다. 어떤 경우든 역사를 정권이 재단해서는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라고 명쾌한 답안을 내놓았다. 그러더니 10년만에 딴 소리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2007년 검인정으로 돌아온 역사 교과서를 2017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로 사용할 것이라고 하는데 OECD국가들이 “역시 한국은 같이 놀면 안 되는 나라”라고 할 것이다.
더욱 경악할만한 사실은 2017년이 박정희 탄생 100주년으로서 아버지 명예회복을 작심한 효녀의 100주년 생일선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설마 사실이 아니겠지. 5000년 역사를 5년짜리 정권이 재단하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거늘 5000년 역사가 고령 박씨 개인사란 말인가?
잘못 끼워진 단추
해방 후 우리의 역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해방 후 이승만의 그릇된 정권욕과 미국의 공산주의 저지 정책이 맞아 떨어져 친일파들이 면죄부를 얻고 반공이라는 이름아래 광복된 조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독립군이 친일경찰에게 뺨을 맞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반도의 장래에 대해 미국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친일파 처리 문제도 미국으로서는 심각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은 문제였다. 그들은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할 능력 있는 한국인들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승만도 같은 생각이었다. 친일파 처리라는 민족적 과제보다 정권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인맥이 중요했다. 미국에서 장기간 생활을 한 이승만은 국내에 지지기반이 약했다. 친일에 앞장 섰던 일제시대 관리, 군인, 재력 있는 지주계급이 이승만 밑으로 모여 미국의 전위세력이 되어 반공에 앞장 섰다.
한 시대가 가고 한 시대가 오는 역사적 전환기에 구 시대를 청산하지 못하고 정략적 판단에 의해 그 유물을 끌어안고 간다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 때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고쳐 맬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단추를 풀고 다시 고쳐 매기 전까지 이 갈등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뜸금없이 튀어나온 ‘국정화’ 논란도 되풀이 되는 갈등의 한 종류다. 뜸금없는 것이 아니라 비밀팀을 두고 국정화 사전작업을 했음이 밝혀지긴 했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
최근에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화 찬성은 36% 반대는 47% 입장 유보는 17%로 반대가 찬성을 앞질렀다. 그러나 교과서 국정화 문제처럼 중대한 이슈는 여론의 향배에 좌우 될 문제가 아니고 찬성이 99% 반대가 1%라도 1%가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다.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집권세력이 강요하는 “만들어진 역사”가 진정한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되는데 정권이 개입해서 역사 교과서가 바뀐다면 5년마다 역사 교과서가 바뀌어야 하는데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 때문에 자라나는 세대가 가치관의 혼돈을 느끼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정권이 만든 획일화된 역사는 창의성과 자율성이 떨어져 다양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세계를 상대로 살아가기에는 창의력 상상력 경쟁력에서 뒤져 국가발전에도 장애가 된다.
왕조시대에도 권력자들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역사를 만들려 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왕조실록은 왕도 볼 수 없었다. 만기를 친람하는 왕권이 개입하면 역사를 왕의 입맛에 맞게 기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로지 사실만을 기록했다.
청와대나 여당 대표는 ‘부정적인 역사는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광의 역사 긍정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의 의미는 친일과 독재 같은 오욕의 역사에 덧칠을 해 미화 왜곡 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이 역사를 평가해 ‘긍정의 역사’ ‘부정의 역사’를 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은 역사의 평가 대상일 뿐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자신감
여당 대표가 총선에서 표를 잃더라도 국정화는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자신에 찬 발언을 했다. 정권을 잃더라고 국정화는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우리를 찍어주는 콩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므로 정권을 잃을 염려는없다”라는 반어적 표현이지 정권을 잃어도 역사적 과업을 이루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아니다.
그리고 총선, 대선 때가 되면 유권자들이 국정화는 이미 다 잊어버리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탕발림 식 공약과 종북 몰이애 여당에 표를 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콩크리트 지지층 플러스 알파면 집권은 문제없다는 생각이다.
유권자를,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은 여당대표나 청와대나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기르는 고양이 이름을 지을 때는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정작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정면 돌파’ 운운하고 있다.
국정화 반대는 날이 갈수록 거세져 가는데 국민의지가 ‘정면돌파’ 당할지? 이번에는 국민들의 의지가 청와대 의지를 정면돌파 했으면 좋겠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의 역사교육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 떠나온 고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해외동포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필귀정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위해서.

기사 등록일: 20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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