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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시민정신의 위대한 승리_기자수첩
 
한국 정치 상황으로 볼 때 2016년 11월은 혁명의 시기다. 혁명이라면 유혈혁명 폭력혁명을 연상하는데 2016년 11월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는 평화혁명, 무혈혁명, 명예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왕의 목을 치면서 시작된다고 했다. 유혈혁명으로 전제왕정을 물리친 유럽의 이야기인데 우리는 왕의 목을 친 경험이 없어 이날 이때까지 친일부역세력, 부패 기득권세력을 청산하지 못하고 끌려왔다. 비록 왕의 목을 치지는 못했으나 촛불혁명은 한국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촛불혁명은 탄핵발의조차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야당을 압박했고 3차 촛불집회는 혁명의 백미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날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을 기점으로 촛불 분위기에 압도되어 새누리에서도 탄핵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새누리 협조 없으면 박근혜 탄핵 불가능했으나 3차 촛불집회로 탄핵 가능성이 열렸다.
그런가 하면 6차 촛불집회는 탄핵참여와 박근혜 명예퇴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던 새누리를 탄핵 참여의 외길로 몰아넣었으니 탄핵은 국회에서 찬반 투표로 결정 난 것이 아니라 이미 6차 촛불혁명에서 결정된 것이다. 국회 탄핵 소추 가결은 요식행위였고 촛불은 새로운 대한민국 탄생을 알리는 장엄한 서사시였다.

괴테의 혜안

프랑스에 혁명이 나서 뒤숭숭 할 때 유럽 군주국들이 연합해 프랑스로 쳐들어왔다. 혁명이 자기들 나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프랑스로 쳐들어가 혁명을 무효화 시키고 루이16세를 다시 복위 시키려는 심산이었다. 혁명정부로서는 위기였다. 유럽 최강의 프러시아군은 스트라스부르를 함락시키고 파리를 향해 물밀 듯 밀고 들어왔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혁명정부는 의용군을 모집해 유럽 연합군을 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지휘하는 프러시아군은 발미에서 혁명의용군과 조우했다. 의용군은 4만7천명, 프러시아군은 3만5천명. 숫자로는 의용군이 우세했으나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은 오합지졸에다 유능한 지휘관들은 모두 처형 당하거나 외국으로 망명해 무기와 전투역량에서 프러시아 상대가 안되었다. 그러나 혁명을 지키겠다는 의용군의 사기만은 하늘을 찔렀다.
연전 연패하던 의용군은 발미전투에서 훌륭하게 프러시아군 진격을 막아냈다. 의용군 사상자 300명, 프러시아군 사상자 184명.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의 참모로 종군했던 독일의 문호 괴테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1792년 9월20일. 이날 세계사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프랑스 의용군의 분투에 막혀 브라운슈바이크 부대가 퇴군을 결정하자 괴테는 그 전투에서 혁명의 시대가 도래함을 알았다. 괴테의 일기대로 발미전투를 계기로 프랑스는 혁명을 지켰고 혁명 수호는 세계사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괴테가 광화문 촛불 혁명을 봤다면 “이날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 되었다”라고 썼을 것이다.

탄핵은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었으나 시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다시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나올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또한 이번에는 87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혁명이 일어나면 혁명을 정치적 변화로 끝내려는 세력이 있고 사회변혁의 시초로 보는 세력이 있다. 현실파와 이상파로 갈라지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당통과 로베스피에르가 그랬고 쿠바혁명에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그랬다.
혁명이 성공하자 당통은 특권계급으로부터 부르주아의 권리와 이익을 찾아오는 것으로 혁명을 종결 지으려 했다. 그러나 로베스피에르에게 혁명은 사회변혁의 시작으로 민중들의 경제 정치적 권리를 찾아주려 했다.
카스트로도 혁명이 성공하자 소련과 국교를 맺고 소련의 후원으로 정치적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체 게바라에 있어 쿠바혁명은 민중혁명의 시발점이었다. 두 사람의 혁명관의 차이로 체 게바라는 2인자 자리를 버리고 콩고로 볼리비아로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동분서주하다 정글 속에서 생을 마쳤다.
87년 6월항쟁의 결과를 쿠바혁명이나 프랑스 혁명의 로베스피에르-당통에 비교하는 것은 견강부회지만 6월항쟁의 결과는 노태우 후보의 직선제 당선이었다. 항쟁의 결과로 사회적 인프라가 달라졌고 얻은 것이 많았지만 노태우 후보의 당선은 민선의 탈을 쓴 군정의 연장이었다.
직선제를 던질 때 이미 야권분열을 예상했고 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다. 촛불혁명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은 “이번에는 정치권의 정략적 계산을 막아 87년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탄핵 이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후보들이 ‘당선은 떼 논 당상’이란 얄팍한 계산으로 너도 나도 뛰어들면 87년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촛불 들었던 시민들은 허탈감에 사로잡혀 소주잔 기울이며 “내가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라는 자괴감이 들것이다.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12월9일 여론조사업체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 81%가 탄핵에 찬성했고 14%가 반대했다. 5%는 의견을 유보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 세계가 극찬하는 평화적 촛불 시위의 힘은 헌법재판소에 거역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 될 것이다.
헌법 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 후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정경유착 고리 끊기는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 구조적 문제로서 풀기 어려운 문제이고 경제 민주주의 실현도 기업, 언론, 종교 등 기득권의 완강한 저항으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새로운 시위문화의 창조

촛불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계속 평화적으로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12월10일 진행된 7차 집회까지 불미스러운 일이나 폭력사건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박근혜는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의 공범이 되어 전 세계적으로 조롱거리가 되었으나 시민들의 자발적 평화시위는 전 세계적으로 자랑거리가 되었고 시위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200만명이 넘는 대규모 군중이 모였는데도 폭력과 화염병이 없는 비폭력 시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평화시위로 “법치와 정의”를 요구한 것은 한국 시민사회가 한 단계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는 비폭력 평화시위자체가 불가능했다.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 진압경찰에 얻어맞고 학교에서 쫓겨나 강제 징집되고 고문 받고 감옥에 갔다. 그런 고통과 시련을 겪으며 민주화를 이룩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 비폭력 평화시위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사무엘 스마일즈는 “정부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반영한다. 국민보다 수준이 높은 정부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국민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려지게 마련이다. 국민보다 수준이 낮은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진다.”고 말하면서 “고상한 국민은 고상하게 다스려질 것이고, 무지하고 부패한 국민은 무지막지하게 다스려질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번 촛불혁명은 국민수준에 맞는 정부 출현을 예고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박사모, 어버이연합 같은 반동 단체들이 박근혜의 무죄함을 강변하며 훌륭한 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레가 지나가는 것을 막아보려는 사마귀 같은 존재로서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박근혜의 탄핵이 전기가 되어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없어지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대우받는 공정한 사회,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배려해 주는 따뜻한 사회, 식민잔재를 청산하고 건강한 민족주의가 싹트는 사회, 통일을 향해 진일보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충근 기자)

신문발행일: 2016-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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