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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_ 오충근의 기자수첩
 
느부갓네살의 꿈

열왕기 기록에 의하면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Nebuchadnezza)은 솔로몬이 지은 성전을 파괴하고 유다 마지막 왕 시드기야의 눈을 빼 쇠사슬로 묶어 끌어갔다. 눈을 빼기 전 시드기야는 아들들이 죽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갔는데 그 때를 바벨론 포로시대라고 부른다. 바벨론 포로시대를 배경으로 베르디는 오페라 나부코를 만들어 이탈리아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켜 오스트리아 압제에 신음하는 조국 이탈리아 독립의 꿈을 불어넣었다.
다니엘서에 느부갓네살 꿈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리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왕이라 해도 보통은 해몽가에게 “내가 이런 이런 꿈을 꾸었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 나쁜 꿈이라도 좋으니 솔직히 말하라”고 말하는데 이 제국의 대왕은 해몽가들을 불러 모아 “내가 꿈을 꾸긴 했는데 어떤 꿈인지 잊어버렸어. 내가 어떤 꿈 꾸었는지 말해봐, 그리고 해석해봐. 못하면 죽는다”라고 명령했다. 그에게는 남을 곤경에 몰아넣고 그것을 즐기는 가학적 취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공포분위기 속에서 말 한번 잘못하면 정말 죽을 테니 대답을 못하고 모두들 전전긍긍 하는데 다니엘이 느부갓네살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했다. 다니엘의 해몽은 다니엘서 2장 25절-45절에 상세히 나와 있다. 그런데 “꿈 보다 해몽”이라는 말도 있듯 다니엘의 해몽에 후세 사람들이 세계사적 의미를 부여해 강대국의 흥망성쇠를 예언했는데 신상의 철 다리를 로마제국에 비유했고 종말론적 해석을 덧붙였다.
다니엘서가 쓰여진 것은 시리아 안티오쿠스 4세 무렵, 유대교를 없애려는 종교말살정책에 맞서 마카베오가 반란을 일으킬 당시로 작자는 미상이다. 익명의 저자는 잃어버린 나라는 찾을 희망이 없어졌고 종교마저 없애려는 폭압에 “의로우신 하느님이 우리를 절망에서 건져내고 너희 악한 무리를 심판하실 것” 이란 믿음을 갖고 다니엘서를 썼다.

팍스 로마나

성경에 그렇게 쓰여져 그런지 유럽인들은 “로마는 철처럼 강한 나라”라는 인식이 퍼졌고 에드워드 기본도 로마를 ‘철의 제국’이라고 말했거니와 로마는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쳤고 로마 문화 전통은 지금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마제국의 경계는 중동의 시리아, 터키, 이집트를 포함한 북 아프리카 일대, 브리타니아(영국), 히스파니아(스페인), 갈리아(프랑스), 이탈리아 본토, 동남부 유럽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의 지역이었다.
로마는 무수한 전쟁과 내전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로마식 질서를 세웠는데 국내, 외 문제를 정리하고 권좌에 오른 아우구스투스는 죽을 때 후임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유훈을 남겼다. “제국의 기존 경계를 유지하라”. 팽창정책을 통해 더 이상 영토나 영향력을 넓히지 말고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라는 유언이다. 이때를 시작으로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지배에 의한 평화가 시작되었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왜 아우구스투스가 그런 유훈을 남겼을까는 많은 이견이 있지만.
팍스 로마나 시대는 기원전 27년-180년 사이 (아우구스투스-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정말 평화가 도래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역사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데 시리아에서 영국까지의 드넓은 로마제국이 쥐 죽은 듯 조용할 수는 없었으나 큰 전쟁이나 내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고 경제적으로 융성했다.
200년 동안 평화가 지속되고 경제가 융성해 호경기가 계속되었다는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나 로마 지배층의 호경기를 위해 속주나 식민지에서는 가혹한 세금 징수가 있어 그 후 팍스 로마나는 어떤 강대국의 압도적 무력에 의한 가짜 평화를 나타내는 말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좋은 예다.

로마의 관용, 개방성, 다양성

질박하고 현실적인 라틴인들은 전쟁으로 정복한 드넓은 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오리엔탈 제국, 즉 전술한 바벨론 제국의 느부갓네살처럼 폭력적인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정복민들을 노예화 시켜서는 강도의 도시라는 손가락질이나 받고 반란의 빌미나 제공하지 진정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다.
로마는 정복지의 종교 문화를 인정했다. 정복지의 종교 문화를 인정했다는 것은 그 공동체를 인정했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자치도 인정했다. 세금이나 또박또박 내라는 것이다. 로마는 정복지의 종교 문화를 인정할 뿐 아니라 그 중 일부는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 로마 만신전(판데옹)에는 30만 넘는 신이 옹기종기 사이 좋게 자리를 같이 했다.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로마 시민이 될 수 있었다. 한번 노예는 영원한 노예가 아니라 해방되어 자유민이 될 수 있었고 의무를 다하면 로마시민도 될 수 있는 신분상승의 길이 열려 있었다. 그런데 그리스는 달랐다.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렐레스는 평생 비시민으로 살았다. 마케토니아 출신의 철학자에게는 아테네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
로마에는 인종차별이 없었다. 우리는 전주 이씨만 왕이 될 수 있었는데 로마에서는 라틴혈통만 황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히스페니아(스페인), 갈리아(프랑스 겔트족), 그리스, 소아시아 등 속주에서도 황제가 나오고 평민도 황제가 되었다.
로마는 다양성, 관용, 개방성으로 제국의 평화를 유지했다. 최정예 40만 로마군단의 군사력도 있었지만 황제가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6만이었다니 로마군단의 군사력만으로 제국의 평화가 유지된 것은 아니다.

로마와 기독교

로마가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5현제 시대가 끝나면서부터인데 제국을 하나로 유지하던 이념인 다양성 관용 개방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소통과 통합을 자랑하던 로마사회가 로마 시민이 광범위하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민족과 로마시민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었다.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던 시스템이 무너졌다. 내부결속을 자랑하던 로마가 내부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기독교는 로마 쇠퇴의 종속변수다.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 된 후 기독교는 정치와 결탁해 눈부시게 교세를 확장했다. 30만의 신을 믿던 로마사회가 유일신을 믿으면서 생기는 사회적 혼란과 갈등도 심했지만 황제 중에 기독교신자는 로마 지배층에 기독교 믿을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원로원에는 다신교를 믿는 세력도 만만치 않아 황제와 갈등을 빚었다. 황제와 원로원이 종교를 놓고 벌이는 갈등과 암투는 로마 쇠망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인간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종교와 정치인데 다신교를 배경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장려해 제국을 이끌어가던 로마사회가 유일신을 받아들이면서 다양성이 퇴색하고 배타적이 되어 본래의 정체성을 잃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트럼프와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 로마나 이후 강대국 힘에 의해 질서에 유지되는 세계적 현상에 팍스라는 접두어가 붙기 시작했다. 팍스 로마나의 아류로서 “유니언 잭에는 해가 질 날이 없다“는 말대로 19세기 대영제국이 잘 나갈 때는 팍스 브리타이나, 2차대전 후 부상하기 시작해 정치, 경제, 문화, 군사로 세계 질서에 막대한 힘을 미치기 시작한 미국의 영향력을 팍스 아메리카나라고 부른다.
팍스 로마나와 팍스 아메리카나에는 비슷한 점이 있다. 개방성 다양성에서 미국은 로마를 많이 닮았다. 이민으로 이루어진 다인종 국가 미국은 이민자들이 제2의 삶을 시작해 터전을 마련하고 이민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사회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받아들여 하나로 만드는 용광로 사회 미국은 “다수로부터 하나”를 모토로 한다. 라틴어E pluribus unum 영어로 한다면 Out of many, One이다.
용광로 사회 미국,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국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9.11 이후다. 9.11 이전에도 무슬림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시각은 왜곡되어 있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 로렌스가 서양인이 보는 무슬림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은 ‘문명의 충돌’이란 인식으로 무슬림이 야만적이고 파괴적이라고 적대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남침례교를 비롯해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이교도와 성전’ 운운하며 무슬림 혐오에 부채질을 했다.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 이민자들이 직업을 차지한다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증오범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9.11. 이후 미국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된 것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무를 시작하자마자 반 이민정책을 들고 나와 무슬림 주요 7개국적 소지자를 입국 금지 시켰다.
자유무역으로 세계화를 선도하던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고 백악관 고문 스티브 배넌은 공공연히 중국과의 전쟁을 공언했다. 트럼프 주변 인물들은 극우파로서 중국에 적대적이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미국에서 “파시스트 물러나라”고 대학생들이 시위를 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개방과 다양성의 다인종 국가 미국에 극우주의 물결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로마의 쇠퇴기를 생각나게 한다. 천년제국 로마의 독수리 국장을 벤치마킹해 쌍두의 독수리를 국장으로 쓰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극우파 인물들은 로마제국 멸망에서 교훈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기사 등록일: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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