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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의 세월을 넘어 _기자수첩
 


36년전 5월
불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처럼 기억이 생생한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어언 36년이 지났다. 우리 현대사에 기리 남아 반면교사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은 12.12 군사반란이다. 기승전결에서 12.12가 기라면 5.18은 결에 해당돼 신 군부의 정권탈취는 5.18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역사적 사건에 대해 정작 언론은 입을 다물었다. 80년 5.17 계엄확대조치 이후 광주 소식은 언론에서 일체 취급하지 않았다.
당시 언론들은 대법원의 김재규 재판 최종판결, 내각 총 사퇴, 김대중, 김종필 등 26명을 권력형 부정축재자 혹은 소요 조종혐의로 체포하였다는 소식을 실었을 뿐 20세기 과학문명의 시대에 광주에서 대한민국 군대가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한 무기로 대한민국 국민을 조직적으로 살해 폭행하는 야만적 행위가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귀와 눈이 막힌 채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3일이 지난 5월21일 비로소 일간지에 광주 일대에서 3일째 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계엄사령부 발표가 실렸다. 계엄당국의 언론통제로 3일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것이다. 당시 계엄사령부 발표에는 서울의 시위주도 학생들과 깡패 등 현실불만 세력이 광주로 내려가 각종 유언비어를 퍼뜨려 평화시위를 폭력시위로 변질 시켰다고 발표했는데 36년 세월이 흐르면서 ‘서울의 시위 주도 학생들과 깡패’ 등 현실불만 세력은 ‘북한군 600명’으로 변했다.
5월21일 계엄사령부는 3일간 소요사태로 군경 5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며 전혀 근거 없는 악성 루머와 날조된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5월18일부터 5월27일까지 10일간 계속된 항쟁기간 동안의 실상은 국내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군사독재기간 동안에는 언론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군 당국의 검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날조된 허위사실이 진실로 포장되어 실렸을 뿐 10일 동안 있었던 군의 야만적 진압행위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을 비롯해 진실을 알리려는 뜻 있는 개인들의 기록에 의지해야 했다.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진압군의 야만적 살인 폭력 행위의 참상은 조비오 신부의 말 한 마디로 충분하다. “내게 총이 있었다면 나도 ‘진압군’을 쏘았을 것이다.”
그 후의5월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에게는 폭도라는 멍에가 씌어지고 그 가족들은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아 삶이 고통스럽게 되었다. 8년이 지나 이들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시작되었다. 5.18의 성격과 용어의 변천에 따라 희생자들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5.18 직후 한 동안 ‘광주 사태’로 표현되었다. 지금은 광주사태라고 쓰지 않는다. 5.18관련자, 관련단체에서는 오랫동안 광주 민중항쟁이란 표현을 썼다. ‘항쟁’이라고 하면 좌파 단체나 소외계층의 단골용어로 오해하거나 착각하는데 보수단체 보수언론에서도 한 동안 광주 민중항쟁이라고 표현했다. 진보 쪽에서는 광주혁명, 광주민중혁명이란 표현도 주장했는데 오히려 5.18단체나 시민군측에서도 이 표현은 사양했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 표현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이 표현은 88년 민정당에서 주장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표현이 광주 정신을 올바로 구현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로서는 여야가 합의한 가장 무난한 기계적 중립적 표현이었다. 그 당시 광주의 실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광주 대학살’이 가장 사실에 근접한 표현일 것이다.
폭도로 규정되었던 5.18 희생자들, 참가자들의 훼손된 명예와 가치가 회복되기 시작한 데는 당시 여소야대 국면과 88올림픽 개최를 즈음한 유화국면이 작용하기도 했으나 엄혹한 군사독재에도 6월항쟁등 민주화 세력의 줄기찬 민주화 투쟁이 크게 작용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파리 꼬뮨 당시 지어진 ‘인터내셔널’ 같은 노래다. 전 세계 사회주의자들의 노래 ‘인터내셔널’은 파리 꼬뮨 때 철도 노동자 외젠 포티에(Eugene Pottier)가 가사를 썼고 가구노동자 피에르 드제이터(Pierre Degeyter)가 곡을 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노동운동가 윤상원과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지은 노래다. 윤상원과 박기순은 노동운동가로 만나 들불 야학을 시작했다. 그러다 박기순은 78년 12월 21세 나이로 연탄가스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생으로 기득권을 팽 겨치고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젊은 여자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혼자 남은 윤상원은 80년 5.18 때 시민군으로 참가해 3일동안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다 5월27일 도청에서 진압군에게 사살당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82년 두 젊은 남녀의 영혼결혼식을 주선했다. 그 때 재야원로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바탕으로 소설가 황석영이 작사를 했고 김종률이 곡을 붙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직후 패배감과 좌절감을 극복하고 투쟁과 승리의 의지를 나타낸 나타낸 최초의 노래다.
우리 두 영혼이 앞서서 나가니 살아있는 자들이여 기운을 내어 뒤를 따르라는 의미의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는 노래의 마지막 구절은 비장하면서도 용기를 준다.
제창과 합창 사이에서
5.18을 상징하는 ‘산 자여 따르라’는 1997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 기념일로 승격되어 정부 주관으로 행사를 진행할 때부터 2008년까지 행사 마지막에 제창했다. 제창(齊唱)이란 다 같이 부른다라는 뜻으로 국가 공식 행사, 학교 공식 행사 때 다 같이 부르는 노래를 제창이라 한다.
애국가를 부를 때는 특별히 봉창(奉唱)이라고 하는데 애국가는 국가를 상징하는 최고의 노래이므로 받들어 부른다라는 뜻이다.
‘산 자여 따르라’는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공식행사에서 빠지고 기념식 전에 하는 행사에서 합창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갖는 행사에 아예 불참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우파 정권으로서는 이 노래가 불편한 노래다. 이 때부터 ‘산 자여 따르라’는 공식행사에 빠진채 제창에서 합창으로 밀려내 오늘에 이르렀다.
혼자 부르는 독창 이외에는 모두 합창이라고 하지만 합창과 제창은 의미가 다르다. 합창은 일단 합창단이 화성에 맞춰 부른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따라 불러도 되고 부르지 않아도 된다. 제창은 참석한 사람 모두가 부른다. 모두가 노래를 부름으로써 행사의 의미와 정신을 참석한 사람 모두가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유튜브에 보면 2004년 5.18 민주화 기념식에 ‘산 자여 따르라’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군악대 반주에 맞춰 노무현 대통령은 영부인과 함께 힘차게 노래를 부른다. 권영길 의원은 주먹을 쥐고 힘차게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다 카메라가 비추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행사 순서지 혹은 악보로 보이는 종이를 보는 체 한다.
2009년 12월 정부는 5.18을 기념하는 공식 노래가 없어 이를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편하다는 심기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에 관련 단체가 반발해 노래 제정을 없던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 후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행사에서 밀려나고 합창단 합창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도 합창과 제창을 두고 말이 많았다. 3당 대표와 대통령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어 청와대에서는 “국론분열이 되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했으나 좋은 방안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좋은 방안은커녕 보훈처의 발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곡 아니냐, 자유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노래 아니냐 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 그런데 정말 김일성 찬양곡 이라면 합창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과 합창 사이에서 천덕꾸러기로 변한 것을 보면 지난 36년 동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기사 등록일: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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