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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보내며_기자수첩
 
강 바람이 제법 찼다. 사스캐추원 강은 두껍게 얼었고 그 위로 백설이 덮여 있었다. 에드먼튼은 눈에 덮혀 있었다. 유난히 가을이 길었고 부드럽고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어 겨울이 실종된 듯 해서 이렇다 이번에는 눈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이 하는 게 아닌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어느새 눈과 얼음은 소리도 없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는 듯이.
곧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가 너무 세속적이고 상업적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로마 시대부터 있었던 지적으로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명절이 된 크리스마스를 서구문명의 침탈이라던가 제국주의의 오만이 획일적으로 심어놓은 산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기독교 축일을 벗어나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올 해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콘도 인터콤을 누르고 “복 된 소식을 전해주러 왔다”는 어느 기독교 교파 전도요원들이 오지 않을까, 크리스마스가 다문화 사회에서 기독교를 두둔하는 의미가 있다는 특정 종교의 항의로 할라데이라는 중립적 언어를 쓰기도 하지만 어느 종교나 사랑, 화해, 이해, 용서가 핵심일 테니까 남의 종교 남의 종파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써도 좋다는 아량을 베풀어주고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남의 집 인터콤을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12월31일 밤이 되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시청 앞 광장에 모여 핫 초코 손에 들고 Auld Lang Syne을 부르고 폭죽을 터뜨리며 아쉬움으로 한 해를 보내고 설렘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 할 것이다. 아쉬움과 설렘의 두 얼굴, 그래서 영어의 1월 January는 두 얼굴을 뜻하는 Janus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멀어져 갔다. 좋은 일도 있었고 궂은 일도 있었으나 스쳐 지나가는 인연처럼 바람이 머물다 떠나는 것처럼 홀연히 떠나갔고 떠나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교훈을 남겨두고. 외양간의 소가 흰 콧김을 내뿜으며 되새김을 하듯 모니터 앞에 앉아 일년을 반추해 본다.
캐나다 정권 교체, PC 최악의 해
올해 앨버타 주민들은 두 번에 걸쳐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첫 번 째는 지난 5월에 있은 앨버타 총선이다. 총선에서 앨버타는 44년 집권의 PC 보수당 대신 NDP를 택했다. 아슬아슬한 승부, 박빙의 차이가 아니라 개표 시작 30분만에 승부가 확연히 들어나는 압도적 차이로 중도우파에서 중도좌파로 정권이 넘어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집권여당에서 제3당으로 전락한 앨버타 PC에서 우리는 유권자의 힘, 권력은 시민의 손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묻지마 투표는 앨버타에 없었다. 44년 집권은 캐나다 정치사상 최장의 집권 기록이었으나 위험신호는 레드포즈 정권에서 감지 되었다.
넬슨 만델라 남 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며 쓴 5만 달러도 안 되는 여행경비,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껌 값도 안 되는 액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기 높은 레드포드 주 수상의 발목을 잡았다. 공금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고 공인으로서 납세자가 낸 세금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레드포드를 구원등판한 프렌티스 주 수상은 강견철완의 투수였으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던져야 하는데 힘에 의지해 강속구를 남발하다 자멸했다. 와일드 로즈 소속 의원들이 무더기로 입당 한 것이 좋은 예다. 여기에서 힘을 얻은 프렌티스는 조기총선을 들고 나왔으나 제 무덤을 판 선택이 되었다.
하락하는 유가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자세도 문제가 되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유가하락에 대응하는 구태의연한 방식도 유권자를 식상하게 만들었다. 프렌티스는 영리한 투수지만 상대를 얕보고 승부를 서둘다 만루홈런을 맞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제 정권을 잡은 지 겨우 6개월 된 NDP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하지만 민의를 읽는 능력이 더 필요하고 왜 앨버타 주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냈는지에 대해 성찰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10월이 실시된 연방총선에서도 PC는 숙적 자유당에 정권을 물려주고 10년만에 야당이 되어 올해는 보수당으로서는 권력과 이별하는 해가 되었다. 유례없이 길었던 총선기간이 집권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점쳐졌지만 결과는 자유당의 승리였다. 자유당은 5월부터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 3위를 달렸고 NDP가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를 달려 NDP에서는 앨버타 총선이 연방총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돌았다.
PC에서도 자유당 저스틴 트뤼도를 ‘준비 되지 않은 애송이” 취급을 했으나 자유당의 추격은 무서웠다. 반면 선두를 달리던 NDP는 총선 2주를 남겨두고 스텝이 꼬이며 휘청거렸다. 마치 갈그미스 전투에서 느부갓네살 기병대가 이집트 느고왕의 보병을 추격해 격파하고 여호야김 군대를 사로잡을 것처럼 자유당은 선두 NDP와 PC당을 끈질기게 추격해 총선을 목전에 앞두고 두 당을 각개격파하고 그 기세를 몰아 저스틴 트뤼도는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에 이어 24 서섹스 드라이브의 주인이 되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정권교체의 힘은 시민의 힘을 보여준 것으로 민주주의에서 권력이 어디서 나오는가를 똑똑히 알려 주었다. 자유당이 소수정권이 되어 연립정부나 정책연합을 해야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자유당은 보기 좋게 다수당이 되어 모든 걱정을 불식 시켰다.
자유당은 20세기에 70년을 집권하며 국기 제정, 영국으로부터 의회 독립, 캐나다 데이, 형법에서 동성애 낙태 삭제 등 현대 캐나다의 기틀을 닦은 정당으로 캐나다 정체성 확립에 많은 공헌을 했다.
앨버타의 먹구름, 유가하락
작년 하반기부터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 유가는 올해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옆걸음질 치며 자꾸 내려가더니 12월 현재 서부 텍사스 중질유가 배럴 당 34달러 선에서 거래 되고 있다. 이는 2009년 2월 이후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의 경고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캐나다 원유인 WCS(West Canada Select)는 배럴 당 21.82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맥시코 원유는 배럴당 27.74에 거래되고 있어 배럴 당 20달러 운운한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의 저주 섞인 경고가 맞아 들어가고 있는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
원유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이유는 OPEC의 감산의지 부족과 미국의 셰일가스 붐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에는 부수적으로 정치적 요인이 뒤따른다. 이란과 미국의 해빙 무드, 미국의 중동정책, 미국의 에너지 정책, 중동 내 국가들의 역학관계 등등
유가하락은 앨버타 주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지만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앨버타로서는 유가하락이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정권의 명운이 달린 심각한 일이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부질없는 일이지만 지난 5월 주 총선에서 앨버타 경제가 고유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면 프렌티스 정부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가는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내년 중반까지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같은 전망은 노틀리 주 수상 이마에 주름살을 몇 개 더 깊게 패이게 할 것이다. 중도좌파 정권이 유가하락이라는 먹구름을 딛고 어떻게 앨버타에 희망을 줄 것인가? 주 수상이 급할 때 열어보라는 금낭묘계를 제갈량에게 받았으면 좋겠다라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창궐하는 테러 위협
올해는 신년 벽두부터 테러가 매스컴을 장식했다. 신년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월6일 프랑스 풍자잡지 샤를리 엡도에 테러범들이 침입해 총을 난사해 잡지사 직원 10명과 경찰관 2명을 살해했다. 테러로 전 세계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더 불길한 사건을 예고하는 오멘이었다.
올해는 샤를리 엡도 테러 이 후 16건의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났다. 한 달에 한 건 이상 테러가 발생했다. 12월2일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테러를 끝으로 아직은 잠잠한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게 테러라 생각할수록 불쾌하고 기분 나쁜 일이다.
11월13일 파리테러 이후 서방세계는 IS 괴멸을 목표로 입체 작전에 들어갔다. 테러자금 차단, 공습을 비롯한 군사 작전 등 전방위로 IS를 압박하고 있다. 공습은 주로 돈줄을 끊는 유전지대, 원유운송트럭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IS는 약탈과 인신매매로 벌어드리는 돈이 만만치 않다. 공습에 의지하는 서방세계의 공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러시아와 터키의 엇박자도 그런 우려를 더하게 해준다. 캐나다는 공습에서 빠지고 다른 방법으로 테러 퇴치를 돕기로 했다. 어찌 되었건 내년에는 테러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 되었으면 좋겠다.
시리아 난민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진통을 겪고 있다. ‘춘래불사춘’이란 말대로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니다. 리비아도 이집트도 봄이 오려면 멀었다. 더욱이 시리아, 이라크는 아직 깊은 겨울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IS에 일부 영토를 빼앗겼다. 특히 시리아는 내전을 겪으며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 19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1,100만명이 집을 잃고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되었다. 그 중 400만명 이상이 시리아를 떠나 외국에서 정착지를 찾고 있다. 400만명의 90%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이집트에 머물고 있고 700만명 정도가 시리아 내에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이 배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몰려들어오는 와중에 파도에 밀려온 세살박이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은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다. 꼬마의 죽음을 계기로 유럽은 머뭇거리며 빗장을 열려고 하다 파리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해 130명 이상이 죽고 350명 이상 부상 당하는 일이 생기자 다시 머뭇거리고 있다.
캐나다는 시리아 난민 수용이 선거 공약이었다. 원래 올해 말까지 25,000명의 난민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올해 10,000명을 수용하고 내년 2월까지 15,000명을 수용한다. 그리고 내년 난민 수용 목표를 50,000명으로 정했다.
캘거리 사는 나히드 길라니씨는 레이 오프 당한 엔지니어인데 북미에 사는 것은 ‘로또에 당첨 된 행운’이라면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중에도 난민 스폰서를 해서 화제가 되었다. 어려운 중에도 서로 나누며 사는 삶이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렇게 사는 것이 복된 삶이란 생각이 든다.
그 외에도 올해는 많은 일들이 생겼다. 나쁜 일들, 잊고 싶은 일들, 근심 걱정 모두 세월의 강물 속에 흘려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 희망을 걸어본다. 희망이란 좋은 것이다. 여러분들 모두 희망 찬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기사 등록일: 201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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