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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길, 중립화_기자수첩
어느 개화파의 깨어진 꿈
 



“우리의 지리적 위치는 벨기에와 같고, 중국에 조공하던 것은 터키에 조공하던 불가리아와 같다. 불가리아의 중립은 유럽 열강들이 러시아를 막기 위함이고, 벨기에의 중립은 유립 열강들이 자국을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나라가 아시아의 중립국이 된다면 러시아를 방어할 수도,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직 중립만이 우리를 지키는 방책인데, 우리 스스로가 제창할 수도 없으니 중국에 청하도록 하자. 아시아에 관계있는 여러 나라들이 화합해 조선의 중립을 확인받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며 다른 여러 나라가 서로 보전하는 계책도 될 테니 무엇이 괴로워서 하지 않겠는가?” <유길준의 조선 중립론>에서.
유길준은 ‘서유견문’의 저자로 유명한 개화파 인사로 고종이 내탕금으로 신사유람단을 파견할 때 어윤중의 수행원으로 일본을 가게 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미국 유학해 대학도 다니고 유럽 일대를 돌아보고 귀국했는데 갑신정변 일으킨 개화파와 연루를 의심받아 가택연금 되었다.
연금 당시 집필한 책이 서유견문으로 그는 조선이 영세중립국이 되어야 자주와 독립을 보존하고 조선에도 이득이 되고 이웃나라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역설했다. 유길준의 조선 중립화론은 당시 세계 정세를 꽤 뚫어본 분석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현실적 방책이었으나 수구 사대파는 개화파의 변명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가 백년대계보다 당리당략이 더 우선한 것은 1885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미국에서 생활을 했으면서도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경계해 조선 중립론에서 “혹자는 말하기를 ‘미국은 우라나라와 우의가 두터우니 의지하여 도움을 받을 만하다’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멀리 대양(大洋) 건너편에 있으며 우리나라와 별로 깊은 관계가 없다. 더구나 미국이 먼로 독트린(蔓老約, the Monroe Doctrine)을 선포한 후에는 유럽이나 아시아의 일에 간섭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설사 우리나라가 위급해지더라도 그들이 말로는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군대를 동원해서 구원해 줄 수 없다. 옛 말에 천 마디의 말이 한 발의 탄환만 못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미국은 우리의 통상의 상대로서 친할 뿐이며, 우리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우방으로 믿을 바 못 된다.”고 미국의 실체를 쓰고 있다.
계속되는 한반도 중립화론
유길준의 조선 중립화론은 국내용에 그쳤으나 고종은 열강들에게 대한제국의 중립을 보장받으려 했다. 고종의 반복되는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첫 째열강들은 조선 중립에 관심이 없었다. 청일전쟁 패전국 청나라는 조선에 대한 발언권이 없어졌고 러시아와 일본이 남았는데 러시아는 대한제국 중립에 관심이 있었으나 일본은 대한제국을 보호국화 하는 것이 국가시책이므로 중립을 찬성하지 않았다.
조선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은 당시 조선 중립화를 찬성했으나 팽창주의자들에게 밀려 빛을 못 보았다. 미국은 일본 의견에 손을 들어주며 대한제국 중립을 반대했다. 고종은 열강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자 일방적 국외중립을 선언했으나 러일전쟁 때 일본은 국외중립을 선언한 대한제국에 군대를 파병했다.
고종의 중립선언이 실패한 두 번째 이유는 군사력 미비에 있다. 벨기에나 스위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중립을 선언하려면 일정 수준의 군사력, 영토를 수호할 수 있는 군사력 유지가 필수인데 대한제국은 그만한 군사력이 없었다. 스위스나 벨기에는 징병제를 통해 일정수준의 군사력을 유지했다.
세 번 째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었다. 중립화 외교정책을 정했으면 일관성 있게 진행했어야 하는데 정세에 따라 친러파, 친일파, 친미파로 갈라져 서로 외세에 의존하려 했다. 나라의 자주 독립을 외세에 의존하려 한 조선 조정의 단견이 중립화 실패에 한 가지 이유다.
김대중, 김일성의 중립론
중립화론은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중립 방안을 제안했다. 오스트리아는 2차대전 때 마지못해 독일 편에 섰다 패전국이 되어 연합군이 진주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는 외국군 철수를 조건으로 중립을 선언해 외국군대가 떠나고 중립국이 되었다.
김일성은 생존 시 3회에 걸쳐 한반도 중립화를 강조했다. 1980년 조선 노동당 창당 6차대회에서, 1985년 10월 평양에서 가진 장세동 당시 안기부장과 대담에서 한반도 중립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9기 제5차 회의 연설에서도 중립적 통일국가를 강조했다.
그 외에도 1970년대 카터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할 경우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정책검토를 지시했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구상할 때마다 한반도 중립화를 도마 위에 올렸다. 즉 미군이 철수해도 중국 영향권에 들지 않게 중립화를 구상하는 것이다.
강대국 사이에서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년 후에나 한반도는 외세의 영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지정학상으로 한 반도는 대륙세력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고 해양세력이 대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은 강대국들이다.
중국, 러시아는 핵으로 무장한 강대국이다. 일본은 핵무장은 안 했지만 한국으로서는 상대하기 버거운 존재로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 무장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맹방임에 틀림없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보다는 일본의 입장을 들어주고 있다. 북한은 핵 개발 계획에 따라 핵 무장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군사안보를 미국에 맡겨놓은 한국이 미국을 등진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중국은 군사강국 일뿐 아니라 한국 무역의 ¼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경제 동반자로 멀리 할 수 없는 나라다. 그러나 두 나라는 군사적으로 정치적으로 한국을 그들의 영향권 아래 두려하고 있다. 최근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드(Thadd)가 대표적 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상황은 유동적이라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강대국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독자적 위치를 지킬 수 있다.
병자호란이 주는 교훈
조선 중기 대륙의 주인공이 명에서 청으로 바뀔 때 광해군은 중립을 지켜 대륙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고 전후 복구사업에 치중할 수 있었다. 광해군이 인목대비를 유폐해 인륜을 저바렸다는 비판은 받고 있지만 국제정치의 격변기에 중립으로 처신해 조선을 지킨 것은 외교적 성과다.
그러나 인조는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버리고 명나라 편에 섰다. 조정에서는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재조지은에 보답하는 것이 의리라고 생각해 망해가는 명나라 편에 섰다. 개인이나 국가나 은혜를 잊지않고 의리를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결과는 두 번의 전쟁으로 국토가 피폐되고 수만은 백성들이 포로로 잡혀가고 인조는 패전국 군주로서 청나라에 항복하는 치욕을 겪었다.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으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질서 요구에 맞서 한미 공조를 강화하고 한,미, 일 3각 공조가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6.25때 도와준 은혜를 저바릴 수 없다”며 한미공조를 강조하는 집권층은 마치 “명나라 재조지은을 저바릴 수 없다”던 인조 시대를 연상하게 한다.
중립적 등거리 외교가 일각에서 대두되고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적이고 비주류 중에 비주류에 속한다. 중립을 선언하게 되면 미군이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 후 75년이나 주둔해 오면서 지켜주고 보호해준 미군에게 전작권까지 위임한 한국으로서는 미군 철수는 청천벼락 같은 일로 미군철수=적화통일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속에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주변상황은 우리에게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바라기는 병자호란 같은 비극이 다시 없기를, 주변 상황에 맞게 대처해 전쟁 없이 한 반도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 오기를.

기사 등록일: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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