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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자연의 심술인가? 인재인가?_오충근의 기자수첩
 
처음 이민 왔을 때 몇 년 동안은 앨버타 자연환경에 감탄하며 살았다. 겨울은 눈이 많이 오고 혹독하게 추웠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밝게 빛나는 태양, 그래도 낮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였다. 여름에 비가 내리는데 주로 밤에 비가 오고 아침에는 맑았다. 비가 갠 아침에 여름 햇살을 받으며 신선한 대기를 느끼며 출근할 때는 “이게 바로 신의 축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다른 주에서 온 친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한결같이 “앨버타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특히 공무원들이 참 친절하다.”고 좋아했다. 앨버타는 일조량이 풍부해 ‘Sunny Alberta’라고 불렀다. 풍부한 일조량이 사람을 쾌활하고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친절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언제부터인지 앨버타 기후가 바뀌었다. 한국 장마처럼 6월이면 흐리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이민 온 후로 우산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우산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나다 여름은 종종 천국에 비교되는데 heat wave는 천국 같은 앨버타를 지옥으로 만든다. 올해도 heat wave로 앨버타 남부는 농작물이 타격을 심하게 입었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는 많이 줄어들고 눈도 덜 온다. 겨울에 춥지 않고 눈 안 오면 좋지만 그러다 겨울이 끝날 무렵 추워지며 눈도 내린다. 올해도 부활절 무렵에 눈이 제법 내렸는데 겨울이 긴 앨버타에서 부활절에 눈이 내리는 건 이상할 게 없지만 정작 눈 내리고 추워야 할 겨울에는 눈 없이 따뜻하다 겨울 끝날 무렵에 예기치 않던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기후변화는 그전에도 있었다. 뭐든지 기록하기 좋아하는 우리 조상들의 기록을 보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도 한 겨울에 꽃이 피고 초여름에도 눈이나 서리가 내린 기록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예외적으로 어쩌다 한번 일어난다면 ‘자연의 심술’이라고 여기겠지만 지속적으로 해마다 반복되고 정도가 심해진다면 그 심각성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나일강 하류 삼각주의 비옥한 곡창지대가 온난화 현상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다. 바닷물을 막으려고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았는데 제방의 절반은 이미 모래에 묻혔고 30년 후에는 제방이 있더라도 1,000만명이 살 곳을 잃는다.
밀려드는 바닷물로 농토가 유실되어 지중해 연안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리던 곡창지대가 밀 농사가 이젠 농부들 먹을 식량도 경작이 안 된다.
세계적 관광지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도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인해 언제 바다에 잠길지 모른다. 파도를 막아주던 자연 방파제 산호초가 해수면이 높아지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급속한 바닷물 유입을 막으려고 수중 갑문을 세웠다. 유압식 갑문은 파도가 밀려오면 위로 올라와 파도를 막아준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는 극지방의 빙상이 녹기 때문인데 매년 수백 기가 톤의 빙상이 녹는 것으로 알려졌다. 1 기가 톤은 10억톤이다. 극지방의 빙상이 빠른 속도로 녹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발생한다. NASA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해수면이 높아진다면 100년 후에는 동경과 싱가포르가 지도에서 없어진다.

기후변화 정책, 미래의 투자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하고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규제를 해 지구 온난화를 방지 하는데 세계가 동의해 재작년 연말 파리에서 195개국 대표가 참석해 기후협정을 맺었다. 기후문제에 대해 보수 쪽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진보 쪽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주종을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거짓말이라고 단정하고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 그런가 하면 앨버타 연합 보수당의 강력한 당 대표 후보인 제이슨 케니는 “기후변화는 태초부터 있었고 CO2는 오염이 아니다.”라는 지론을 펴고 있다. 제이슨 케니는 지구 온난화가 인재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논의를 더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당은 차기에 집권하면 탄소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방지는 후손들의 생존문제로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 이념 문제가 아니다.
지난 파리협정 때 캐나다에서는 트뤼도 총리, 노틀리 앨버타 주 수상이 참석했다. 노틀리 주 수상의 기후변화 정책은 탄소세 부과, 오일샌드 탄소 배출 상한제, 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로 나타난다. 노틀리 주 수상은 야당의 반대에도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탄소세는 논란이 되고 있고 앨버타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다. 유가하락으로 경제가 좋지 않은데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화석에너지 체질의 산업구조 개선에 나선 노틀리 정부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노틀리 정부는 탄소세로 징수한 세금 중 13억 달러를 대중 교통 같은 녹색 인프라에 사용한다. 9억9천800만 달러를 재생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탄광촌 이전 등에 사용하고 5억6천6백만 달러를 에너지 효율 증대 프로그램에 사용한다.
앨버타는 소규모 사업장 세율을 3%에서 2%로 낮췄는데 5억6천5백만 달러를 낮아진 세율을 갈음하는데 사용한다. 1% 낮아진 세율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총 1억8천5백만 달러를 절감하는 효과를 갖는다. 2억9천백만 달러를 단계적 화력발전소 이전 비용에 사용한다.
반대가 심한 탄소세는 다음 총선에서 NDP와 UCP의 명운을 가를 이슈가 될 것이나 NDP는 탈 화석연료와 산업 다각화를 위해 정권에 연연하지 않고 탄소세를 계획대로 시행 할 것이다.

화석연료의 미래

지난 70년대 OPEC발 오일 파동이 전 세계를 휩쓸 때 화석연료(석유) 고갈론이 나왔다. 그 후에도 석유 고갈론은 계속 되었으나 고갈 되기는커녕 오히려 매장량은 늘어나 화석연료 고갈론은 ‘양치는 소년’이 되었다. 날로 발달되는 탐사 기술과 시추기술로 전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에너지 확보가 가능하게 되었다. 셰일 가스가 대표적 예다.
아무리 탐사 기술과 시추기술이발달한다 해도 자원은 유한하니까 언제가 고갈이 되기는 하겠지만 고갈되기 전에 화석연료 시대는 끝날 것이다. 석기 시대가 돌이 없어 끝난 게 아니다. 돌 보다 유용한 물질이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용도 폐기 된 것이다. 석유가 등장하기 전에 나무나 석탄이 연료로 쓰였는데 나무를 연료로 쓰는 건 캠핑 가서 BBQ 할 때나 쓸까 나무는 연료로서 가치를 잃었다. 석탄도 석유에 자리를 양보하고 밀려났듯 석유도 그렇게 될 것이다.

대체 에너지의 등장

사우디 아라비아는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의 상징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 하며 군림해 왔다. 미국의 셰일 가스로 그 권위가 예전 같지 않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작년 ‘Saudi Vision 2030’을 발표해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300억 달러-500억 달러를 투입해 태양광, 풍력발전을 건설한다.
고유가 시대를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나마 원유 시장은 변덕이 심해 몇 년 주기로 유가가 바닥을 치니 다른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에서 대체 에너지 강국을 꿈꾸고 있다.
원유 로열티를 종자돈으로 국부펀드 9천5백80억 달러를 조성해 부러움을 사고 있는 노르웨이는 유럽을 대표하는 산유국이지만 ‘2030년 탄소 제로’ 법안을 통과 시켰다. 노르웨이는 1991년부터 탄소세를 도입,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했다. 노르웨이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도 발 빠르게 움직여 일조량이 턱 없이 부족하면서 태양열 에너지 강국이다. 노르웨이는 에너지 수요의 절반을 대체 에너지로 공급한다.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면서도 전기차 천국이다. 전기차는 논란이 많은데 그 이유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석탄, 석유를 에너지로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므로 과연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냐? 라는 논란이 있다. 노르웨이는 전력의 95%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므로 노르웨이 전기차는 말 그대로 청정 에너지 차다.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유럽국가들은 적극적 기후변화 정책으로 풍력, 태양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에 성공했다. 독일은 풍력, 태양열로 생산한 전력의 65%를 수출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가 아직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세계적 추세다. 미국은 대체 에너지공급량 및 발전비율이 6.7%이나 유럽은 15%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 에너지 비중이 늘어나는데 브라이언 진처럼 “집권하면 탄소세 폐지 하겠다”고 수레바퀴를 뒤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앨버타도 사우디 아라비아처럼 고유가 시대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기사 등록일: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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