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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생각나는 두 가지 사건_오충근의 기자수첩
 
뒤숭숭한 계절의 여왕

5월은 살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앨버타도 5월이 되면 언제 추웠다는 듯 물오른 잔디가 올라오고 반갑지 않은 민들레가 만발한다. 지난 토요일 자스퍼로 등산 갔었는데 산에는 눈이 내리고 산 밑에는 비가 왔다. 눈이 내린 건 자스퍼 이야기고 거리에는 드물게 벚꽃도 보이고 라일락도 보인다.
살기 좋은 계절, 산으로 들로 나가기 좋은 아름다운 계절인데 세상은 뒤숭숭하다. 예측 불가능한 언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화제를 몰고 다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BI 국장을 전격 해고 했다. 제임스 코비 국장은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와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이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비 국장의 해임 찬성이 39% 반대가 46%로 절반이 그러나 코비 국장의 해임을 반대했다. 코비 국장 해임의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현 시국이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48%가 탄핵에 찬성하고 41%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4월 선제타격설’ 칼빈슨 항모 한반도 배치로 전운이 감돈 4월이 지나자 북한은 5월14일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에 대해 태평양사령부는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말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이 북미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북한 로켓 전문가인 조나단 맥도웰 박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보다 사거리가 훨씬 늘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확실히 한걸음 나아간 발전”이라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당장 북한을 요절낼 것처럼 요란을 떨더니 김정은에게 “똘똘한 녀석”이라면서 추켜세우며 미국 와서 이야기하자고 대화모드로 돌아섰는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응수했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북한에 뒤통수 맞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만 뒤통수 맞은 게 아니다. 신임 문재인 대통령도 비서실장에 임종석을 임명해 대미관계에 순순히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임종석은 과거 전대협 의장을 지냈고 임수경 방북을 주도해 구속된 전력이 있어 미국에서는 요주의 인물로 찍혔다. 그러나 그는 운동권 태를 벗고 현실 정치인으로 거듭나 두 번의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지낸 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었다.


5월의 비극적 사건

한국인들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 사건이지만 1871년 5월에 있었던 파리꼬뮨의 비극은 세계사적 사건으로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기록된다. 보불전쟁에서 황제 나폴레옹 3세가 포로로 잡히고 항복했다. 독일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제국을 선포해 프랑스 국민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거기에 더해 50억 프랑의 전쟁 배상금, 알사스 로렌의 할양, 독일군 파리에 3일 주둔은 더더욱 프랑스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해 파리 시민이 봉기를 일으켜 제국 소멸을 주장했다.
의회와 정부는 베르사이유로 이전했고 좌경화된 파리는 꼬뮨 자치정부를 선포했다. 파리는 구마다 의회가 있고 구는 국민방위군이라는 무장병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파리 꼬뮨은 2개월10일 존속해 단명으로 끝났으나 여성 참정권, 의무무상교육, 정교분리, 야간노동 폐지, 10시간 노동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역사에 가정이란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꼬뮨이 초기에 무장병력으로 베르사이유를 점령했으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텐데 꼬뮌은 무질서했고 다양한 정파가 토론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베르사이유에서는 파리 공격을 준비했다. 혁명사상에 물든 정규군을 믿지 못하는 정부는 비스마르크와 교섭해 포로 40만명을 돌려받고 지방의 의용군으로 병력을 보충해 파리를 포위하고 반격을 시도했다.
5월21일부터 5월28일까지 1주일 동안 유럽 최고의 문명도시 파리에서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났다. 몇 명이 죽었는지는 지금도 파악이 안 되는데 만 명에서 5만명이 죽었으리라고 추정된다. 최후까지 항전하던 147명은 페르 라세즈 공동묘지 벽에 세워져 총살 당해 구덩이에 묻혔다.
총알 자국이 남아 있는 벽에 달랑 걸려 있는 초라한 동판에는 “AUX MORTS DE LA COMMUNE21-28 Mai 1871”라고 쓰여 있어 그날의 비극을 설명해주고 있는데 건너편에는 공산당 서기장들의 화려한 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파리를 낭만과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을 듣게 하는 몽마르뜨르는 세계적 화가 문인 예술가들과 물랑루즈, 갈레트 풍차로 유명하지만 파리 꼬뮨 격전지로 몽마르뜨르를 지키던 100여명의 여성 전사들은 모두 정부군에 사살되었다. 그리고 꼬뮨 흔적을 없애기 위해 그 자리에 사크레쾨르 성당을 세웠다.


광주 정신 재정립

싫던 좋던 한국 현대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전두환과 신군부의 비상계엄령, 국회점령, 헌정 중단, 정치인 연금, 민주화 역행 조치에 전국에 시민과 대학생들이 저항했고 광주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 5월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우리가 상세히 알고 있고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남아 있다.
공권력이 마비되어 치안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었으나 광주시민들은 혼란 속에서도 놀라운 질서의식을 발휘해 완전한 자치치안체제를 유지했다. 정부에서는 폭도들에 의한 폭동이라고 매도했으나 광주시민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간다운 삶의 방식으로 의지하고 격려했다.
시민군이 공권력을 대신해 치안을 유지하는 동안 광주에서는 단 한번의 큰 사건도 없었고 혼란을 틈타 흔히 발생하는 금융가, 상가, 백화점에서 단 한번의 약탈 사고도 없었다는 사실은 광주시민의 높은 도덕성과 시민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광주가 요구한 것은 무리한 진압에 대한 군의 사과, 명예회복, 민주회복이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이 요구는 변함이 없어 뒤 이어지는 정권에 밑바탕이 되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전쟁도 아닌데 자국민을 이렇게 많이 죽일 수가 있나? 우리는 이 사실을 역사에 기록해 길이 길이 간직해야 한다”면서 “문민정부는 광주 민주화 운동 연장선상에 있는 정부”라고 선언했다.
그 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은 6월항쟁으로 이어졌고 문민정부의 모태가 되었다. 4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광주의 정신이 훼손 되고 폄하 되기도 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에서 밀려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때 진압군에 사살 당한 윤상원과 79년 세상을 떠난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에 처음 알려졌다. 백기완 선생이 시를 바탕으로 황석영이 작사하고 김종률이 작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다.
이달 18일에 열리는 기념식에서 이 노래가 제창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 공식 기념곡 제정, 5.18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5.18 광주 정신 헌법 전문에 기재를 약속했다.
그러나 야당인 자유당은 이 곡이 “시대정신에 어긋나고 체제변혁과 북한 동조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제창을 반대하고 있다. 또한 기념식에 참석하는 일부 단체도 이 노래 제창에 부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주의 제단에 바쳐진 광주의 희생과 정신은 길이 길이 이어져야 하지만 아직도 진상규명은 미흡한 면이 있다. 또한 가해자들의 진실을 호도하는 뻔뻔한 변명도 있다. 전두환 부부는 지난 3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자신은 광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폭동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고 주장해 세간의 빈축을 샀다.
권위주의, 전체주의,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 후 길고도 지루한 정치투쟁을 통해 민주주의체제가 들어선다. 프랑스는 대혁명으로 절대군주체제 청산에 국민들이 합의한 후 80년 동안 혁명과 반혁명, 복고왕정, 제정과 공화국의 지루한 투쟁 끝에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했다.
한국사회는 박정희 독재 말기 부마항쟁, 동일방직, YH사태 등으로 국민들의 민주화 염원에 불을 댕겼다. 그리고 민주화 이행과정의 중심에 광주가 있고 광주 정신은 6월항쟁과 탄핵 촉구 촛불로 승화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이뤄내 문재인 정부의 산파역을 하며 성숙한 민주화를 향해 성큼 큰 걸음을 내디뎠다.

기사 등록일: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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