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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무역 세계_오충근의 기자수첩
 
되풀이 되는 NAFTA 탈퇴 번복

지난 주 국내언론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 탈퇴 뉴스를 앞 다투어 내놓았다. 대통령 후보 때부터 자유무역에 적의를 보여온 트럼프는 “미국 우선” “미국인 일자리 우선”을 강조해 NAFTA 재협상은 이미 예견했던 바이나 이번에도 예외 없이 폭탄선언을 내놓아 여러 사람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된 문서에서 캐나다가 NAFTA를 이용해 미국의 낙농가와 목재업계를 착취했다고 비난을 퍼붓고 멕시코를 향해서는 1993년 이후 무역적자가 1조 달러가 넘고 70만개의 직업이 사라졌다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는 마음을 바꾸었다. 트뤼도 총리와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 후 내가 언제 탈퇴한다고 했냐는 듯 NAFTA는 재협상 하겠다고 하면서 재협상 과정을 두고 보자고 물러섰다.
그의 본심은 NAFTA 탈퇴가 아니라 재협상이었다. 재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또 탈퇴 카드를 들고 나오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 마음은 NAFTA뿐 아니라 무역 전반에 대한 새로운 구조개편에 있다.


트럼프의 강성발언, 벼랑 끝 전술

트럼프는 어떤 이슈에 대해 일단 극단적으로 질러놓아 상대에게 공포감이나 위기감, 불안감을 심어준 후 반응을 살펴가며 다음 전술을 구사하는 패턴을 유지한다. 부동산업자였을 때 쓰던 수법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얼마 전만 해도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할 줄 알고 얼마나 긴장했던가. 그러나 그의 속 마음은 다른데 있었음이 밝혀졌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면서 쌓아 올린 노하우를 바탕으로 트럼프식 전술을 쓰고 있는데 이것을 일명 ‘벼랑 끝 전술’ 혹은 ‘치킨게임’이라고 부른다.
벼랑 끝 전술은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을 할 것처럼 상대를 위협해 상대방에게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던 냉전시대 산물이지만 북한이 핵무기 개발하면서 전매특허처럼 사용했는데 ‘흉보면서 닮는다’고 트럼프도 북한에게서 벼랑 끝 전술 배웠는지 취임 후 첫 번째 한 일이 TTPI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탈퇴에 서명한 행정명령이었다.
TTPIP와 NAFTA뿐 아니라 한미 FTA도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으나 정작 속마음은 재협상에 있었다. 재협상을 통해 좀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을 이끄는 것이 ‘미국 우선’이라는 선거공약을 실현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FTA로 미국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며 폐기, 재협상을 거론했으나 뒤로 미루고 몇 가지 한국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성 발언을 쏟아내 한바탕 무역전쟁 일어날지 모른다고 긴장했으나 “알고보니 중국이 좋은 나라더라”로 끝났다.
그는 여러가지 경우를 계산한 후 강성발언을 하겠지만 터프가이 인상을 주는 막가파 전술이 세련되고 점잖고 노회한 워싱턴 정가에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보일지 모르고 ‘강한 미국’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미국이 강해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막가파식 벼랑 끝 전술은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고 생존을 위해 오로지 핵무기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 같은 소외국가가 존재감 나타내기 위해 쓴다면 모를까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벼랑 끝 전술을 남용하면 덩치 값도 못한다고 비웃음 산다.


미국과 보호무역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을 때는 설움을 톡톡히 받았다. “제품은 우리가 만들 테니 너희는 원료나 대라.” 독립 후에도 국부론의 저자 아담 스미스는 미국을 향해 “제조업을 단념해라. 너희가 발전하고 전진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될 것이다.”라고 친절하게 조언했다. 일종의 비교우위론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아담 스미스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헤밀톤은 이에 반발해 ‘유치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영국이나 유럽의 선진국 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미국은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경쟁 상품에 대해 관세 부과, 수입 금지,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금지, 유치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으로 제조업을 키워 나갔다. 미국의 보호무역은 2차대전 후 제조업에 대해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헤밀톤의 이론은 그 후 후발공업국의 교본이 되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밥술이나 먹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무역으로 부자가 되었다. 한국도 60-70년대 보호무역으로 산업을 육성시켜 64년 1억달러 수출, 77년 100억 달러 수출, 2011년 1조 달러 수출로 무역대국이 되었다.
보호무역으로 부자가 된 나라들은 후발국을 향해 관세 및 각종 비관세 장벽 폐지, 유치산업 보조금 폐지, 수입개방으로 자유무역 하자고 강요했다. 자유무역은 시대 풍조가 되었다. 이것을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사다리 이론으로 비유했다.
사다리 타고 먼저 정상에 오른 후 사다리를 차버려 뒤에 사람들이 정상에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교활한 수법인데 선진국들은 사다리를 차 버리고도 모자라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표방하면서도 뒤에서는 각종 차별적 보호무역조치를 취했다.
런던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2016년 사이 차별적 보호무역조치를 가장 많이 취한 나라는 미국으로 1,000건이 넘는다. 그 뒤를 인도, 러시아가 따르는데 500건으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캐나다는 상당히 양호한 편으로 160건 정도, 한국도 150건으로 모범생에 속한다.
이 자료는 미국이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 이전에도 이미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유무역이 대세지만

1995년 1월1일 GATT를 대신하여 들어선 WTO체제부터 자유무역이 꽃을 피워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자유무역이 대세였다. 자유무역을 하면 정부로서는 이익이다. 개미로 비유되는 중산층이 벌어드리는 돈 보다 대기업에 해외투자 해 값싼 원자재와 인건비 이용해 벌어드리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는 해외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이다.
자유무역의 그 다음 수혜자는 선진국의 생산기지가 되는 가난한 나라의 공장 노동자다. 비록 저임금이나마 직업을 갖게 되어 가난에서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의 혜택을 톡톡히 본 나라가 중국이다. 전 세계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절대빈곤층 10억이 빈곤을 벗어났다. 1980년대 중국의 절대빈곤층이 84%였으나 2010년 10%로 줄어 들었다.
자유무역의 피해자는 중산층이다. 좋은 급여 받고 각종 복지혜택 받으며 직장 다녔는데 어느 날 직장이 해외로 이전하면 실업자 된다. 다시 직업을 잡긴 해도 전보다 못한 직장이고 복지혜택도 그전만 못하다. 그런 중산층의 그 분노와 좌절을 이용해서 대통령 된 사람이 트럼프다.
자유무역을 통해 싼 가격의 물건, 가격 대비 품질도 괜찮은 물건을 수입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해 구매력을 높인다. 공산품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먹는 과일, 채소를 봐도 알 수 있다. 앨버타처럼 추운 지방에 살면서 각종 과일 채소를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 신선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에 살면서 겨울에도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자유무역 덕택이다.
자유무역의 나쁜 점 한가지를 든다면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돈을 벌어들여 경제규모는 커졌는데 중산층, 비숙련 직업군은 직업을 잃고 비 정규직이나 파트타임으로 내몰려 소득은 낮아졌다. 소득이 낮아지면 구매력도 줄어든다. 구매력이 줄어들면 돈의 흐름이 왜곡된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불안의 요인이 된다. 그래서 정부는 복지확충, 세율 조정 등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 양극화 현상은 복지정책이 부실한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 우등 국가인 북유럽국가들도 겪고 있는 범 세계적 문제로서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

기사 등록일: 20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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