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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성의 날 _오충근 기자수첩
 

지구촌을 뒤 덮은 보라색 물결
이번 주는 추위가 다시 찾아 왔고 3월이 봄은 봄이지만 앨버타의 3월은 봄이라고 하기엔 일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실감한다. 흔히 봄은 여성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는데 여성과 봄은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봄은 소생의 계절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고” “동토의 땅에서 얼어붙어 있던 생명이 봄볕을 받아 장미”가 되는 계절로 생명의 잉태, 생명의 소생이 여성의 출산을 연상 시키기에 봄은 여성의 계절이다. 그래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여신이 고대 신화에 많이 등장한다.
성경, 구약 창세기에서는 하느님이 남자를 만들었고 남자의 갈비대로 여자를 만들었다 하는데 창세기 설화는 남성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남성 위주의 부족 농경주의 산물로 남성의 지배적 권위를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생명은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여성의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3월과 함께 다가오는 봄을 알리는 글로벌 첫 행사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을 상징하는 색갈이 보라색(purple)인데 3월이 시작되며 보라색이 자주 등장한다. 인터넷 보도에 의하면 지난 토요일, 3월4일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탄핵 찬성 시위에도 보라색이 물결 쳤다. 다가오는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대통령 탄핵에 여성단체들이 앞장 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을 대로 잃었다. 많은 사람들은 광화문 말고도3월8일 어디서나 보라색 물결을 보았을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느 동구권 여성이 SNS를 통해서 여성의 날에는 집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고 좋아한다. 남편이나 남자친구에게 선물도 받고 그날은 가사노동에서 해방되고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된다고. 다른 곳도 아니고 동구권 여성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아이러니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는 가정폭력 비범죄화 조치로 가정폭력 처벌이 대폭 완화 되었다. “If he beats you, he loves you.” 동구권이나 러시아 가정폭력이 얼마나 심각하냐 면 한 해 600,000만건의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일년에 가정폭력으로 사망하는 여성이 14,000명으로 하루 40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배우자 손에 목숨을 잃는다. 여성 권리 주장, 양성 평등을 위해 동구권, 러시아 여성들이 기여한 바를 생각해보면 일년에 하루 남편이나 배우자에게 특별대우 받는 것에 만족해하는 그들에게 연민의 정이 간다.
여성 천국이라는 캐나다도 통계를 보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희생이 되는 경우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캐나다 여성의 절반이 18세 이후 신체적, 성적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6일마다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배우자 손에 살해된다. 원주민 여성들이 살해 되는 경우는 백인 여성들보다 6배 더 높다.
여성의 날은 발렌타인 데이처럼 상대방에게 선물 받고 품위 있는 식당에서 촛불 켜놓고 고급 요리를 즐기는 날도 아니고 상점들이 여성용품 매출 올리는 날도 아니다. 여성의 날은 여성들의 인권과 자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리 신장을 기리고 차별과 편견을 배제해 진정한 양성 평등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되어야 한다.
빵과 장미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20세기 초, 자본주의체제는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산업현장에서 여성들을 부당하고 가혹하게 대우했다. 가사노동과 산업노동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신음하던 여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1857년 3월8일 뉴욕으로 방직공장, 직물공장 등 섬유업종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일으켰다.
대부분이 이민자 출신의 여성들은 불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12시간-18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장시간 노동을 마치고 퉁퉁 부은 다리를 끌어 집에 가 좁은 셋집에서 가족들 뒷바라지 하고 새우잠을 자야 했다. 여성들의 요구는 ‘빵과 장미’다. 더 나은 노동조건과 남성에 준하는 임금은 ‘빵’이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표권을 요구하는 것은 ‘장미’로 상징된다. 2년 후 1859년 3월 여성노동자들은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었다.
미국 여성노동자 15,000명은 1908년 3월8일 미성년자 노동 금지, 임금인상,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여성들이 점화를 했다면 유럽, 러시아 여성들의 손에 의해 여권신장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잔혹한 착취에 맞서 13주 동안 파업으로 맞선 미국 여성 노동자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눈길이 있었으니 독일의 사회주의 여성 혁명가 클라라 젠스킨과 러시아 여성 혁명가 알렉산드라 클론타이다.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감명을 받은 클라라 젠트킨은 1910년 열린 국제 사회주의 회의에서 뉴욕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려 3월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삼자고 제안했다. 1911년 3월8일 유럽에서 처음 열린 ‘여성의 날’ 행사는 대성공을 거두어 “소용돌이 치는 여성의 물결로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고 젠트킨은 묘사했다.
유럽에서 여성의 날 행사는 계속 발전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늘어났고 여성들의 노동조합 결성도 늘어났으나 1차대전으로 중단되었다.
러시아 혁명과 여성의 역할
1917년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이것을 2월혁명이라고 하는데 당시 러시아는 그레고리력을 쓰지 않고 율리우스력을 썼는데(지금도 우크라이나는 율리우스력을 쓴다) 두 달력의 차이가 13일이다. 그래서 율리우스력으로는 2월이지만 그레고리력으로는 3월이다.
2월혁명에 여성노동자들이 앞장 서 황제 퇴위를 외쳤다. 푸틸로프 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앞장 선 시위는 300년 역사의 로마노프 왕조에 종지부를 찍었다. 1차대전 참전으로 러시아는 극도의 경제난을 겪어 혹독한 추위, 굶주림의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여성 노동자, 여성 농민들이 앞장 서 거리로 뛰쳐나와 황제 타도를 외친 것이다.
2월혁명으로 니콜라이 2세는 퇴위해 우랄 지방에 연금 되었다 10월 혁명 후 총살 당하는데 2월 혁명은 불멸의 명화 ‘닥터 지바고’의 시대적 배경이 되었고 러시아의 최순실 라스푸틴은 무능한 황제를 전선으로 내보내고 황제 노릇을 하다 귀족들에게 살해되었다.
2월혁명에서 맹활약해 황제 퇴위에 앞장 선 여성노동자들의 위상은 10월 혁명 이후 들어선 노동자 정부에서 활약상을 인정 받았다. 노동자 정부는 일체의 차별적 법을 폐지했다. 남편 허가 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었고 침실에 아내 훈육(?)용 채찍을 놓아 두었던 러시아에서 여행은 물론이고 이혼도 자유화 되고 낙태가 합법화 되었다.
남녀가 동일한 임금을 받았고 해고 당할 염려 없이 출산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더욱 획기적인 사실은 서구 선진국 여성들도 누리지 못했던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자를 위한 탁아소, 유치원, 공동 식당, 공동 세탁소가 세워졌다. 여성의 가사노동 일정부분을 국가가 책임 지는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의 등장으로 여성들이 누리던 사회적 권리는 퇴보를 거듭했다. 말로는 양성 평등이었으나 실제로 여성들은 육아, 노동, 가사노동의 삼중고 속에서 신음했다. 퇴보를 거듭하던 여성들의 지위는 페레스트로이카 때 급격히 나빠지다 푸틴 시대에 “if he beats you, he loves you’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양성 평등이 상식이건만
1975년 유엔은 3월8일을 국제 여성의 날로 선포해 전 세계가 이날을 여성들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평등을 기리는 날로 지낸다. 여성들이 특별 대우를 받는 날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여성의 권익신장, 여성의 사회적 위치 향상 등 여성의 권리에 대한 심포지엄이나 토론이 많이 열린다.
여자나 남자나 똑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권리를 누리고 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만 해도 남녀 임금 격차가 있고, 특히 앨버타가 임금 격차가 심하고, 빈곤층에 속한 여성이 150만명이 넘는다.
CWA(Canada Women’s Foundation) 가 내놓은 통계를 보면 은퇴 여성이 은퇴 남성보다 두 배 가난하고 특히 장애 여성, 이민자 여성, 싱글 마더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 세계적으로 lone parent(부모 중 어느 한쪽만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캐나다도 마찬가지로 lone parent가 늘어나고 있는데 lone parent 자녀의 80%는 엄마와 살고 있다.
자녀가 6세 이하의 lone parent의 경우 여자 lone parent의 경우 중간 소득이 21,200달러로 남자 lone parent 중간소득 43,300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캐나다는 비교적 여권이 신장된 나라임에도 실정이 이런 정도이니 제3세계, 아시아의 남녀 차별은 더욱 심할 텐데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서는 여성들뿐 아니라 남성들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기사 등록일: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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