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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정치 지도자 _오충근의 기자수첩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프랑스 혁명 기념일 7월14일을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라고 하는데 그 후에 일어난 혁명들과 구분하기 위해 1789년 7월14일 혁명을 대혁명이라고 부른다. 대혁명 후 파리꼬뮨에 이르는 80년 동안 프랑스는 혁명과 반혁명, 공화정, 복고왕정, 제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가 파괴되고 무수한 인명이 피를 흘렸다. 영국은 프랑스 혁명을 보면서 “저렇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느니 민중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낫다” 생각해 민중이 하나의 개혁을 요구 하면 두-세 가지를 개혁했다.
이 부르주아 혁명이 불가피 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부르주아가 성장하면서 쌓아 올린 실력과 능력을 특권계급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혁명이 일어나고 한 달쯤 지난 8월26일 제헌국민회의가 인권선언을 발표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아직도 이런 저런 말이 많이 있지만 인권선언만큼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선언한 세계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인권선언은 그 후 수 많은 나라의 헌법과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권선언에서는 인간의 천부적 권리, 압제에 대한 저항권, 주권재민, 사상과 언론의 자유 등 근대시민사회의 기본이념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1조 2항도 주권재민 원리에 따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임시정부 헌법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임시정부 헌법 2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주권재민 개념은 이미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이 설파했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인간의 본성뿐 아니라 정치의 본질도 꿰뚫어봐 “백성은 물이요 군주는 배다. 물이 있어야 배가 뜨는데 물은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백성의 지지로 군주(정치 지도자, 대통령)가 되지만 민심을 잃으면 내모는 것도 백성이다.
맹자는 이것을 천명, 하늘의 명령이라고 했는데 하늘은 어떻게 알고 판단하는가? 백성을 통해서 보고 백성을 통해서 듣는다. 아무리 하늘이라도 맘대로 할 수 없고 백성을 통해서 지지하고 바꾸는 것이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이란 국민이 지도자가 행사하도록 위임하는 것으로 잘못 행사하면 빼앗아 다른 지도자에게 주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
국민 혹은 백성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은 국민 전체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공공복리를 위해 써야지 어느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쓰면 안 된다는 것인데 권력을 개인이나 특정 집단을 위해 쓰는 지도자들 많았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권력남용, 권력 사유화 현상이 빈번했던 것이다. 예를 든다면 고려시대 최우가 있다.
최우는 최충헌의 아들로 고려 무인정권 마지막 권력자인데 고려와 몽고 사이에 전운이 감돌 무렵이다. 양국이 평화조약을 맺을 수도 있었는데 최우가 반대했다. 몽고가 고려와 조약을 맺는다면 고려왕을 상대하지 아무리 최우가 실권자라도 신하에 불과한 최우를 상대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권력은 자연스럽게 최우에게서 고종에게로 옮겨오는 것이다.
권력을 빼앗길 위기에서 최우는 조정과 왕을 겁박해 강화로 천도해서 몽고와 전쟁을 시작했다. 30년에 걸친 대몽항쟁은 세계 최강 몽고제국 침입에 대항한 우리 민족의 역량을 보여준 사실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자랑스러운 업적이지만 최우의 권력욕 때문에 전국이 초토화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포로로 잡혀 간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으니 씁쓸할 뿐이다.
삼별초의 항쟁도 외세에 굴복하지 않고 대항한 기개는 높이 사야겠지만 삼별초는 고려 정규군이 아니고 무신정권의 사병으로 조정의 명에 따르지 않고 무신정권의 명에 따라 싸웠으니 권력 사유화의 희생자들이다.
박근혜와 탄핵재판
최우와는 경우가 다르지만 박근혜도 권력 사유화의 나쁜 경우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박근혜가 아직은 법적으로 대통령이라지만 대통령이란 칭호가 아까운 인물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은 법 위의 법으로 국가 최고의 법으로 주권재민의 명시하며 이것을 민주적 정당성이라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은 권력을 위임한 것이다.
대통령에 취임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한다. 헌법 69조에 그렇게 되어 있다.
박근혜가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한 가지 예를 든다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국가 공식기관을 통하여 행사하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민간인 최순실이 행사하도록 하여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란 대통령의 행정권을 말하는데 최순실과 대통령 최측근들은 인사권, 정책결정권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사익추구에 사용해 법치주의 기본이 흔들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던 자칭 보수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촛불 집회에 참가해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것도 보수의 기본 가치인 ‘법치’가 흔들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만든 나라가 아니라 국민주권을 통해 만들어진 법치국가로서 주권을 가진 모든 국민의 의지와 합의에 의한 것이다.
박근혜는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법치의 기본을 망가뜨렸다는 점 한 가지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기회는 사라지고
최순실과 박근혜 최측근의 국정농단에 대해 처음에는 부인으로 일관하던 박근혜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나오자 마지 못해 부분적으로 국정농단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후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전횡, 추문, 권력 남용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면서 일각에서 하야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모든 것이 내 불찰이고 내 잘못이니 책임지고 물러 나겠다" 고 물러났으면 대통령이라는 명예나마 지키면서 물러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극히 정치적 자리다. 정치적이라는 말이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부정적으로 많이 쓰인다. 법으로 안되는 일, 원칙적으로 안되는 일을 은밀하게 부정한 방법이나 편법을 써서 되는 하는 것을 "정치를 잘 해야 한다." 고 말한다. 국회의원들이나 고위 공무원들 중에 군 면제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 "정치를 잘 했기 때문"에 군 면제 받은 것이다.
그러나 한자로 정치(政治) 파자해서 뜻을 살펴보면 정(政)은 부정한 것을 회초리로 쳐서 바르게 가도록 다스리는 행위를 뜻하고 치(治)는 물이 넘쳐 피해를 입지 않게 잘 수습한다는 뜻이다. 중국 고대에 치산치수를 통해 백성들이 행복하고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명군이라고 한 데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서양에서는 막스 베버가 정치를 정의하기를 "국가 운영 또는 이 운영에 미치는 활동"이라고 했고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정의도 있다. 두 가지 정의 어디에 비춰봐도 대통령이란 자리는 정치적 자리로서 국민이 위임한 권력행사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책임지고 하야하여 하와이로 망명한 전례도 있거니와 정치권과 국민들은 박근혜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해서 물러나기를 바랐으나 박근혜는 스스로 명예로운 퇴진을 거부하며 1차 담화에서 3차 담화까지 거짓말과 말장난으로 본질을 호도하며 한줌 남은 지지층의 동정을 유발했다.
법망을 최대한 이용하자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박근혜는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 당하는 대통령이 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찬성은 79%로 지난 11월의 81%와 차이가 없다. 대통령이란 직위를 이용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집회에 올인 했어도 여론을 뒤집지 못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래도 박근혜는 끝까지 탄핵을 면할 궁리를 하고 있다. 헌법 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9명 중 6명이 가결에 찬성해야 하는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1월31일 퇴임해 현재 8명으로 8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도 퇴임한다. 그렇게 되면 7명의 재판관이 남는데 7명 중 6명이 탄핵 가결을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7명 중 박근혜가 임명한 2명의 재판관이 있어 가결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고 또한 7명 중 유고가 생겨 성원이 안되면 그때는 탄핵재판 자체를 열 수가 없어 탄핵은 유야무야가 되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박근혜가 바라는 바다.
3월13일까지 시간을 끌려고 박근혜는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국가의 최고 공무원이란 체면도 위신도 자존심도 생각할 겨를 없이 온갖 야비한 궁리를 다 하고 있다. 재판을 방해하려고 변론기일을 고의적으로 늦추는가 하면 증인을 무려 39명이나 무더기로 신청해 시간 끌기 작전에 들어갔다. 사기꾼이나 잡범들이 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재판소는 헌법 재판소대로 박근혜의 시간끌기에 말려들지 않으면서도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놓고 국론 분열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얼마인가?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간교한 박근혜의 시간 끌기가 성공할지, 80%의 여론에 화답하여 탄핵이 가결될지 대한민국으로서는 중차대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기사 등록일: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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